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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경찰, 석연찮은 ‘피살 재력가 뇌물장부 감추기’

등록 2014-07-16 20:11

캐비닛에 넣어두고 깜빡 잊었다?
강서서, 서울경찰청에 “파기” 보고
“경찰 비리 포함돼 은폐” 의혹 일어
검·경 수사권 갈등으로 또 비화?
김학의·김광준 등 사건 뺏긴 경찰
‘사건 키워 검사잡으려’ 뒷말 나와
검찰도 ‘제식구 감싸기’ 의혹
2백만원→3백만원→1780만원 말바꿔
“강한불빛 비춰 추가확인” 해명 옹색
‘강서 재력가 살인 사건’의 주요 증거물인 ‘매일기록부’(금전출납부) 사본 2부가 이 사건을 수사한 서울 강서경찰서에 그대로 보관돼 있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경찰이 이를 숨긴 ‘의도’를 놓고 의혹이 커지고 있다. 경찰은 단순 실수라고 설명하지만 상급 기관인 서울지방경찰청에도 보고조차 하지 않는 등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이 여럿이다.

16일 서울경찰청의 설명을 종합하면, 강서경찰서는 살인 사건 발생 다음날인 지난 3월4일 피해자 송아무개(67)씨의 사무실에서 매일기록부를 발견해 사본을 뜨고 원본은 송씨 아들에게 돌려줬다. 경찰은 “용의자 팽아무개씨 추적에 집중하느라 사본을 캐비닛에 넣어두고 그 존재를 잊었다”고 했다.

그 뒤 경찰은 김형식(44·구속) 서울시의원을 살인교사 용의자로 보고 돈거래를 확인하기 위해 5월22일 송씨 아들에게 원본을 보여달라고 다시 요구했지만, 그는 이런저런 이유로 거부하다 지난달 19일에야 경찰에 제출했다. 강서경찰서는 장부의 사본을 다시 뜬 뒤 김 의원과 정아무개 검사 등의 이름이 나오는 2쪽짜리 요약본을 서울경찰청에 보고하면서 “사본은 ‘갈아버렸다’”고 했다. 검사의 수뢰 혐의를 포착하고도 핵심 증거인 장부 원본은 뇌물 공여 혐의자의 가족에게 돌려주고 사본은 파기했다는 것이다.

사본의 존재를 두고 논란이 커진 14일 이후 서울경찰청은 거듭 확인에 나섰지만 강서경찰서는 그때마다 ‘파기해서 없다’고 답변했다고 한다. 하지만 강서경찰서는 15일 서울남부지검이 강하게 요구하자 그제야 사본을 내놓는 황당한 상황을 연출했다. 결국 서울경찰청은 하급 기관에 뒤통수를 맞은 꼴이 됐다.

이를 두고 장부에 경찰의 비위 사실이 여럿 있기 때문에 은폐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인다. 이에 서울경찰청은 “이미 알려진 몇몇 경찰들 외에 다른 이는 없다”고 했다. 검찰 몰래 수사해 ‘검사를 잡아보겠다’는 공명심이 일을 꼬이게 만들었다는 추측도 나온다. 경찰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사건, 김광준 부장검사 뇌물 사건 등에 의욕을 보였으나 본격적인 수사는 못 하고 사건을 검찰에 넘겨야 했다. 서울경찰청은 강서경찰서 관련자들에 대한 감찰을 검토하고 있다.

검찰 역시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다. 검찰은 검사 금품수수 의혹과 관련해 ‘1차례 200만원→2차례 300만원→10차례 1780만원’으로 이틀 사이에 말을 두번이나 바꿨다. 이상호 서울남부지검 차장은 송씨 아들이 수정액으로 지운 부분을 불빛에 비췄을 때 이름이 보이지 않았는데, 추가 의혹 제기 뒤 다시 강한 불빛에 비추니까 검사 이름이 보였다고 했다. “형설지공식 수사 기법”이라는 비아냥이 나오는 이유다.

한편 대검 감찰본부는 송씨한테서 10차례에 걸쳐 1780만원을 받은 의혹이 제기된 정 검사와 관련해 통화내역 조회 등을 통해 조사할 방침이다. 송씨의 매일기록부에 수십만원에서 수백만원을 받은 것으로 나오는 경찰, 구청, 세무서 공무원은 수십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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