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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잊지 않겠습니다” 300명이 참여한 ‘노란테이블’

등록 2014-07-20 16:24

18일 열린 시민행동프로그램 ‘노란테이블’
다함께 “세월호 진실이 밝혀지길 요구합니다”
“세월호 참사로 먼저 세상을 떠난 언니, 오빠들의 평생 친구, 후배로 남겠습니다. 그리고 왜 억울하게 희생을 당했는지 진실이 밝혀지길 요구합니다.” 안산에 있는 고등학교 1학년 박지민양은 이렇게 요구하고 다짐했다. 이날 박지민양의 커다란 명찰 위에는 자기 이름 외에 세월호로 희생된 선배들의 이름이 빼곡했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94일 째 되는 18일 저녁 서울 종로구 수운회관에서 열린 시민행동프로그램 ‘노란테이블’(주관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희망제작소, 후원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에서는 약 300여 명의 시민이 모여 약속과 다짐을 이어갔다. 10대에서 80대까지, 중학생에서 주부, 대학교수에 이르기까지 뭐라도 하려는 마음은 있지만 어떻게 해야 할 지 막막했던 시민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이들은 노란테이블 위에서 평등하게 서로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공감하며, 다짐했다.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수운회관에서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한국을 바꾸는 천개의 행동‘ 노란테이블 행사가 진행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수운회관에서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한국을 바꾸는 천개의 행동‘ 노란테이블 행사가 진행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노란테이블에 참석하게 된 동기는 저마다 다양했지만 이제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마음은 똑같았다. 고등학교 1학년인 박지민 양은 “언니 오빠 들이 억울하게 희생되었는데도 막상 저 같은 청소년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곳이 없어서, 청소년의 이야기를 말씀드리고 싶어서” 참석했다고 말했다. 외국계 회사에 근무했다는 40대 임수연씨는 “시간은 흐르고 마음은 답답했는데 나부터 참여해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에서”, 파주에서 온 50대 이원영씨는 “세월호 이후 늘 마음이 아팠는데 지인이 권유해서 같이 왔다”고 했다.

노란테이블은 세월호 참사와 같이 안전을 위협하는 문제가 왜 발생했는지에 대해 ‘이슈진단하기’, 문제해결을 위해서는 어떤 가치가 필요한지에 대해 ‘상상하기’, 그리고 ‘요구하고 다짐하기’의 세 가지 단계로 진행되었다. 약 10명으로 구성된 원탁테이블마다 노란 테이블보가 깔려있고, 토론진행을 돕는 3가지 색상의 툴킷카드가 놓여있었다. 검정색은 이슈발견 카드, 노란색은 문제발견 카드, 주황색은 변화상상 카드로, 각각의 주제에 대한 열쇳말들이 적혀 있다. 시민들은 번갈아 가면서 각자 우리 사회의 ‘이슈’라고 생각하는 카드를 놓고, 그 옆에 ‘문제발견’ 카드를 놓으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러다보면 자연스럽게 이슈-문제 지도가 만들어지고 그 위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기본 가치를 덧붙이는 식이다.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수운회관에서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한국을 바꾸는 천개의 행동‘ 노란테이블 행사에서 참석자들이 세월호 희생자를 위해 묵념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수운회관에서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한국을 바꾸는 천개의 행동‘ 노란테이블 행사에서 참석자들이 세월호 희생자를 위해 묵념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이날, 전체적으로 가장 많이 꼽힌 열쇳말은 원전사고, 빈부격차, 환경오염, 소외 등이었고, ‘문제발견’ 키워드는 ‘공동체의식이 부족하다’, ‘돈만 밝힌다’, ‘부정부패가 많다’ 등이었다. 이렇게 ‘카드놀이’ 방식으로 하다 보니 나이, 직업, 정치사회적 지식에 관계없이 모두들 쉽게 참여하고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다. 마지막 단계는 ‘변화를 요구하고 약속하기’다. “세월호에 대해 진실을 말하도록 요구하겠다”(진영호, 교사), “원자력 등 도사리고 있는 위험에 대해 정직하게 말해줄 것을 요구한다”(이상선, 대학교수), “학생들을 무한 경쟁으로 몰아넣는 서울대를 없앨 것을 요구한다”(중3 여학생), “세월호 유가족의 요구는 무조건 들어주길 요구한다”(고2 여학생) 등 다양한 요구들이 쏟아져나왔다. 시민들은 자신의 요구와 다짐을 노란카드 위에 꾹꾹 눌러 적은 후 인증샷을 찍고 약속했다. “그동안은 생각이 다르면 이야기도 나누지 못했는데, 이제 다른 생각을 가진 친구들과도 인내를 가지고 대화하겠습니다”는 고등학생의 다짐부터, “곧 과에서 학생회를 만들려고 하는데 노란테이블을 펴고 친구들과 실천해보겠다는”는 대학생까지 수백 개의 다짐이 이어졌다.

노란테이블은 하루의 행사로 끝나는 게 아니다. 각자가 한 요구와 다짐은 인증샷으로 페이스북에 올려진다. 시민들은 일상으로 돌아가 자신이 한 실천들을 여기에 덧붙이면서 다짐은 현실이 된다. 참여한 시민들은 2명 이상만 되면 누구나, 어디에서나 노란테이블을 펼쳐 토론을 벌일 수 있는 도구인 토론툴킷을 선물로 받아갔다. 이날 300명의 시민들이 펼친 노란테이블은 1000만개의 행동을 위한 작은 출발이었다.

한귀영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 연구위원hgy421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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