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일 경찰이 지난달 12일 전남 순천시 서면 학구리 매실밭에서 발견된 변사체가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이라고 밝혔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지난 1992년 세모 사기사건 선고공판, 오대양사건 관련해 대전지검에서 조사, 사진작가 ‘아해’로 활동하는 유 전 회장 모습. 2014.7.22(서울=연합뉴스)
경찰, 사실상 유 전 회장 사망 인정
여론은 갑작스러운 발표에 여전히 물음표
수사 기관이 밝혀야 할 의혹 정리
여론은 갑작스러운 발표에 여전히 물음표
수사 기관이 밝혀야 할 의혹 정리
세월호 침몰 사고 100일을 앞둔 22일 경찰이 지난 6월12일 순천 송치재 휴게소 인근 매실밭에서 발견된 주검이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으로 확실시된다는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유전자 검사와 지문 감식 결과를 토대로 경찰이 사실상 유 전 회장의 사망을 인정한 가운데 여론은 갑작스러운 경찰 발표에 여전히 물음표를 던지고 있다. 수사기관이 앞으로 밝혀야 할 의혹을 정리했다.

22일 오전 경찰의 DNA 감식결과 유병언으로 추정된 변사체가 지난달 12일 발견된 전남 순천시 서면 신촌리의 모 야산 밑 밭에서 변사체를 처음 발견한 마을 주민이 아직 현장에 남아있는 변사체의 머리카락과 뼈조각을 가리키고 있다. 2014.7.22(순천=연합뉴스)
② 왜 죽었을까? 경찰은 22일 오전 브리핑에서 “칼자국이나 주변의 발자국 등 타살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고 했다. 자살 가능성 여부에 대해서는 “독극물에 대한 검사는 국과수의 2차 부검에서 드러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신출귀몰한 도피 행각을 벌일 정도로 강한 의지를 보였던 유 전 회장이 자살을 했다는 사실도 납득이 가지 않는다. 표창원 범죄과학연구소 소장은 이날 ‘YTN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급하게 도주하는 과정에서 다른 건장한 조력자들은 도주를 하고 유병언은 오래 걷지 못하는 상태에서 밤을 지새웠다면 아마 저체온증 등의 자연적인 이유로 사망했을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고 했다.

22일 경찰이 유병언 전 세모그룹회장으로 추정되는 변사체를 전남 순천의 모 장례식장에서 서울과학수사연구소로 옮기기 위해 엠블런스에 옮겨 싣고 있다. 2014.7.22(순천=연합뉴스)
④ 경찰 수색 삼엄했던 송치재 주변에서 어떻게? 우형호 순천경찰서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그동안 8116명의 경찰인력을 동원해 도주로를 차단하고 순천의 주택가와 폐가, 창고, 구원파 소유 건물 등을 수색했다”고 밝혔다. 특히 송치재 휴게소는 검·경이 유 전 회장이 은신해 있을 것으로 보고 급습하기도 하는 등 수색을 집중했던 곳이다. 하지만 유 전 회장으로 추정되는 주검은 송치재 휴게소와 불과 2.5㎞ 떨어진 곳에서 발견됐다. 다른 가능성을 생각하지 않으려면, 검·경의 수색망에 구멍이 뚫렸던 것이라고밖에 생각할 수 없다.
⑤ 왼손 지문 채취 실패했다더니 오른손에서 발견? 경찰이 주검을 발견한 직후부터 채취를 시도한 지문은 왼손이다. 경찰은 6월12일 주검을 발견한 뒤 왼손의 손가락 지문을 채취하려고 두 차례 시도했으나 실패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경찰은 22일 “오른손 검지의 지문이 유 전 회장의 것과 일치한다”고 밝혔다. 21일 경찰청이 주검의 유전자와 유 전 회장의 유전자가 일치한다는 결과를 통보해 오자 부랴부랴 오른손 지문을 채취했다는 것이다. 부패 정도가 심해 두 차례 시도에도 발견되지 않던 지문이 오른손에는 남아있었다는 사실을 갑자기 인지하게 된 점도 납득되지 않는다. 더구나 훨씬 가능성이 큰 오른손 지문을 놔두고 왜 처음부터 왼손 지문을 채취하려고 했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사라지지 않는다. 진명선 기자 tor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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