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지 않겠습니다 20]
우주학자 되고싶다던 영만에게 엄마가
우주학자 되고싶다던 영만에게 엄마가
사랑하는 아들 영~마이 잘지내고 있지?
아들이 우리 곁을 떠난 지도 벌써 두 달도 훨씬 지났네. 어찌나 멀고 긴 여행을 떠났는지 아들이 올 것만 같아 기다리고 있는데. 아직도 꿈만 같은 이 현실을 받아들일 수가 없어 가슴이 미어질 것만 같구나.
세상에 그 어떤 슬픔과 고통도 이 잔인함과 감히 비교할 수 있을까. 널 보내고 하루도 견딜 수 없을 것만 같았는데, 매일 잠을 자고 또 밥도 목구멍에 넘어가. 살 수 있다는 것도 야속해. 아무 일 없다는 듯 잘 돌아가는 세상, 이 시간과 공간에서 이제는 더 이상 사랑하는 내 아들과 함께 숨 쉬지 못함이 원통할 뿐이구나.
이제 겨우 17살, 아직 세상 많은 것들에 도전도 해보지 못한 채 이렇게 허무하게 떠날 수밖에 없었던 아들. 온순하고 낙천적인 성격으로 어떠한 일에도 짜증을 내거나 화를 내지도 않았고, 걱정도 없이 늘 밝고 실실 웃는 얼굴로 마냥 어린아이 같이 순수하고 사춘기도 없이 지난 예쁘기만 했던 아들. 학교도 너무 재미있고 친구들도 너무 좋다며 매일매일 행복하다고 했던 아들. 자상하고 다정다감한 성격으로 언제나 엄마에게 애인 같고 친구 같았던 아들. 아들과 함께했던 아주 작은 일들이 떠오를 때나 또 둘이 함께 깍지를 꼭 끼고 다정하게 걸었던 그 길을 혼자 걸을 때면 사무치는 그리움에 하염없이 쏟아지는 눈물을 참을 수가 없단다.
아들 하늘에서 매일 엄마 보고 있지? 엄마는 아직 널 보낼 준비가 되지 않았나 봐. 미치도록 아들이 보고 싶고 그리운 날은 마지막 벗어놓고 간 트레이닝복바지와 티셔츠를 끌어안고 아들 냄새를 느끼고, 벽에 걸어둔 교복 재킷에 얼굴을 묻고 통곡을 해도 뼈에 사무치는 그리움은 달랠 길이 없구나. 지금도 아들이 등교하던 시간과 집에 오는 시간이 되면 엄마는 베란다 창문에 서서 매일 아들을 배웅하고 맞이했던 것처럼 여전히 어떤 날은 미친 듯 손을 흔들고 아들이 걸어오던 그 길을 한참을 멍하니 바라본단다.
사랑스럽기만 했던 천사 아들. 아들의 따듯한 마음과 작은 몸짓과 다정한 음성 또 신나게 부르던 랩소리도, 잠자리에 들 때 “엄마 잘자용”하던 콧소리 섞인 애교스러운 말투도 듣고 느끼고 싶지만 이젠 더 이상 아들을 볼 수도 만질 수도 없음에 아쉬움과 안타까움이 더욱 사무칠 뿐이구나.
때론 어렵고 힘든 세상일지라도 그동안 최선을 다해 열심히 엄마 노릇, 부모 노릇하며 삶에 의미를 갖게 해준 최고의 아들이 있어서 정말 행복했고 고마웠어. 영만아, 아들 예쁘다고 장난치며 괴롭히던 아빠도, 또 영만이가 늘 자랑스러워했던 형아도, 세상에서 아들을 제일 사랑했던 이 엄마도 아직은 아들을 그리워하면서 힘든 시간 보내고 있지만 아들 다시 만나는 날 부끄럽지 않게 정말 더 열심히 살아볼께.
예쁜 내 새끼, 이젠 아무 염려 말고 우리 아들만 천국에서 가장 행복하고 편안하게 잘 지내기만을 축복할게. 세상에서 가장 행복했던 아들 넌 우리 맘속에 영원히 함께 숨 쉬고 있어 사랑해. 다시 만날 때까지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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