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원 해결 안돼 수차례 112 신고
경찰 “공무집행 방해” 수갑 채워
인권위, 경찰관들 주의조처 권고
경찰 “공무집행 방해” 수갑 채워
인권위, 경찰관들 주의조처 권고
“왜 빨리 안 옵니까! 직무유기 아닙니까?”
지난해 9월 어느 날 밤 10시30분께 서울의 한 빌라에 사는 ㅂ(44)씨는 중학생 자녀들한테서 위층의 쿵쿵거리는 소음 때문에 공부를 할 수가 없다는 얘기를 듣고 112에 신고를 했다. 두 차례 신고전화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위층에 주의를 주고 간 뒤에도 소음이 끊이지 않자 다시 신고를 한 게 화근이었다. 재신고를 받은 경찰은 추가 출동을 하지 않았다. ㅂ씨는 “왜 빨리 오지 않느냐”며 40여분 동안 6차례 112에 전화를 걸었다. 경찰은 ‘허위신고로 정당한 경찰공무원의 순찰 업무를 지능적으로 방해했다’는 이유로 ㅂ씨를 중학생 자녀들이 보는 앞에서 수갑을 채워 체포했다.
ㅂ씨가 낸 진정을 받아들여, 국가인권위원회는 7일 ㅂ씨를 체포한 경찰관 4명에게 주의 조처를 내리고 직무교육을 실시할 것을 소속 경찰서장에게 권고했다고 밝혔다.
인권위 조사에서 경찰관들은 “바쁜 금요일 야간시간에 수차례의 신고로 순찰차를 출동시키는 등 정상적인 순찰 업무를 방해해 제지가 필요한 상황이었다”며 ‘정당한 공무집행’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인권위는 “ㅂ씨의 신고로 인한 순찰차 출동은 1회였다. 불필요한 출동이 야기되거나 업무에 방해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 인권위는 “경찰이 ㅂ씨의 신원과 거주지를 알고 있고 신고 내용이 112 종합상황실에 모두 녹음되어 있는 등 ㅂ씨를 체포할 급박성도 없었으므로 적법한 공무집행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진명선 기자 tor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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