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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처벌 대신 화해하시죠”…형사 조정 꾸준히 증가

등록 2014-07-20 19:40수정 2014-07-20 22:08

소액사기·횡령·명예훼손 사건 등
검사가 피해자 동의받아 회부
5년간 2배로…조정성립률 50%대

민간 조정위원이 중재 역할 맡아
“체불임금 지급 등 실질 피해회복
가해자 반성 통한 재발방지 효과”
#일용직 노동자 ㄱ씨는 지난 5월 한 경마장에서 경기를 보다 술에 취해 난동을 부렸다. 공무원 ㄴ씨가 제지하려다 ㄱ씨에게 멱살을 잡히고 욕설을 들었다. ㄱ씨는 출동한 경찰에 체포됐고, 사건을 송치받아 양쪽의 사정을 살펴본 검사는 이 사건을 형사조정위원회에 넘겼다. 50대인 ㄴ씨는 무엇보다 부하 직원들이 모두 보는 앞에서 자신이 모욕당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은 상태였다. ㄴ씨는 ㄱ씨의 어려운 형편을 듣고, 치료비는 안 받아도 되니 사과는 꼭 받고 싶다고 했다. 조정위원들의 설득에 ㄱ씨는 ㄴ씨 사무실에 찾아가 전 직원 앞에서 사과했다. ㄴ씨는 덕분에 분이 풀렸고, ㄱ씨는 형사처벌을 면했다.

#지난 5월 지하철을 타고 가던 20대 ㄷ씨는 맞은편에서 한 남성이 여성에게 치근대는 모습을 봤다. ㄷ씨는 이를 제지하려고 말을 했다가 그 남성과 시비가 붙었다. 둘 사이에 약간의 몸싸움이 있었는데 상대는 병원에서 전치 2주 진단서를 끊어 ㄷ씨를 폭행 혐의로 고소했다. 법적으로 따지면 ㄷ씨가 기소될 수밖에 없었다. 이 사건 역시 형사조정위로 넘어왔고, 위원들은 상대에게 “당신에게도 싸움을 유발한 책임이 있다”며 치료비만 받고 합의하도록 유도해 성사시켰다.

검찰이 분쟁을 당사자 간 화해로 풀도록 하는 형사조정제도가 정착해가고 있다. 2007년 6월 도입된 형사조정제도 회부 대상은 차용금·공사대금·투자금 등 돈거래 과정에서 발생한 소액 사기·횡령 사건이나, 명예훼손·모욕·임금체불·지적재산권 침해 등 사적 분쟁 사건 등이다. 이 외에도 검사가 분쟁 해결에 적합하다고 판단되면 형사조정위에 회부할 수 있다. 다만 피해자의 사전 동의가 필수다.

대검찰청이 집계한 최근 5년간 형사조정위 처리 건수를 보면, 2009년 1만5328건에서 지난해 2만8441건으로 두배 가까이 늘었다. 올해도 6월까지 2만20건이 처리돼 이런 속도대로라면 연말에는 4만건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형사조정위에 회부된 사건의 조정 성립률은 매년 50%대를 유지하고 있다. 민사소송의 조정률이 30%대인 점과 비교하면 상당히 높은 편이다.

형사조정은 검찰이 직접 중재를 하면 당사자들한테 오해를 살 수 있어 민간 조정위원들이 참여한다. 조정위원은 주로 교수·교사 출신, 공무원 출신, 변호사·법무사, 사회복지단체 근무자로 전국에 2400여명이 활동하고 있다.

서울남부지검에서 활동하는 한 조정위원은 “임금체불 사건이 많은데, 그중에서도 젊은이들이 일을 하고 돈을 못 받는 경우가 늘고 있다. 어차피 기소되면 벌금을 낼 텐데 그럴 바엔 벌금 낼 돈으로 임금을 주는 게 낫다고 고용주를 설득해, 결국 전세금을 빼 좀 더 싼 집으로 옮기고 임금을 지급하도록 합의시킨 사례가 있다”고 말했다.

박지영 대검 피해자인권과장은 “사법의 중요한 기능은 피해 회복인데, 법리적으로만 따져 기소하면 피해자의 억울함이 풀리지 않거나 처벌받는 가해자도 반성을 안 하는 경우가 있다. 형사조정을 통하면 실질적 피해 회복과 가해자의 반성을 통한 재발 방지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게 장점”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형사조정을 정착시키기 위해 민사조정처럼 조정 결정에 강제력을 부여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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