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보건대학원이 대변을 제공할 연구 참여자를 모집한다는 특이한 공고를 내걸었다. 왠지 참여를 꺼릴 것 같은 공고지만, 지원자가 몰려 하루 만에 모집이 마감됐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환경보건미생물연구실은 지난 1일 대변 시료를 제공할 연구 참여자를 모집한다는 공고를 냈다. 지원 자격은 20~40대 건강한 성인으로 최근 6개월 동안 항생제를 투여한 적이 없어야 한다. 연구실은 제공받은 시료는 3년간 보관되지만, 모든 개인정보는 보호된다고 밝혔다. 또 제공자에게는 3만원어치 상품권을 지급한다는 부대조건도 내걸었다. 반응은 뜨거웠다. 연구팀은 원래 오는 7일까지 지원자를 받겠다고 했지만, 공고 하루 만에 필요한 인원 30명을 모두 채웠다.
연구팀이 대변 시료를 구하는 이유는 장내 미생물 때문이다. 연구팀은 사람 몸속에 있는 장내 미생물이 비만, 당뇨, 암, 우울증 같은 질환과 연관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이런 질병을 고칠 치료제를 개발하는 실험에 착수했다. 사람의 장에는 100조 가지 이상의 미생물이 있는데 이 미생물이 어떻게 조성돼 있느냐에 따라 비만, 당뇨, 대장암 등에 쉽게 걸릴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는 건강한 사람의 대변 시료에서 미생물을 채취한 다음 이를 배양·분리해 인체에 유용한 장내 미생물을 확보하고 이 미생물의 질환 개선 효과를 검증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연구팀 관계자는 “신청자들은 다음주 초 정해진 시간과 장소에 모여 시료를 제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서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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