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도서관 ‘작은 결혼식’ 인기
하루 1쌍만 진행…대여료 6만원대
서울시청·구청 등도 저렴하게 개방
하루 1쌍만 진행…대여료 6만원대
서울시청·구청 등도 저렴하게 개방
지난 1일 서울 서초구 반포동 국립중앙도서관엔 새벽부터 젊은 남녀 수십쌍이 길게 줄을 섰다. 애인과 함께 무더운 여름을 독서로 이겨보겠다는 이들은 아니었다. 국립중앙도서관은 2012년 7월부터 ‘작은 결혼식’을 할 수 있도록 도서관 공간을 개방했는데, 이날은 올해 10월부터 12월까지 열리는 3개월치 결혼식 대관 신청을 받는 날이다.
결혼식 업무를 담당하는 국립중앙도서관 총무과 금상훈 주무관은 “새벽 6시에 출근해 보니 이미 수십쌍이 와 있었다. 처음 온 이들은 새벽 4시에 왔다고 한다. 분기마다 접수를 하는데 접수 첫날 가능한 날짜의 80%가량이 마감된다”고 했다.
예식 공간은 도서관 본관 옆 국제회의장이다. 주말 사용료는 6만4000원에 불과하다. 하루에 한 쌍만 식을 치르는데다 주차 공간이 넉넉하고 구내식당에서 피로연도 열 수 있어 사용 문의가 부쩍 늘고 있다고 한다. 하객은 200명까지 수용할 수 있다. 지난 2년 동안 이곳에서 결혼한 커플은 108쌍으로, 도서관은 이들에게 <느리게 성공하기> 등 사서들이 추천한 책을 선물했다.
‘작은 결혼식’을 위해 공간을 내주는 공공기관은 이곳 말고도 많다. 서울시는 신청사 지하 ‘태평홀’을 시민들에게 결혼식 장소로 개방한다. 하객은 150명 이내, 결혼 비용은 1000만원 안쪽이어야 한다. 토요일 4시간 이용료는 6만6000원으로 저렴하다. 중구 서소문동 서울시청 별관 후생동 강당과 구내식당도 결혼식장과 피로연 장소로 쓰인다. 서초구 남부순환로 근처 서울연구원도 뒤뜰 야외 공간을 결혼식 장소로 무료로 빌려준다.
서울 구청들 중에는 중구·용산구·중랑구·서초구 등이 구민회관을 빌려준다. 삼각산문화예술회관, 은평문화예술회관, 마포아트센터, 양천문화회관, 송파여성문화회관도 이용할 수 있다. 대여료는 공짜거나 5만원에서 10만원이 조금 넘는 수준이다.
공공기관 건물을 빌려 결혼식을 치르는 일을 돕는 사회적 기업 ‘착한잔치 좋은날’의 김은지 대표는 “건물을 새로 지은 자치구들이 이용 자격을 해당 구민만으로 제한하거나 개방을 꺼리는 경향이 있다. ‘착한 결혼’ 확산을 위해서라도 공간 개방이 폭넓게 이뤄졌으면 한다”고 했다.
박기용 기자 xe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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