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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잊지 않겠습니다 11]
하트 날리며 먹으라던 ‘꿈돌곰돌’ 아들…네가 남긴 추억 되감기하며 버틴단다

등록 2014-06-30 20:41수정 2014-07-01 10:00

[잊지 않겠습니다 11]
‘생일날 돌아온’ 오준영군-엄마가 아들에게

꿈돌곰돌 곰곰곰 잘 지내고 있니? 아침밥 뭐야? 아침이면 장난스레 웃으며 식탁에 앉던 네가 너무 그립다. 아들, 네가 남기고 간 추억 되감기 해가며 하루하루 버티듯 살아간다. 가족 반지 맞추고 야구복도 네벌 맞춰 입자던 살갑던 아들. 학교 갈 때 하트 날리며 받아먹으라던 엉덩이 씰룩거리며 애교 부리던 정 많고 사랑스럽던. 야간 하는 아빠 다리 주물러 주고 잔심부름 도맡아 하고 일하는 엄마 힘들까 봐 이모티콘 보내주며 힘내라 화이팅 해주고 청소기 돌리고 교복 빨아놓던 아들아.

해줄 것도 많고 해야 할 것도 많았기에 보내기 힘든 준영아, 니가 내 아들이어서 행복하고 고맙다. 다음 생애에는 못다한 모자 인연 다시 맺어 그때엔 모든 것 다 해줄 수 있는 엄마가 되고 싶다.

가슴 터질 듯 설레고 행복했던 18년 전 4월23일 너와의 첫만남을…. 가슴 찢어지고 슬픈 이별의 선물로 너의 마지막 모습을 보던 니 생일날 우리 가족은 꿈과 희망 살아가는 이유를 잃어버렸다. 가족을 소중히 여기고 사랑했던 너 또한 얼마나 힘든 시간이었니? 불쌍한 내새끼 혼자 얼마나 아팠니? 사랑한다면서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해준 것도 없고 이젠 해줄 수도 없어서 미안해. 살아있어서 미안해. 민영이를 그렇게도 챙기고 아꼈는데 남겨진 민영이도 힘들겠지만 남겨놓고가는 니 마음은 누가 달래줄까?

잠들기 전에 너와 흥얼거리며 들었던 축배와 소주 한 잔, 흔한노래…. 민영이와 네 빈자리 채우듯 흥얼거리며 너를 그리다 잠이든다. 아빠랑 엄마, 민영이 너에게 미안하고 너무 사랑해서 슬퍼하고 울지만 네가 편하게 좋은곳으로 갈 수 있도록 힘내서 기도할께. 부디 좋은곳으로 가서 편히 쉬거라. 가족 가슴 속에 영원한 아들 오준영. 예전이나 지금이나 너는 우리의 꿈과 희망이다. 미안하고 사랑한다.


오준영군은

안산 단원고 2학년 5반 오준영(17)군은 매일 밤 10시 야간자율학습을 마치면 800m나 떨어진 안산세무서 앞 버스정류장으로 달려갔다. 세무서 근처에서 일하는 엄마와 함께 집에 돌아가기 위해서였다. 매일 밤 10시20분 준영이와 엄마는 101번 버스를 타고 함께 집으로 돌아왔다.

준영이는 자기 방이 있었지만 늘 안방에서 엄마와 함께 잠을 잤다. “네 방에 가서 자라”고 하니, “군대 가기 전까지만 엄마 곁에서 잘게”라고 했다고 한다. 중학교 3학년 여동생 민영이에게는 ‘건강에 좋지 않다’며 라면 대신 늘 달걀볶음밥을 해줬다.

준영이는 세월호 침몰사고가 나고 8일째인 4월23일 엄마의 품으로 돌아왔다. 준영이의 생일날이었다.

안산/김일우 김기성 기자 cooly@hani.co.kr, 그림 박재동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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