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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여론몰이용’ 요란만 떤 수사…검찰 수뇌부 책임론 나와

등록 2014-07-22 20:40수정 2014-07-22 22:19

우형호 전남 순천경찰서장(오른쪽)이 22일 오전 순천경찰서에서 열린 브리핑 도중 기자들에게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으로 추정되는 변사체의 오른손 검지 지문 검사 결과 유 전 회장의 것과 일치한다며 손가락을 들어 보이고 있다. 순천/연합뉴스
우형호 전남 순천경찰서장(오른쪽)이 22일 오전 순천경찰서에서 열린 브리핑 도중 기자들에게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으로 추정되는 변사체의 오른손 검지 지문 검사 결과 유 전 회장의 것과 일치한다며 손가락을 들어 보이고 있다. 순천/연합뉴스
유병언 사망 ‘후폭풍’
“꼬리를 놓치지 않고 있다. 포위망을 좁혀가는 상황에 있기 때문에 말씀드리지 못할 뿐이지, 점점 진전돼 가고 있다.”

21일 오후 3시 ‘세월호 참사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임정혁 대검 차장은 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 검거 작업과 관련해 이렇게 밝혔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이날 저녁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지난 6월12일 전남 순천에서 발견된 변사체가 유씨임이 확실하다는 디엔에이(DNA) 분석 결과를 경찰에 통보했고, 이는 검찰에도 전해졌다.

40일 전 주검으로 발견된 사람을 잡겠다며 ‘헛소동’을 벌인 셈이 된 검경은 당혹스러워하면서도 긴장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두 조직 모두 ‘문책론 후폭풍’을 피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유병언 관련 발언 (※클릭하면 확대됩니다.)

“변사사건 조금이라도 이상하면
검사가 직접 검시 나가야 하는데”
수사지휘 최재경 지검장 거취 주목
검거 다그친 박대통령도 ‘난감’

■ “경찰이나 검사나 한심하긴 마찬가지” 검경 내부에서도 이해하기 힘들다는 반응이 나오는 대목은, 6월12일 변사체 발견 뒤의 허술한 일 처리다.

유씨 검거 작전이 펼쳐진 송치재 별장에서 불과 2.5㎞ 떨어진 곳에서 변사체가 발견됐는데도, 경찰과 검찰은 일반적인 노숙자 변사사건으로 보고 대충 지나쳤다. 경찰은 주검 옆 유품들이 유씨와 연결될 수 있다는 점을 완전히 무시했다. 경찰 수사기록에는 세모그룹이 만든 스쿠알렌 병 사진이 포함돼 있었고, 금니가 10개나 있는 점이 특이사항으로 적혀 있었다.

검찰은 “사인이 불분명하니 사체를 부검해서 사인을 명백히 한 뒤에 사체는 유족에게 인도하라”며 ‘일상적’ 지휘만 하고 말았다. 기록을 구체적으로 확인했다면 단순한 노숙자 변사사건과 다르다는 점을 알아차릴 수 있었을 텐데, 담당 검사도 결재라인도 경찰 보고만 철석같이 믿었다. 더구나 당시는 인천지검 김회종 2차장검사와 주영환 검거팀장이 유씨 검거를 위해 순천에 내려가 검경의 검거 작업을 직접 챙기던 상황이었다. 수사의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한 검사장은 “(유씨가 머물고 있다는 첩보를 받고) 덮쳤던 별장 부근에서 발견됐으니, 당연히 유씨 나이쯤 되는 노인 변사체가 발견됐다고 하면 자세히 살펴봤어야 했다. 한마디로 기본을 망각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김진태 검찰총장이 순천지청을 감찰하라고 지시한 것도 이런 문제의식 때문으로 풀이된다.

■ ‘정치적 행보’ 검찰 수뇌부 책임론도 결과적으로는 ‘사고’를 친 것은 일선 경찰과 검찰이지만, 특히 검찰 수뇌부는 이를 대놓고 혼내기도 민망한 처지가 됐다. 인천지검의 과도한 여론몰이 수사를 방조·비호하면서, 수뇌부가 기본을 제대로 못 챙긴 책임도 있기 때문이다. 통상 경찰이 맡던 업무인 피의자 검거에 목을 매면서 전국적인 ‘푸닥거리’를 해온 게 대표적이다. 수석비서관회의 등 공개적인 자리에서 무려 다섯 차례나 유씨 검거를 다그친 박근혜 대통령도 모양새가 우습게 됐다.

검찰 내부에선 유씨 수사를 지휘하며 ‘검거 때까지 검찰청에서 철야’를 선언한 최재경 인천지검장의 거취가 관심거리다. 최 지검장은 연수원 17기의 선두주자였지만, 이명박 정부 출범 때 얻은 ‘비비케이(BBK) 검사’라는 이미지에, 대검 중수부장 시절 한상대 당시 검찰총장과 충돌한 이력 등이 작용해 지난해 다른 동기들이 승진한 고검장 인사에서 탈락했다.

유씨 수사가 그에게 주어진 ‘마지막 기회’라는 분석이 많았는데, 유씨가 주검으로 발견되면서 곤란한 처지가 됐다. 한 검사장은 “(최 지검장은) 이제는 재기 불능이 된 것 같다. 산 사람이면 두달 뒤든 석달 뒤든 잡으면 되지만, 사망해버렸으니 결국 헛방만 날린 꼴이 됐다”고 말했다.

노현웅 이경미 기자 h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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