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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단독] 경찰, 석연찮은 ‘피살 재력가 뇌물장부 감추기’

등록 2014-07-17 01:31수정 2014-07-17 07:47

‘강서 재력가 살인 사건’의 주요 증거물인 ‘매일기록부’(금전출납부) 사본 2부가 이 사건을 수사한 서울 강서경찰서에 그대로 보관돼 있었다는 사실이 새로 확인되면서 경찰이 이를 숨긴 ‘의도’를 놓고 의혹이 커지고 있다. 검찰은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금전출납부를 추가로 확보해 수사에 착수했다.

캐비닛에 사본 넣어두고 깜빡 잊었다?
강서서, 서울경찰청에 “파기” 보고
“경찰비리 포함돼 은폐” 의혹 일어
‘사건 키워 검사 잡으려…’ 뒷말도

검찰 ‘제식구 감싸기’ 의혹
2백만원→3백만원→1780만원 말바꿔
“지워진 부분 나중에 확인” 해명 옹색

검찰 1991~2005년 장부 추가확보
액수·대가성 기준 공직자 솎아내기
뇌물장부 진술증거로 인정받을수도

■ 경찰 “파기했다” 허위보고 16일 서울경찰청의 설명을 종합하면, 강서경찰서는 살인 사건 발생 다음날인 지난 3월4일 피해자 송아무개(67)씨의 사무실에서 매일기록부를 발견해 사본을 뜬 뒤 원본은 송씨 아들에게 돌려줬다. 경찰은 “용의자 팽아무개씨 추적에 집중하느라 사본을 캐비닛에 넣어두고 그 존재를 잊었다”고 했다.

그 뒤 경찰은 김형식(44·구속) 서울시의원을 살인교사 용의자로 보고 돈거래를 확인하기 위해 5월22일 송씨 아들에게 원본을 보여달라고 다시 요구했지만, 그는 이런저런 이유로 거부하다 지난달 19일에야 경찰에 제출했다. 강서경찰서는 장부의 사본을 다시 뜬 뒤 김 의원과 정아무개 검사 등의 이름이 나오는 2쪽짜리 요약본을 서울경찰청에 보고하면서 “사본은 ‘갈아버렸다’”고 했다. 검사의 수뢰 혐의를 포착하고도 핵심 증거인 장부 원본은 뇌물 공여 혐의자의 가족에게 돌려주고 사본은 파기했다는 것이다.

사본의 존재를 두고 논란이 커진 14일 이후 서울경찰청은 거듭 확인에 나섰지만 강서경찰서는 그때마다 ‘파기해서 없다’는 답변만 되풀이했다고 한다. 하지만 강서경찰서는 15일 서울남부지검이 강하게 요구하자 그제야 3월4일에 만든 사본을 내놓는 황당한 상황을 연출했다. 결국 서울경찰청은 하급 기관에 뒤통수를 맞은 꼴이 됐다.

이를 두고 장부에 경찰의 비위 사실이 여럿 있기 때문에 은폐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인다. 이에 서울경찰청은 “이미 알려진 몇몇 경찰들 외에 다른 이는 없다”고 했다. 검찰 몰래 수사해 ‘검사를 잡아보겠다’는 공명심이 일을 꼬이게 만들었다는 추측도 나온다. 경찰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사건, 김광준 부장검사 뇌물 사건 등에 의욕을 보였으나 본격적인 수사는 해보지도 못한 채 사건을 검찰로 넘긴 바 있다. 서울경찰청은 검찰의 살인 사건 수사가 끝나는 대로 강서경찰서의 허위보고 이유 등에 대해 감찰하기로 했다.

■ 검찰이 확보한 추가 장부에는 누가? 검찰은 송씨가 작성한 2006~2014년치 장부 외에 1991~2005년 돈거래 내역이 담긴 별도 장부도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검찰은 공소시효와 상관없이 일단 송씨한테서 돈을 받은 것으로 추정되는 전·현직 공직자들을 골라낸 뒤 이 가운데 ‘일정 액수 이상’과 ‘대가성’ 등을 기준으로 수사 대상을 추려내는 작업을 하고 있다. 이 수사는 송씨 살인 사건을 맡은 서울남부지검 형사4부(부장 최경규)가 아닌 형사5부(부장 김관정)가 맡았다.

검찰은 이날 송씨의 장부를 “진술증거로 볼 수도 있다”고 했다. 비록 송씨가 숨지기는 했지만 장기간 구체적인 사항을 매일 기재해온 만큼 필적감정 등을 거치면 형사소송법의 ‘특신상태’(특별히 믿을 수 있는 상태에서 작성된 증거)가 인정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앞서 송씨의 아들은 검찰 조사에서 “아버지와 함께 정 검사를 2~3차례 함께 봤다. 사람이 좋아 보여서 보호해주고 싶었다. 아버지도 정 검사를 좋아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들은 다른 공직자들에 대해서도 “같이 식사도 했던 사람들이라 지켜주고 싶어서 수정액으로 장부의 이름을 지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 검사에 대한 본격 수사에 착수했지만, 검찰도 비판에서 자유롭지는 못하다. 검찰은 검사 금품수수 의혹과 관련해 ‘1차례 200만원→2차례 300만원→10차례 1780만원’으로 이틀 새 말을 두차례나 바꿨다. 이상호 서울남부지검 차장은 송씨 아들이 수정액으로 지운 부분을 불빛에 비췄을 때 이름이 보이지 않았는데, 추가 의혹이 제기된 뒤 다시 강한 불빛에 비추니까 검사 이름이 보였다고 했다. “형설지공식 수사 기법”이라는 비아냥이 나오는 이유다.

서영지 김원철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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