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지 않겠습니다 12]
‘속 깊은 아이’ 고해인양-엄마가 딸에게
‘속 깊은 아이’ 고해인양-엄마가 딸에게
해인이에게. 최근 사흘은 어디서나 눈물이 나와 힘들었는데, 해인이한테 편지를 쓰네.
해인이 잘 있니? 그곳이 어느 곳인지 몰라도 잘 있으란 말밖에 할 수 없구나. 보고 싶고, 안아도 보고 싶고, 목소리 듣고 싶고, 사랑해주고 싶고, 고맙다는 말도 해주고 싶은데….
모든 것을 해주고 싶은데 우린 무엇이 부족했을까?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현실이 되었네. 해인아 네가 했던 모든 것을 잘 알고 있을 거야. 항상 엄마가 얘기했지. 남보다 해인이가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말. 해인이가 행복했으면 좋겠고, 또 행복했을 거라 생각해.
항상 옆에 있을 거란 생각에 아무것도 잘해주지 못해 미안해. 나는 네가 이렇게 갈 줄은 생각도 못 했어. 아프지도 않고 건강하고 웃는 너를 볼 때 누가 생각했겠니? 수학여행 잘 다녀오라고 했던 때가 생생한데, 내 딸이 이런 사고를 당할 줄은 꿈에도 몰랐어. 너무 수학여행이 즐거워서 전화하는 것도 잊었다고 생각했어. 그래서 사고 소식을 들었을 때 믿어지지가 않았어. 미안해.
언제나 네가 해준 것을 모두 기억해줄게. 친구들도 모두 같이 가서, 남아있는 친구들이 힘들지 않았으면 좋겠다. 좋은 세상에서 잘 지내기를 바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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