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폰서 살인’ 사건 수사결과 발표
김·팽, 살인교사·살인혐의 구속기소
두사람이 사건 전후 통화·문자
팽씨 “어떻게든 할테니 초조해 말라”
지난해 9월에도 김씨에 문자메시지
물증대신 정황증거만 공소장에 담아
김, 묵비권 고수…함정수사 주장도
김·팽, 살인교사·살인혐의 구속기소
두사람이 사건 전후 통화·문자
팽씨 “어떻게든 할테니 초조해 말라”
지난해 9월에도 김씨에 문자메시지
물증대신 정황증거만 공소장에 담아
김, 묵비권 고수…함정수사 주장도
‘강서 재력가’ 송아무개(67)씨 살인교사 혐의로 수사를 받아온 김형식(44·구속) 서울시의원이 22일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친구인 김 의원의 사주를 받아 송씨를 살해한 혐의로 팽용찬(44·구속)씨를 함께 기소했다. ‘물증은 없고 진술만 있다’는 평가를 의식한 듯 검찰은 “주요 증거를 다수 확보했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법정에서 사용할 카드’라며 공개하지 않았다.
■ “범죄 공모 메시지 복구” 서울남부지검 형사4부(부장 최경규)는 ‘인생 파국을 막기 위한 살인교사’ ‘완전범죄를 노린 계획범죄’ ‘배신감에 의한 자백’으로 사건 전말을 정리했다. 검찰은 김 의원이 부동산 용도변경의 대가로 2010년 8월 2000만원을 시작으로 2012년 12월까지 4차례에 걸쳐 5억2000만원을 받았다고 밝혔다. 송씨가 대신 낸 술값 등을 합하면 김 의원에게 간 돈이 6억여원에 이른다고 했다.
이는 서울시의회 도시계획관리위원회 위원이던 김 의원이 송씨 소유 부동산이 있는 강서구 발산역 주변을 제3종 일반주거지역에서 일반상업지역으로 변경해주는 대가였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검찰은 강서구청이 용도변경 가능성을 검토하는 과정에 김 의원과 친분이 있는 강서구의원이 도움을 줬다고 밝혔다.
송씨는 땅값 상승과 관광호텔 증축을 바라며 돈을 줬지만, 제3종 일반주거지역이 준주거지역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일반상업지역으로 변경된 전례가 없는 탓에 뜻을 이루지 못했다. 검찰은 송씨가 금품 수수를 폭로하겠다며 김 의원을 압박했고, 정치생명이 끝날 것을 우려한 김 의원이 2012년 4월께부터 십년지기인 팽씨에게 살해를 집요하게 사주했다고 밝혔다. 팽씨는 지난 3월3일 새벽 송씨 사무실 입구에서 흉기로 송씨를 15차례 때려 살해했다.
검찰은 김 의원과 팽씨의 공모 정황을 뒷받침하는 일부 증거들을 공개했다. 검찰이 복구한 김 의원 휴대전화에서는 지난해 9월19일 팽씨가 “오늘 안 되면 내일 할 거고 낼 안 되면 모레 할 거고 어떻게든 할 거니까 초조해하지 마라”라고 써 보낸 카카오톡 메시지가 발견됐다.
또 검찰은 범행 전날인 3월2일 김 의원이 ‘선불 대포폰’으로 팽씨와 8차례 통화하거나 문자메시지를 보냈고, 이에 팽씨가 김 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27초간 통화한 사실도 공모의 정황으로 제시했다. 송씨를 살해하고 1시간30분 뒤인 새벽 2시8분 팽씨는 김 의원에게 범행에 성공했다는 뜻으로 ‘!’ 표시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고도 밝혔다.
■ “돈 갚을 능력 있는데 왜 살해?” 김 의원은 수사 내내 묵비권을 행사하며 혐의를 부인했다. 검찰은 팽씨의 진술과 문자메시지 등 정황증거만을 공소장에 담았다. 검찰은 공판검사 대신 수사검사 전원이 공판에 직접 참여(직관)하는 등 공소유지에 공을 들이는 모양새다.
김 의원의 변호인인 정훈탁 변호사는 “송씨는 살해되기 전날에도 김 의원 부탁을 받고 지역 산악회에 후원을 할 정도로 사이가 나쁘지 않았다. 게다가 송씨에게서 받았다고 검찰이 밝힌 5억2000만원을 갚을 수 있는 능력도 충분하다”고 했다. 이에 대해 이상호 서울남부지검 차장은 “가장 중요한 증거는 공범의 일관되고 구체적인 자백이다. 대포폰 사용 내역이나 범행 전후 통화만 봐도 김 의원이 살인교사를 한 근거는 충분하다”고 말했다. 치열한 법정공방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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