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국정원 퇴직자 발설 제한은
비합리적 차별…표현 자유 침해”
정보 알려준 파면직원은 유죄 유지
비합리적 차별…표현 자유 침해”
정보 알려준 파면직원은 유죄 유지
2012년 대선 당시 국가정보원의 댓글 여론조작 활동을 제보한 전직 국정원 직원 김상욱(51)씨가 1심과 달리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직원들의 ‘비밀 엄수’ 의무를 규정한 국정원직원법을 무기로 내부고발을 원천봉쇄해온 국정원의 관행에 제동이 걸렸다.
서울고법 형사2부(재판장 김용빈)는 10일, 2012년 대선을 앞두고 <한겨레>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댓글 활동 의혹을 제기하고 심리전단 직원 3명의 집 주소를 알아낸 혐의(국정원직원법 위반·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로 기소된 김씨에게 벌금 200만원을 선고한 1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일반 국민은 현직 국정원 직원인 지인 등에게 개인적으로 국정원 직무에 관한 일반적 내용을 듣고 이를 외부에 알릴 수 있는데, 김씨와 같은 전직 국정원 직원들에게만 이를 금지하는 것은 비합리적 차별이자 표현의 자유 침해”라고 밝혔다.
검찰은 애초 김씨를 무혐의 처분했다가 국정원이 고발하자 별다른 근거 없이 기존 결정을 뒤집은 사실도 새로 드러났다. 재판부는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이 지난해 6월 원세훈(62) 전 국정원장 등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하면서 김씨의 국정원직원법 위반 혐의에 대해 무혐의 처분한 바 있다고 밝혔다. 그런데 검찰은 국정원이 김씨를 고발하자 지난해 12월 그를 기소했다. 재판부는 “무혐의 처분했던 같은 범죄사실에 대해 새로 기소한 경위에 대해 검찰은 별다른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김씨가 국정원 심리전단 당직실에 전화를 걸어 직원들 주소를 알아낸 행위에 대해서는 “사적인 호의를 활용해 알아낸 것이지 위계를 써서 정당한 공무집행을 방해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당시 국정원 심리전단 당직실 직원은 한밤중에 남성인 김씨가 수사국 여성 팀장을 사칭하면서 ‘연말 선물을 전달해야 한다’며 직원 주소를 물었는데 별다른 확인 없이 응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편 김씨에게 심리전단 당직실 전화번호와 직원들 소속팀 및 차량 운행 정보 등을 알려줬다는 이유로 파면당한 뒤 국정원직원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전 국정원 직원 정기성(50)씨에게는 1심처럼 벌금 100만원이 선고됐다.
김선식 기자 ks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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