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과징금 취소 소송서 주장
서울고법 “정부가 담합 빌미줬지만
사업자, 위법 판단했어야” 패소 판결
서울고법 “정부가 담합 빌미줬지만
사업자, 위법 판단했어야” 패소 판결
삼성물산이 4대강 공사 입찰 담합에 대한 과징금 납부명령 취소 소송에서 “정부가 담합행위를 조성하거나 묵인했다”고 주장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서울고법 행정2부(재판장 이강원)는 지난달 13일 삼성물산이 4대강 공사 입찰 담합에 대한 과징금 103억여원을 취소해달라며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8일 밝혔다. 삼성물산은 2009년 정부의 ‘4대강 살리기 사업’ 1차 턴키공사 일부 입찰 과정에서 대우건설 등 7개 건설사와 짜고 금강 금남보 등 14개 공구를 나눠 낙찰받기로 합의한 사실이 공정위에 적발됐다.
삼성물산은 ‘4대강 살리기 사업’ 1차 턴키공사 입찰 담합이 청와대와 정부의 방조 내지 묵인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판결문을 보면 삼성물산은 “청와대의 지시에 따라 (반대 여론으로 중단된) 한반도 대운하사업 컨소시엄을 4대강 사업에서도 유지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7월 감사원이 ‘4대강 살리기 사업’ 감사결과 보고서를 통해 “국토해양부는 대운하 사업을 4대강 사업으로 변경하고도 추후 대운하 추진에 지장이 없도록 계획함에 따라 민자 컨소시엄이 유지되게 하는 등 담합의 빌미를 제공했다”고 발표한 것과 궤를 같이한다.
삼성물산은 “(4대강 사업 시공·설계가 가능한 업체가 10개 미만인데도) 정부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임기 안에 공사를 마칠 수 있도록 15개 공구를 동시에 발주해 건설사들이 입찰 담합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조성하거나 묵인했다”며 “이번 입찰 담합은 정부의 행정지도에 따른 행위로서 정당하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4대강 살리기 사업에서 정부가 법적 근거 없는 행정지도를 통해 담합의 빌미를 제공했지만 이를 따른 업체들도 잘못이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정부가 담합의 빌미를 제공한 사실은 인정된다”면서도 “행정기관이 법령상 구체적 근거 없이 사업자들의 합의를 유도하는 행정지도를 한 경우에 사업자는 독자적으로 법 위반 여부를 판단하여 행동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선식 기자 ks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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