“힘이 약해 보여서 무시하는 건가 싶기도 해요.”
대구에서 편의점 ‘미니스톱’을 운영하는 최아무개(47)씨는 심야영업 얘기가 나오자 한숨부터 내쉬었다. 그는 지난달 야간에는 버는 돈보다 아르바이트 비용이 더 든다며 심야영업을 그만하겠다고 본사에 얘기했다. 새벽 1시부터 5시까지 영업을 하면 월평균 7만2000원을 벌고, 아르바이트 비용으로 80여만원이 나갔다. 심야영업을 할수록 오히려 10배 이상 손해인 것이다.
“분명 전화로는 심야영업을 중단해도 된다, (24시간 영업이라고 쓴) 간판을 바꾸는 건 본인 부담이라는 안내까지 해줬어요. 그런데 나중에 찾아와서는 안 된다는 거예요.”
본사는 ‘최저수입을 보전해주니 심야에도 영업을 해야 한다’고 했다. 미니스톱은 월 수익이 500만원이 안 되면 나머지는 지원을 한다. 그래도 최씨가 손에 쥐는 돈은 월 50만원 남짓이라고 했다. 그는 지난해 소상공인 대출 2000만원을 받아 아르바이트 비용을 충당했다. “500만원을 벌어도 임차료 140만원, 전기요금 50여만원, 상품 폐기 비용 등 영업비용 50여만원, 아르바이트 비용 200여만원을 주고 나면 남는 게 거의 없어요. 지금 장사하는 자리가 14개월간 ‘폐점 점포’였다는 말도 가게를 열고 나서야 들었어요. 최저수입을 보전해준다고 심야영업을 강제하면 억울하죠.”
지난 2월 개정 가맹사업법이 시행되면서 심야시간대 매출이 저조한 편의점은 심야영업을 하지 않을 수 있게 됐다. ‘갑’의 횡포로부터 ‘을’을 보호하기 위한 대표적인 경제민주화 법이라고 하지만, 일부 편의점주들은 여전히 밤을 지새우며 점포를 지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새 가맹사업법은 점주가 영업 단축을 요구하기 직전 6개월 동안 심야영업으로 영업손실을 봤다면 새벽에 편의점 문을 닫을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일부 점주들은 본사가 ‘심야영업을 중단하면 불이익을 주겠다’며 여전히 압박하고 있다고 증언한다. ‘세븐일레븐’의 경우 심야영업을 중단하겠다는 점주들에게 합의서에 서명하라고 했다. 이 합의서에는 상품 배송 시간대는 회사가 임의로 조정할 수 있으며 미영업 시간대에 발생한 전기료는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세븐일레븐을 운영하는 김아무개(47)씨는 “아르바이트를 안 쓰고 남편과 아들까지 셋이서 운영했는데도 월 160여만원을 벌었다. 주간에 돈을 벌어 야간에 발생하는 비용을 메우는 실정”이라고 했다.
이런 실정이 알려지면서 공정거래위원회가 조사에 들어갔다. 남동일 공정거래위 가맹거래과장은 30일 “4월부터 하도급·유통·가맹 분야 경제민주화와 관련해 도입된 제도들을 현장점검하고 있다. 심야영업 중단 요건에 부합하는데도 허용하지 않으면 법 위반이다. 8월에 실태조사 보고서를 낼 예정”이라고 했다. 서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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