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세훈 전 원장에 징역4년 구형
“미 연방대법은 월권행위라 판결”
불법사찰 FBI 개혁과정 언급
댓글사건 첨부문서 증거 불인정엔
“판례와 상충” 재판부 강력 비판도
“미 연방대법은 월권행위라 판결”
불법사찰 FBI 개혁과정 언급
댓글사건 첨부문서 증거 불인정엔
“판례와 상충” 재판부 강력 비판도
검찰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원세훈(63) 전 국가정보원장의 재판에서 미국 연방수사국(FBI) 개혁을 예로 들며 국정원에 대한 사법통제의 필요성을 강하게 제기했다.
1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재판장 이범균) 심리로 열린 원 전 원장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사이버 토론 공간에서 국가 정보기관이 일반 국민을 가장해 인위적 여론을 조성하는 것은 반헌법적인 행태이며, 이는 국정원장의 안보자원 사유화이자 안보 역량의 저해를 초래한 심각한 범행”이라고 밝혔다.
특히 검찰은 1960년대 반전 운동가 등 광범위한 민간인들을 불법 사찰했던 미 연방수사국의 개혁 과정을 언급했다. 검찰은 “미 정보기관의 월권행위는 60년대 말~70년대 초 적극적인 소송을 통해 제동이 걸렸다. 공권력의 한계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는 가운데 미 연방대법원이 정보기관의 월권행위를 불법이라고 선언하는 판결을 내놨다. 이에 따라 미 상원은 연방수사국의 국회 보고 의무를 강화하고 불법 사찰 활동을 근절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이와 함께 국정원 직원의 전자우편 첨부문서를 증거로 인정하지 않은 재판부의 판단(<한겨레> 7월1일치 1·3면)을 두고, ‘절차적 위법’이라며 이례적으로 강하게 비판했다. 재판부가 지난달 30일 국정원 심리전단 안보5팀(SNS담당) 소속 직원 김아무개씨의 네이버 계정 ‘내게 쓴 메일함’에 있는 전자우편에 첨부된 ‘시큐리티’(ssecurity) 문서 등을 증거로 쓸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 문서에는 같은 팀 직원들의 이름과 트위터 계정, 김아무개씨의 행적 등이 기재돼 있다.
검찰은 “김씨는 공판에서 이 문서를 누구한테 받은 적이 없다고 했고 그 문서는 김씨가 기계적으로 날짜별 활동내역 등을 작성한 것으로서 업무상 작성한 통상적인 문서로 봐야 한다”며 “재판부의 판단은 대법원 판례와 상충한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또 “원 전 원장의 변호인단은 수차례 위법한 체포·압수수색에 대해서만 문제를 삼는다고 밝혔고 재판부도 이를 수긍했는데, 변호인이 뒤늦게 첨부문서의 증거능력을 문제 삼자 재판부가 이를 수용했다”며 “재판 진행 공정성에 심히 유감이며 재판 절차상 위법하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앞서 지난 3월17일 공판에서 검찰이 김씨에게 ‘첨부문서를 직접 작성했나’고 수차례 묻자 재판부와 변호인은 “그런 부분을 다 확인할 필요 없지 않나” 또는 “무의미하다”고 말한 바 있다.
검찰은 재판부의 이런 첨부문서 증거능력 판단에 따라 국정원 직원들이 작성한 선거·정치 개입 트위터 글이 기존 78만여개(선거 개입 44만여건)에서 56만여개(선거 개입 33만여건)로 줄었다고 밝혔다.
이날 검찰은 원세훈 전 원장의 공직선거법 및 국정원법 위반 혐의에 대해 징역 4년에 자격정지 4년을 구형했다. 원 전 원장의 공범으로 기소된 이종명 전 국정원 3차장과 민병주 전 국정원 심리전 단장에게는 징역 2년에 자격정지 2년을 제시했다. 옛 공직선거법은 공무원이 지위를 이용해 선거운동을 했을 때 법정형을 ‘징역 5년 이하’로 정하고 있다. 원 전 원장 등에 대한 판결 선고는 9월11일 오후 2시로 잡혔다. 김선식 기자 ks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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