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 유토피아 프로젝트’로 유명한 에릭 올린 라이트 교수가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그는 하버드대를 졸업하고 1976년 버클리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위스콘신-매디슨 대학교에서 오랫동안 사회학을 가르쳐온 세계적 석학이다.
이정용 기자 lee312@hani.co.kr
[싱크탱크 광장] <리얼 유토피아> 저자 에릭 올린 라이트 인터뷰
유토피아는 ‘그 어디에도 없는 나라’다. 이 개념은 16세기, 자본주의 생산체제가 노동자들의 비참한 생활을 낳으면서 탄생했다. 가난한 자도 부자도 없는 평등세상에 대한 꿈은 자본주의 초기, 곧 원시적 축적 단계에서 이미 잉태했던 것이다. 다다를 수 없는 이상향의 꿈을 그리스 말에서 따서 유토피아로 형상화한 이는 영국의 소설가, 토머스 모어였다. 그리고 20세기, 자본주의는 공산주의와의 ‘냉전’을 거쳐 마침내 승리를 만끽하는 듯했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소련이 해체됐다. 인류의 유일한 미래가 자본주의 체제뿐이란 생각은 굳어졌고, 불평등이 더 악화됐지만 급기야 ‘역사의 종언’이란 선언까지 나왔다. 하지만 이 무렵 또다른 흐름도 나타났다. 무엇보다 유토피아가 그 앞에 수식어가 붙어 새롭게 출현했다. 이름하여 ‘리얼 유토피아’이다. 이 새로운 유토피아 담론은 역설적으로 신자유주의 전성기, 그 선도국가인 미국의 한 사회학자에 의해 창조됐다.
자본주의 체제 내부에서 반자본주의적 대안을 과학적으로 탐구하는 연구, 리얼 유토피아 프로젝트를 이끈 이는 세계적 사회학자인 미국 위스콘신-매디슨 대학교의 에릭 올린 라이트 교수다. 국내에선 저서 <리얼 유토피아>로 알려져 있다. 강연차 방한한 그를 최근 서울 마포구 한겨레신문사에서 만나 대화를 나눴다. 그는 자신의 프로젝트에 대해 “현존하는 권력, 특권, 불평등 구조의 대안에 대해 진지하고 심도있게 논의해보려는 시도”라고 말했다. 미국 캘리포니아 버클리의 유복한 집안에서 태어나 마르크스주의자가 된 라이트 교수는 어떻게 자본주의의 대안에 대해 그토록 낙관적인 견해를 지니게 됐을까? 그가 진단하는 오늘의 자본주의와 구체적인 대안은 어떤 것인가?
세계 자본주의 현장 돌며
대안 찾는 프로젝트 이끌어 승자·패자 가르는 자본주의
불필요한 해악 불러일으켜
변혁은 아래로부터 이뤄져야
참여·평등의 공동체 원리 주목
대안적 삶 활성화엔 ‘공간’ 중요
마포 성미산 마을이 좋은 실례 ─강연과 토론 등으로 바쁜 일정을 보내는 것으로 안다. (라이트 교수는 적어도 1년에 두세 차례 해외로 ‘강연 여행’을 나선다.) 한국엔 어떤 일로 왔나? “중앙대(BK21+의 복합위기시대의 사회갈등과 사회통합팀)과 이화여대(SSK 고진로 사회권 연구단) 연구진과의 토론을 위해서 왔다. 하지만 (서울에서) 가장 인상적인 시간은 성미산에서 보낸 하루였다. 성미산 마을공동체를 통해 본 민초들의 행동은 너무나 흥미로웠고, 이곳에서 벌어진 주민들의 공동프로젝트는 독특했다. 대부분의 사회운동이 새 조직을 탄생시키는 형태로 뿌리박지 못하는 상황에서 성미산(의 성과)은 놀라운 일이다.” 서울 마포의 공동체 ‘성미산 마을’은 그가 세계 곳곳을 찾아 확인하고 싶은 자본주의의 대안 찾기 프로젝트인 리얼 유토피아의 또하나의 증거일 것이다. ‘성미산 마을’은 1994년 공동육아를 위해 서울 마포구 성산동 주민들이 함께 만든 어린이집이 그 시작이었는데, 이후 찻집, 유기농 음식 가게, 대안학교, 마을극장 등 지금은 마을 주민들이 더불어 만든 커뮤니티가 40~50개에 이른다. ─리얼 유토피아 프로젝트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 달라. “기본적인 아이디어는 세상에서 우리가 세울 수 있는 새 제도를 탐구하는 것이다. 우리의 사회적 삶을 대안적 방식으로 구체화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래서 우리 자신을 미래로 향하게 하는 연구 프로젝트로 이어지고 있다. 이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2년 안에 금융에 관한 책을 낼 것이다. 지식공유에 관한 책도 준비중이다.” 500쪽이 넘는 라이트 교수의 저서 <리얼 유토피아>는 2012년 발간과 함께 적잖은 반향을 얻었다. 가장 주목받은 것은 리얼 유토피아의 구체적인 증거로서 제시된 여러 대안들이다. 라이트 교수는 이 책을 통해 자본주의 대안들을 일별하도록 함으로써 자본주의 이후의 대안과 그 가능성에 대한 낙관적 태도가 확산될 수 있다고 여겼다. ─중앙대에서 강연한 내용의 주제가 ‘리얼 유토피아를 통해 자본주의에 도전하기’였다. 잇따른 강연에서 자본주의의 해악을 강조했다. “나는 이 세상의 모든 해악이 자본주의 때문이라고 말한 게 아니다. 자본주의가 불필요한 해악을 불러일으킨다고 말했을 뿐이다. 이 표현은 자본주의가 제거할 수 있는 인간의 고통을 영속화시킨다는 점에서 그렇다. 자본주의는 승자와 패자를 낳는 시스템이며, 기득권을 통해 부자는 더 부자가 되고, 가난한 이는 더 가난해지는 체제다. 이것이 진실이다. 그렇지만 자본주의가 긍정적인 면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자본주의는 큰 해악을 낳지만 동시에 성장을 이뤄내고 이익을 창출한다. 나는 큰 해악 없이 자본주의 안에서 이익을 얻는 게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자본주의에 대한 도전과 관련해 두 가지 고전적 관점이 있었다. 길들이기(Taming)와 타파하기(Smashing)다. 전자는 사회민주주의적 관점이고, 후자는 혁명적 관점이다. 당신은 여기에서 넘어서기(transcending)를 덧붙인 것으로 아는데. “아니다. 넘어서기는 옛 버전이다. 침식하기(Eroding capitalism)다. 침식이란 말은 안에서 바스러뜨린다는 것이다. 자본주의는 봉건제 내부에서 나타나 서서히 봉건질서의 토대를 침식했다. 봉건제는 특정 시기에 페달이 부러진 게 아니라 용해됐다. 자본주의와 시장이 그렇게 했다. 사민주의자들은 자본주의에 대한 아스피린적인 처방을 내린다. 그러나 자본주의 체제는 아스피린에 점점 내성을 지니게 됐다. 그래서 우리는 과거보다 더 많은 두통을 겪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 직후 신자유주적 금융자본주의에 대한 대안적 논의가 많았지만 오늘날 실질적인 정책변화는 크지 않다는 생각이다. 왜 그런가? 어떻게 보는가? “권력관계 때문이다. 미국에선 대기업과 대부호들이 (경제는 물론) 정치도 지배하고 있다. 그들은 정당의 정치자금 주요 기부자들이다. 클린턴 일가만 봐도 그렇다. 강연료만으로도 수백만달러를 벌어들이는데 노조나 지역사회 결사체들이 아닌 다국적기업과 은행들한테서 받는다. 유럽은 좀 다르다. 더 진보적인 정책들이 있다. 사회보험과 사회지출이란 측면에서 그렇다. 엘리트들만 보면 대안은 아직 없어 보인다. 대안을 논의하는 이들은 권력 밖에 있거나 엘리트가 아니다.” ─자본주의가 봉건주의를 침식했듯 언젠가 자본주의는 침식돼 새 세상이 열린다는 주장인데, 그렇지만 나를 비롯해 많은 이들은 살아생전에 새 세상을 보고 싶어한다. 더 평등하고 더 자유로운 세상에서 살고 싶어한다. “2014년, 오늘에도 (대안적) 방식들이 있다. 우리는 어떤 면에서 1980년대와 다른 새 사회에서 (이미) 살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위키피디아를 보자. 14년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사전을 만들기 위해 2천~3천명이 하나가 됐다. 사전을 만드는 데 어느 누구도 돈을 지불하지도 받지도 않았다. 정말 멋지지 않았나? 이런 움직임은 세계 사전 시장을 허물어뜨렸다. 지금 어느 누구도 백과사전을 사지 않는다.” 라이트 교수는 위키피디아에 이어 숱한 대안적 사례를 제시했다. 브라질 포르투알레그리의 참여예산제, 몬드라곤의 노동자 소유 협동조합, 기본소득으로 알려진 무조건적 기초소득, 캐나다 퀘벡주의 사회적 경제 등이다. 라이트 교수는 이들 증거를 통해 새로운 대안은 이미 자본주의 체제 내부에서 발아해 다양한 형태로 진행되고 있음을 입증하고자 한다. “사람들이 협동하는 새 방식은 새로운 생산을 산출한다. 나는 현대사회 내부에 있는 이러한 새 방식의 사례를 수없이 찾아내 보여줄 수 있다. 이는 자본가의 방식이 아니다. 다른 원리 아래에서 작동된다. 참여와 평등, 공동체의 원리들이다. 요즘은 특히 지식공유를 둘러싼 민중들의 투쟁에 주목한다.” ─민중들의 투쟁, 당신은 그동안 사회권력과 사회운동의 중요성을 특히 강조했다. “사회변혁은 위로부터 배타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 그러나 내가 생각하는 건 이런 사례가 아니다. 지역사회, 공동체에서 이뤄지는 것이다.” 라이트 교수는 국가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근본적 변혁은 아래로부터, 곧 사회 내부로부터 만들어져야 이뤄질 수 있다고 본다. 사회민주주의와는 다른 접근이다. ─자본주의를 개선하려는 복지국가의 노력이라든가, 사회권력의 강화를 위한 노력이 있었음에도 불평등은 여전하거나 악화하고 있다. 이는 민주주의의 약화로 이어진다. 이런 현실에도 미래를 낙관하는가? “오늘날 증가하는 불평등은 상위권에서 존재한다. 상위권과 중산층 사이가 아니라 상위권과 최상위 쪽 사람들 사이의 것이다. 불평등의 악화는 이제 부자와 슈퍼부자 사이에 있음에 주목해야 한다.” 라이트 교수와의 대화는 이후 복지국가와 사회권력 등 다양한 이슈를 넘나들며 이어졌다. 그는 복지국가의 중요성엔 동의하면서도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안정적이지도 않다고 본다. “다른 것이 있어야만 지속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는 또 지식공유를 통한 경제성장 모델에도 깊은 관심을 표명했다. 지역사회의 대안에 주목하지 않는 언론의 문제를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대안적 움직임의 하나로 공동체를 활성화하는 전략으로서 ‘공간’의 중요성을 매우 강조했다. 사람들이 모이는 물리적 공간을 통해 새로운 것들이 만들어진다는 것이며, 성미산 마을은 그 좋은 실례라고 말했다. 중절모를 쓰고 인터뷰 내내 만면에 웃음을 놓치지 않는 예순일곱의 학자는 “살아있고, 문제없는 한” 리얼 유토피아 프로젝트를 계속할 것이라는 말로 대화를 마쳤다. 이창곤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장 goni@hani.co.kr
대안 찾는 프로젝트 이끌어 승자·패자 가르는 자본주의
불필요한 해악 불러일으켜
변혁은 아래로부터 이뤄져야
참여·평등의 공동체 원리 주목
대안적 삶 활성화엔 ‘공간’ 중요
마포 성미산 마을이 좋은 실례 ─강연과 토론 등으로 바쁜 일정을 보내는 것으로 안다. (라이트 교수는 적어도 1년에 두세 차례 해외로 ‘강연 여행’을 나선다.) 한국엔 어떤 일로 왔나? “중앙대(BK21+의 복합위기시대의 사회갈등과 사회통합팀)과 이화여대(SSK 고진로 사회권 연구단) 연구진과의 토론을 위해서 왔다. 하지만 (서울에서) 가장 인상적인 시간은 성미산에서 보낸 하루였다. 성미산 마을공동체를 통해 본 민초들의 행동은 너무나 흥미로웠고, 이곳에서 벌어진 주민들의 공동프로젝트는 독특했다. 대부분의 사회운동이 새 조직을 탄생시키는 형태로 뿌리박지 못하는 상황에서 성미산(의 성과)은 놀라운 일이다.” 서울 마포의 공동체 ‘성미산 마을’은 그가 세계 곳곳을 찾아 확인하고 싶은 자본주의의 대안 찾기 프로젝트인 리얼 유토피아의 또하나의 증거일 것이다. ‘성미산 마을’은 1994년 공동육아를 위해 서울 마포구 성산동 주민들이 함께 만든 어린이집이 그 시작이었는데, 이후 찻집, 유기농 음식 가게, 대안학교, 마을극장 등 지금은 마을 주민들이 더불어 만든 커뮤니티가 40~50개에 이른다. ─리얼 유토피아 프로젝트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 달라. “기본적인 아이디어는 세상에서 우리가 세울 수 있는 새 제도를 탐구하는 것이다. 우리의 사회적 삶을 대안적 방식으로 구체화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래서 우리 자신을 미래로 향하게 하는 연구 프로젝트로 이어지고 있다. 이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2년 안에 금융에 관한 책을 낼 것이다. 지식공유에 관한 책도 준비중이다.” 500쪽이 넘는 라이트 교수의 저서 <리얼 유토피아>는 2012년 발간과 함께 적잖은 반향을 얻었다. 가장 주목받은 것은 리얼 유토피아의 구체적인 증거로서 제시된 여러 대안들이다. 라이트 교수는 이 책을 통해 자본주의 대안들을 일별하도록 함으로써 자본주의 이후의 대안과 그 가능성에 대한 낙관적 태도가 확산될 수 있다고 여겼다. ─중앙대에서 강연한 내용의 주제가 ‘리얼 유토피아를 통해 자본주의에 도전하기’였다. 잇따른 강연에서 자본주의의 해악을 강조했다. “나는 이 세상의 모든 해악이 자본주의 때문이라고 말한 게 아니다. 자본주의가 불필요한 해악을 불러일으킨다고 말했을 뿐이다. 이 표현은 자본주의가 제거할 수 있는 인간의 고통을 영속화시킨다는 점에서 그렇다. 자본주의는 승자와 패자를 낳는 시스템이며, 기득권을 통해 부자는 더 부자가 되고, 가난한 이는 더 가난해지는 체제다. 이것이 진실이다. 그렇지만 자본주의가 긍정적인 면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자본주의는 큰 해악을 낳지만 동시에 성장을 이뤄내고 이익을 창출한다. 나는 큰 해악 없이 자본주의 안에서 이익을 얻는 게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자본주의에 대한 도전과 관련해 두 가지 고전적 관점이 있었다. 길들이기(Taming)와 타파하기(Smashing)다. 전자는 사회민주주의적 관점이고, 후자는 혁명적 관점이다. 당신은 여기에서 넘어서기(transcending)를 덧붙인 것으로 아는데. “아니다. 넘어서기는 옛 버전이다. 침식하기(Eroding capitalism)다. 침식이란 말은 안에서 바스러뜨린다는 것이다. 자본주의는 봉건제 내부에서 나타나 서서히 봉건질서의 토대를 침식했다. 봉건제는 특정 시기에 페달이 부러진 게 아니라 용해됐다. 자본주의와 시장이 그렇게 했다. 사민주의자들은 자본주의에 대한 아스피린적인 처방을 내린다. 그러나 자본주의 체제는 아스피린에 점점 내성을 지니게 됐다. 그래서 우리는 과거보다 더 많은 두통을 겪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 직후 신자유주적 금융자본주의에 대한 대안적 논의가 많았지만 오늘날 실질적인 정책변화는 크지 않다는 생각이다. 왜 그런가? 어떻게 보는가? “권력관계 때문이다. 미국에선 대기업과 대부호들이 (경제는 물론) 정치도 지배하고 있다. 그들은 정당의 정치자금 주요 기부자들이다. 클린턴 일가만 봐도 그렇다. 강연료만으로도 수백만달러를 벌어들이는데 노조나 지역사회 결사체들이 아닌 다국적기업과 은행들한테서 받는다. 유럽은 좀 다르다. 더 진보적인 정책들이 있다. 사회보험과 사회지출이란 측면에서 그렇다. 엘리트들만 보면 대안은 아직 없어 보인다. 대안을 논의하는 이들은 권력 밖에 있거나 엘리트가 아니다.” ─자본주의가 봉건주의를 침식했듯 언젠가 자본주의는 침식돼 새 세상이 열린다는 주장인데, 그렇지만 나를 비롯해 많은 이들은 살아생전에 새 세상을 보고 싶어한다. 더 평등하고 더 자유로운 세상에서 살고 싶어한다. “2014년, 오늘에도 (대안적) 방식들이 있다. 우리는 어떤 면에서 1980년대와 다른 새 사회에서 (이미) 살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위키피디아를 보자. 14년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사전을 만들기 위해 2천~3천명이 하나가 됐다. 사전을 만드는 데 어느 누구도 돈을 지불하지도 받지도 않았다. 정말 멋지지 않았나? 이런 움직임은 세계 사전 시장을 허물어뜨렸다. 지금 어느 누구도 백과사전을 사지 않는다.” 라이트 교수는 위키피디아에 이어 숱한 대안적 사례를 제시했다. 브라질 포르투알레그리의 참여예산제, 몬드라곤의 노동자 소유 협동조합, 기본소득으로 알려진 무조건적 기초소득, 캐나다 퀘벡주의 사회적 경제 등이다. 라이트 교수는 이들 증거를 통해 새로운 대안은 이미 자본주의 체제 내부에서 발아해 다양한 형태로 진행되고 있음을 입증하고자 한다. “사람들이 협동하는 새 방식은 새로운 생산을 산출한다. 나는 현대사회 내부에 있는 이러한 새 방식의 사례를 수없이 찾아내 보여줄 수 있다. 이는 자본가의 방식이 아니다. 다른 원리 아래에서 작동된다. 참여와 평등, 공동체의 원리들이다. 요즘은 특히 지식공유를 둘러싼 민중들의 투쟁에 주목한다.” ─민중들의 투쟁, 당신은 그동안 사회권력과 사회운동의 중요성을 특히 강조했다. “사회변혁은 위로부터 배타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 그러나 내가 생각하는 건 이런 사례가 아니다. 지역사회, 공동체에서 이뤄지는 것이다.” 라이트 교수는 국가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근본적 변혁은 아래로부터, 곧 사회 내부로부터 만들어져야 이뤄질 수 있다고 본다. 사회민주주의와는 다른 접근이다. ─자본주의를 개선하려는 복지국가의 노력이라든가, 사회권력의 강화를 위한 노력이 있었음에도 불평등은 여전하거나 악화하고 있다. 이는 민주주의의 약화로 이어진다. 이런 현실에도 미래를 낙관하는가? “오늘날 증가하는 불평등은 상위권에서 존재한다. 상위권과 중산층 사이가 아니라 상위권과 최상위 쪽 사람들 사이의 것이다. 불평등의 악화는 이제 부자와 슈퍼부자 사이에 있음에 주목해야 한다.” 라이트 교수와의 대화는 이후 복지국가와 사회권력 등 다양한 이슈를 넘나들며 이어졌다. 그는 복지국가의 중요성엔 동의하면서도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안정적이지도 않다고 본다. “다른 것이 있어야만 지속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는 또 지식공유를 통한 경제성장 모델에도 깊은 관심을 표명했다. 지역사회의 대안에 주목하지 않는 언론의 문제를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대안적 움직임의 하나로 공동체를 활성화하는 전략으로서 ‘공간’의 중요성을 매우 강조했다. 사람들이 모이는 물리적 공간을 통해 새로운 것들이 만들어진다는 것이며, 성미산 마을은 그 좋은 실례라고 말했다. 중절모를 쓰고 인터뷰 내내 만면에 웃음을 놓치지 않는 예순일곱의 학자는 “살아있고, 문제없는 한” 리얼 유토피아 프로젝트를 계속할 것이라는 말로 대화를 마쳤다. 이창곤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장 goni@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