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장남 추적·재산 추징 계속
정부가 세월호 참사의 ‘원흉’으로 지목한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이 숨진 사실이 뒤늦게 확인됨에 따라, 나머지 수사와 정부의 구상금 청구가 어떻게 될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숨진 유씨에게는 ‘공소권 없음’ 처분이 내려진다. 검찰은 유씨 일가가 회삿돈을 빼돌리는 바람에 청해진해운이 세월호를 안전 대책이 부실한 상태에서 운항하도록 해 결국 사고를 냈다고 보고 수사를 진행해왔다. 검찰은 유씨가 월 1500만원의 고문료를 받는 청해진해운의 사실상 회장이라고 판단했고, 김한식(72·구속 기소) 청해진해운 대표한테서 유씨가 세월호 개조 뒤 복원성에 문제가 있다는 보고를 받았다는 진술도 확보했다. 이를 근거로 업무상 과실치사죄가 법원에서 인정되면 참사의 직접적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보고, 유씨 일가의 재산을 확보해 희생자 보상금 등 수습 비용으로 쓰기 위한 절차를 밟아왔다.
검찰이 밝혀낸 유씨 일가의 횡령·배임 혐의 규모는 2400억원가량이다. 유씨가 1291억원, 장녀 섬나(48)씨 492억원, 장남 대균(44)씨 56억원, 차남 혁기(42)씨 559억원이다. 유씨와 자녀들은 상표권·특허권을 등록하고 이를 계열사 법인명과 제품명 등으로 사용하도록 한 뒤 상표 사용료 따위의 명목으로 수십억원씩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유씨 처벌은 물건너갔지만, 검찰은 소송을 통해 구상금을 받아내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검찰은 예금·부동산·주식 등 유씨 일가의 재산 1054억원어치에 대해 다른 곳으로 빼돌리지 못하도록 추징보전 조처를 해놨다. 범죄수익 환수를 목적으로 하는 추징보전은 범죄자가 사망하면 취소된다. 1054억원 가운데 646억원(61%)은 유씨 본인의 실명 또는 차명 재산이라 추징할 수 없게 됐다.
유씨 재산 추징이 어렵더라도 구상권 청구는 가능하다. 현재 검찰은 유씨 재산 가운데 289억원을 가압류해놓은 상태다. 재산을 부인이나 자녀들이 상속받으면 이들에게도 구상금 청구가 가능하다. 하지만 정부가 유씨 재산에 대해 거액의 구상권을 행사하면 재산보다 채무(구상금)가 많아질 수 있어, 자녀들이 ‘한정승인’ 신청을 통해 상속받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상속받은 재산만큼만 유씨의 채무를 갚는 ‘한정승인’을 해도 상속분 모두를 토해내야 하기 때문이다.
형사재판을 통해 유씨의 책임이 가려지면 구상금 회수가 쉬워지겠지만, 청해진해운의 경영 책임을 따져 업무상 과실치사죄를 물을 기회가 사라졌기 때문에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 됐다.
낭패에 빠진 검찰로서는 유씨 자녀들 신병 확보가 더 급해졌다. 대균씨는 세월호 참사 직후 출국금지된 뒤 도피 생활에 들어갔다. 검경은 현상금 1억원을 내걸고 그를 추적중이다. 체포영장이 발부된 섬나씨는 5월27일 프랑스 경찰에 체포돼 범죄인 인도 재판을 받고 있다. 검찰은 미국 영주권자인 혁기씨도 현지에서 잠적함에 따라 인터폴을 통해 적색수배령을 내리고 범죄인 인도를 요청한 상태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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