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지 않겠습니다 25]
격투기 선수 되고팠던 홍래에게
주변에서 항상 ‘엄마 껌딱지’라고 부를 정도로 늘 함께였던 우리 아들 홍래만 생각하면 눈물이 나고 보고 싶다는 마음뿐이구나. 연년생인 형과 학교 가는 시간 빼고는 항상 운동하러 가고, 잠자고.
지방에 계신 아빠가 못 올라 오실 때는 아빠한테 같이 다니며 서로 의지하며 쌍둥이처럼 지냈는데.
형도 너의 빈자리를 아파하며 힘들어 하는구나. 엄마가 일 끝나면 셋이 심야영화도 보러 다니고 맛있는 것도 먹으며, 나중에 어른이 되면 뭐든지 다해준다고 하던 아들인데. 다정하고 항상 웃으며 엄마 옆에서 조잘대며 딸 노릇까지 해주던 아들인데. 배타고 여행가는 건 처음이라며 설레고 기대된다고 하며 수학여행을 나섰는데. 너와의 마지막이 될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는데. 사고 당일 엄마와 통화하며 “배가 기울어져서 구명조끼 입고 있으며 밖에 바다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할 때, 엄마는 그저 “선생님 말씀과 안내방송을 따르라”고 말했다. 내 자신이 너무 원망스럽고 미안할 뿐이구나.
구명조끼를 입고 있던 너를 꼭 살아서 볼 수 있겠다고 다짐하며 기다렸는데. 8일 만에 만난 너는 구명조끼도 입지 않은 채 엄마 품으로 돌아왔더구나. 강한 아이라 구조될 거라 믿었기에 구명조끼를 누군가에게 벗어주고 돌아온 너를 보며 얼마나 가슴이 아프던지.
수학여행에서 돌아오면 격투기 아마추어, 프로대회 나갈 준비도 열심히 하던 우리 홍래. 어제는 엄마, 아빠가 또 한 번 너의 옷을 부둥켜 안고 얼마나 울었는지 몰라. 두 달이 넘게 바닷속에서 녹슬고 흙투성인 옷을 보며, 널 애타며 기다렸다 만났을 때의 냄새와 똑같아서 눈물만 나오더구나.
우리 아들 홍래야. 엄마는 모든 게 미안하구나. 그곳에서는 고통도 없이 네가 이루고 싶은 거 하며 친구들과 선생님과 함께 늘 웃으며 행복하게 지내길 바란다. 엄마, 아빠의 아들로 태어나줘서 너무나 고맙고. 너의 형아도 지켜보며 보살펴주렴. 너무 보고 싶고.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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