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성 인정한 기존 판례 뒤집고
“후불 임금 성격…부부가 함께 이뤄”
“후불 임금 성격…부부가 함께 이뤄”
미래에 받게 될 퇴직금이나 퇴직연금도 이혼 때 나눠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민일영 대법관)는 16일 교사 ㄱ(44)씨와 정부 출연 연구소 연구원인 남편 ㄴ(44)씨의 이혼소송에서 미래 퇴직금은 재산분할 대상이 아니라고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전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퇴직금과 퇴직연금은 후불임금 성격이 포함돼 있어 부부가 협력해 이룩한 재산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재산분할 대상이 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이어 “이혼 시점에 퇴직금이 확정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재산분할에 포함하지 않는 것은 결혼생활 중 형성한 재산을 나눈다는 재산분할제도의 취지에 맞지 않고 실질적 공평에도 반한다”고 설명했다. 기존 대법원 판례는 퇴직일과 퇴직금·퇴직연금의 액수가 확정되지 않았다면 장차 얼마나 받을지가 불확실해 재산 가치를 평가하기 어려우므로 이혼할 때 재산분할 대상이 아니라고 봤다.
대법원은 이번에 판례를 바꾼 이유로 △이혼 전 받은 퇴직금은 재산분할 대상인 것에 견줘 형평에 어긋나고 △법적으로 지급이 보장된 퇴직금은 불확실성이 별로 크지 않으며 △미래의 퇴직금을 재산분할 대상에 넣지 않으면 결혼 생활이 파탄났는데도 퇴직금을 받을 때까지 이혼을 미룰 수 있다는 점도 들었다. 대법원은 또 다달이 받는 퇴직연금도 재산분할 대상에 넣어야 한다고 판결했다. 기존 판례는 일시금으로 받은 퇴직금만 분할 대상으로 삼았다.
또 분할 비율은 재직기간에서 혼인기간이 차지하는 비율, 직업과 업무 내용, 육아 등 가사 부담 기여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대법원은 밝혔다. 이혼소송의 사실심(1·2심) 변론이 끝난 시점의 예상 퇴직금을 분할 대상으로 삼으라는 기준도 제시했다.
남편 ㄴ씨는 14년간 함께 결혼생활을 한 ㄱ씨가 2010년 이혼소송을 내자 부부의 퇴직금도 재산분할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대전고법은 혼인 파탄의 주된 책임이 있는 남편이 아내에게 위자료 2000만원을 주는 한편, 현재 재산을 남편 60%, 부인 40%의 비율로 나누라고 판결했다.
이번 대법원 판결에 따라 대전고법 파기환송심은 부부의 미래 퇴직금에 대해서도 분할 비율을 정하게 된다. 2심 변론이 끝난 2011년 7월 기준으로 아내의 예상 퇴직금은 약 1억원, 남편은 약 4000만원이다. 기준일은 파기환송심 변론이 끝나는 날로 바뀌게 된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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