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사회일반

“미국의 약화와 중국의 부상이 일 ‘해석개헌’ 유발”

등록 2014-07-07 19:19수정 2014-07-07 20:29

[싱크탱크 광장] ‘분단 이해의 지평과 새로운 모색’ 토론회
지난 7월1일 아베 정권이 ‘해석 개헌’을 통해 일본을 ‘전쟁할 수 있는 나라’로 만듦에 따라 동북아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과연 아베 정권의 이런 ‘도발’과 미국의 ‘지원’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일본의 행동은 어떤 ‘구조’ 속에서 동북아의 긴장감을 높이는 것일까. 더 나아가 한반도는 이런 동북아 긴장 완화에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인가.

지난 3일 동국대에서 열린 토론회 ‘분단 이해의 지평과 새로운 모색-분단체제론과 대분단체제론, 그리고 분단의 리얼리티’는 통일담론의 발전 방향과 함께 일본의 최근 행보에 대한 논의의 자리였다. 한겨레평화연구소와 동국대학교 ‘분단/탈분단 연구단’(한국사회과학연구(SSK) 지원사업, 연구단장 박순성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이 함께 마련한 이 자리에는 김종엽 한신대 사회학과 교수와 이삼성 한림대 정치행정학과 교수가 발제자로 참여했다. 김 교수는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가 정립한 ‘분단체제론’을 2000년대에 맞춰 발전시키고 있는 대표적인 제2세대 분단체제론 연구자이며, 이 교수는 동아시아의 갈등을 중국과 미·일 간의 대립축을 중심으로 이해하는 ‘대분단체제론’의 주창자이다.

토론회의 지정토론자로는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이 나섰다. ‘분단/탈분단 연구단’의 일원이기도 한 홍 연구위원은 분단 연구에서 체제나 구조가 아닌 수행성(일상 속에서 행해지는 활동)이 중요하다는 ‘수행적 분단이론’에 바탕을 두고 두 발제자에게 공격적인 질문을 던졌다.

두 발제자는 이에 따라 각자의 이론 틀로 △ 일본의 해석 개헌의 배경과 영향에 대한 분석 △동아시아 평화에서 한반도의 역할 문제 △통일담론 발전 방안 등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두 이론은 “현대의 동아시아를 파악하는 방식이나 한반도를 파악하는 방식에서 상당히 많은 부분 일치하는 지점도 있지만 미묘하게 어긋나는 지점이 있었다”(김종엽 교수).

분단체제론 김종엽 교수
패권 약화된 미국, 비용 전가
일본 재무장 불가피한 허용
동아시아 경제협력 늘어도
군사적 갈등은 해소 안돼

분단체제론 김종엽 교수
분단체제론 김종엽 교수
■ ‘분단체제론’과 ‘대분단체제론’의 이론적 배경 두 이론이 지닌 현실 인식의 차이는 두 이론의 기본틀 차이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 분단체제론이 이매뉴얼 월러스틴의 ‘세계체제론’을 배경 삼아 이론을 구축했다면, 대분단체제론은 국제정치이론에 바탕을 두고 구성됐기 때문이다.

세계체제론은 자본주의 세계경제에서 헤게모니를 지닌 국가의 등장과 쇠퇴, 다음 헤게모니를 쥐는 국가의 등장을 중심으로 국제사회의 갈등을 파악하는 이론이다. 김 교수는 이에 따라 분단체제론이 동아시아의 현재 갈등을 기본적으로 ‘미국 주도 세계체제의 위기와 중국의 헤게모니 위협 현상’으로 파악한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현재 상황을 ‘G2체제’로 볼 수 있다”며, 이 ‘G2체제’가 동북아시아에 드러내고 있는 현상이 ‘아시아 패러독스’라고 설명한다.

김 교수는 아시아 패러독스가 “동아시아에서의 경제적 상호작용 증대가 군사적인 갈등을 약화시키지 않는 것”, 다시 말해 “경제가 사람들을 평화롭게 하는 현상이 나타나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과의 경제협력이 커지고 있지만, 미국이 여전히 정치·군사적 헤게모니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김 교수는 “박근혜 정부에서 신뢰프로세스, 통일몰이, 종북몰이가 동시적으로 나타나는 현상도 아시안 패러독스의 남한적 발현”이라고 분석했다.

대분단체제론 이삼성 교수
미·일 연합과 분단축 형성한
중국 위상 강화로 긴장 가중
한반도 평화 근본 취지 맞춰
한·미 동맹 전략적 통제 필요

대분단체제론 이삼성 교수
대분단체제론 이삼성 교수
이에 반해 대분단체제론은 국제정치학에 바탕을 두고 있다. 이삼성 교수는 이론의 출발점이 “1990년대 유럽의 냉전 해체 이후에도 지속되는 아시아의 긴장 현상을 해명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를 위해 세계경제뿐만 아니라, 지정학적 전통과 정체성, 정치사회적 체제와 이념, 지역 국가 상호간의 역사인식 등을 중요시한다. 특히 “세계 수준의 권력분포에서 보면 ‘이류 국가들’ 혹은 ‘차상위 강대국들’이 지역질서의 차원에서는 세계적 초강대국보다 더 결정적인 변수가 될 수 있다”는 데 주목한다. 미·소 냉전만으로 전후 동아시아 질서를 해명할 수 없는 이유는 중국 내전에서 공산주의의 승리라는 중국적 선택에 의해서만 미·소 냉전은 동아시아 질서에 투영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본다. 한국전쟁 또한 미국 헤게모니론이나 미·소 냉전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 중국의 존재와 개입이 결정적인 요소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교수는 전후 동아시아 질서는 미-일 연합과 중국 사이의 긴장을 대분단의 기축으로 하고, 그것이 한반도, 대만해협, 인도차이나에 형성된 소분단체제들과 상호작용을 하며 서로를 유지시키는 ‘대분단체제’를 구성해왔다고 말한다. 중국이 세계경제에 통합된 탈냉전 이후에도 이 구조가 지속되는 이유는 소련의 해체 대신 중국의 부상으로 인한 지정학적 긴장의 재충전, 공산주의-자본주의의 갈등축을 대신해 형성된 권위주의-민주주의의 대조에서 기인하는 문명적 긴장, 그리고 탈냉전 뒤 오히려 활성화된 역사인식의 대립이 중요하게 작용하고 있다고 본다. 북한 핵개발 문제는 중국과 미-일 동맹 사이의 지정학적 긴장의 틈바구니에서만 가능한 일이었고, 그것은 다시 미-중 간 지정학적 긴장을 유지시키는 대분단체제의 대표적 표징이라는 것이다.

■ 아베 정권의 ‘해석 개헌’ 어떻게 볼까 분단체제론에서는 아베 정권의 공격적 행보를 미국 헤게모니의 약화에 따른 카오스(혼란) 증대 현상으로 본다. 김종엽 교수는 “미국이 비용은 줄이면서 역내에서 헤게모니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비용을 전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이를 위해 일본의 재무장을 불가피하게 허용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 분석했다. 김 교수는 이는 “세계체제론의 관점에서 본다면 상당히 새로운 현실”이라고 강조했다. 하나의 헤게모니에서 다른 헤게모니로 넘어가는 ‘과도적 현상이라는 새로움’에 직면해 있음을 지적한 것이다.

하지만 대분단체제에서는 현 상황을 새로운 현상이라기보다는 대분단체제의 내적 논리의 귀결이자 그 강화라고 본다. 이삼성 교수는 2000년대 들어 특히 가시화한 중국의 부상이 미-일 동맹과 지정학적 긴장을 더하면서 아베의 ‘해석 개헌’도 미국에 의해 공개적 지지를 받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일 동맹 체제 안에서 일본의 역할 확대는 미국의 상대적 쇠퇴로 더 촉진되고 있지만, 냉전기 이래 강한 연속성을 띤 재조정 과정의 표현이라고 본다. 이 교수는 일본의 해석 개헌이 “동아시아 대분단체제에 내재해 온 국가간 긴장의 제도화”를 더 재촉할 가능성을 우려했다.

그러나 분단체제론이건 대분단체제론이건 현 상황에서 무력충돌을 포함한 아시아에서의 긴장 강화를 우려하는 데서는 일치했다. 분단체제론에서는 세계체제의 변동에 대해 “헤게모니 국가에 축적의 위기나 영토전쟁에서의 패배 등의 위기가 오게 되면 다음 헤게모니 후보자들끼리의 상당한 투쟁이 벌어지고 그 과정에서 헤게모니가 넘어가게 된다”고 설명한다. 이런 모습이 지역에서는 카오스의 강화, 즉 예측하는 것도 제어하는 것도 어려운 상황을 만든다는 것이다.

대분단체제론에서도 “이런 조건에서는 그것이 센카쿠열도(댜오위다오)이든, 한반도이든, 전략적 접점의 어딘가에서 긴장의 폭력화가 일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이 근본 문제”이지만, 더 큰 맥락에서 향후 동아시아 질서가 평화공존이 가능한 양극질서가 아닌 대결적 양극질서로 굳어질 가능성을 우려한다. 대분단체제의 경직화가 초래될수록 한반도의 긴장은 지역체제 내 다른 긴장 요소들과 결합해 갈등의 폭력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 동아시아 평화에서 한반도는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 이삼성 교수는 지정학적 조건과 동맹체제 안에서의 위상과 역사인식 등 많은 점에서 한반도는 중간자적이라고 본다. 그것은 한국이 노력하기에 따라 동아시아 질서의 균형추가 될 수 있고 또 그러한 역할을 요구받고 있음을 뜻한다. 한반도의 소분단체제와 대분단 기축관계의 연결고리인 한-미 동맹을 한반도의 평화라는 근본 취지에 맞게 전략적으로 통제함으로써, 대분단체제의 메커니즘에 수정적으로 휩쓸리며 그 제물이 되는 것을 막아야 하며, 궁극적으로 대분단체제 자체의 해소에도 기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분단체제론에서는 더 적극적으로 한반도가 아주 특별한 지위를 가지고 있다고 판단한다. 김 교수는 이와 관련해 한반도가 “동아시아 역내의 탈분단과 탈민족주의적인 정치적 실험 등 여러 가지 새로운 실험들을 가능하게 할 수 있는 아주 특권적인 영역”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가령 한반도 비핵화 문제와 관련해, 김 교수는 “분단체제론의 관점에서 보면 한반도 비핵화라고 하는 것은 동아시아 전체의 비핵화로 가는 굉장히 중요한 교두보”라고 설명한다. 또 한반도의 화해도 동아시아 발전에서 관건적 요소의 하나라고 강조한다. “남북관계가 개선될 때 생겨나는 역내의 평화의 잠재력이라든가 교류의 발전 규모가 지금과는 새로운 단계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동아시아 역내분업 발전이나 교류 발전 등을 현재 단계에서 묶어두는 것이 바로 한반도 분단상황”이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이런 점에서 “한반도 분단체제의 변화가 동아시아 대분단체제를 변화시킬 돌파구로서 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 통일담론 발전 어떻게 이룰까 두 교수는 우선 분단체제론과 대분단체제론 각각의 장점을 설명하고 대화를 강조했다. 이삼성 교수는 자신의 대분단체제론이 한반도의 분단을 체제화시키는 구조가 무엇인가에 대한 문제의식을 분단체제론과 공유하고 있다고 전제한다. “다만 세계체제와 한반도를 연결하는 동아시아적 계기를 채워야 할 공백으로 파악하고 그 개념화를 시도한 것”이라고 밝혔다.

김종엽 교수는 “분단체제론은 아무래도 남북한 분단이 가지고 있는 체제 성격에 훨씬 더 강조점을 두어 왔다”며 “이에 따라 남북한의 관계를 해명하는 데 조금 더 대분단체제론보다는 개발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두 교수는 현재의 상황에서 단지 분단체제론과 대분단체제론의 대화만이 아니라 다양한 이론들의 개발에 힘쓸 때임을 강조했다. 김 교수는 이를 위해 ‘분단을 주제로 한 학제적인 연구’를 제안했다. “문학 연구로부터, 정치학, 경제학, 국제정치 등을 전부 다 모아서 하는 프로젝트가 활성화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김보근 한겨레평화연구소장 tree21@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