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서 ‘걱정말라’며 조작 요구
피해 주려는 의도는 생각도 못해”
피해 주려는 의도는 생각도 못해”
‘간첩 증거조작’ 사건 가담자인 국가정보원 협력자가 피해자인 유우성(34)씨에게 “잘못을 깊이 깨달았다. 진심으로 사과한다”는 편지를 보낸 것으로 6일 확인됐다.
중국동포인 국정원 협력자 김원하(62)씨는 지난달 25일 수감돼 있는 서울구치소에서 유씨에게 사과 편지를 보내 “우성군에게 어떤 피해를 주거나 모해하려는 의도는 생각도 못했다”며 “국정원에서 저에게 ‘답변서’를 부탁할 때 그것이 불법이라는 것을 알고 주저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이 편지를 자신의 변론을 맡은 박종흔 변호사를 통해 유씨에게 전달했다.
김씨는 국정원이 “한국에서는 문제되지 않는다. 정상적으로 입수할 수 없기에 이렇게 하는 것이다. 중국에 확인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걱정하지 말라”며 중국 공문서 조작을 요구했다고 설명했다. 국정원이 김씨에게 매우 적극적으로 증거조작을 종용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김씨는 국정원이 애초 조작된 유씨의 출입경기록을 재판부에 냈다가 진위 논란이 일자 또 다른 조작을 결심했다고 전했다.
김씨는 “(국정원은) ‘유가강(유우성) 출입경기록’이 위조되었다는 사실이 드러나 상당히 긴장하였으며 완전히 곤경에 빠진 것 같았다. ‘대세는 이미 기울어졌다. 그러나 물러설 수 없다’며, 그 요구가 간절했다”고 전했다. 또 “국정원과 검찰이 이렇게 곤경에 처했을 때 도와주면 앞으로 국적 문제뿐 아니라 (내게)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다”며 증거조작에 가담한 경위를 설명했다.
김씨는 유씨 변호인이 제출한 중국 삼합변방검사참(출입국사무소)의 정황설명서를 반박하는 내용의 중국 쪽 답변서 등을 국정원 대공수사국 김보현(48·구속 기소) 기획과장의 부탁에 따라 위조한 혐의(모해증거위조)로 구속 기소됐다. 사과 편지를 보낸 김씨와 달리 같은 혐의로 기소된 국정원 직원들은 재판에서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김선식 기자 ks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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