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언 운전기사 양회정(55·지명수배)씨.
검찰이 별장 덮친 새벽, 전주 가
처제에게 도움 요청했다 거절당해
처제에게 도움 요청했다 거절당해
세월호 피해자 유가족 “대통령은 특별법 제정 약속 지켜달라”
검찰과 경찰은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마지막 행적을 밝히기 위해 그의 주검이 발견된 지점 주변을 수색하는 한편 핵심 측근들에 대한 추적에 주력하고 있다.
경찰은 24일 전남 순천 송치재 ‘숲속의 추억’ 별장에서 주검 발견 장소인 매실밭까지 유씨의 이동 경로를 파악하기 위해 이 일대를 수색했다. 오전엔 별장에서 매실밭 쪽으로 500m 떨어진 곳에서 검은색 뿔테 안경을 발견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유씨의 것이 맞는지 감정을 의뢰했다. 경찰은 또 전날 별장과 송치재가든(식당) 등 4곳을 압수수색해 유씨의 주검 옆에 있던 것과 같은 종류의 천가방과 스쿠알렌 등 모두 46점의 유류품을 확보해 정밀분석중이다.
검찰은 마지막까지 유씨의 도피를 도운 것으로 보이는 운전기사 양회정(55·지명수배)씨 검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유병언 사망 미스터리’의 퍼즐을 맞춰줄 인물로 보는 것이다.
양씨는 검찰이 5월25일 새벽 1시께 검찰이 송치재가든에서 유씨의 도피를 도운 구원파 신도 변아무개씨 부부를 체포할 당시, 그곳에서 1㎞가량 떨어진 야망연수원에 있었다. 이어 양씨는 그날 새벽 3시10분쯤 송치재에서 10분 거리에 있는 황전나들목(IC)을 통과해 전북 전주 쪽으로 가는 모습이 폐회로텔레비전(CCTV)에 포착됐다.
양씨는 그날 새벽 5시 전주에 도착해 대송장례식장 주차장에 쏘나타 차량을 버려뒀다. 그 뒤 처제를 만나 “회장님을 숲속에 혼자 놔두고 왔다. 가서 도와주자”고 요청했으나, “집안 망할 일 있느냐”는 이유로 거절당했다고 한다. 모두 검찰 검거팀이 별장을 급습하기 전에 이뤄진 일이다. 이후 양씨는 경기 안성시 금수원으로 들어간 뒤 모습을 감춘 것으로 알려졌다.
체구와 외모가 유씨와 닮은 양씨는 ‘호위무사’ ‘그림자 수행원’ 등으로 불려왔다. 전주 장례식장에 차를 버릴 당시 폐회로텔레비전에 찍힌 양씨는 다리를 저는 모습이었는데, 검찰은 양씨가 유씨 흉내를 내 추적 작업에 혼란을 주려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검찰은 유씨의 도피를 총지휘한 기독교복음침례회 신도 ‘김엄마’(김명숙씨)의 검거에도 힘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5월25일 별장 급습 이후 유씨를 돕던 조력자들이 종적을 감춰 수사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김회종 인천지검 2차장은 “구원파(기독교복음침례회 신도들)의 원래 움직임을 보면 상당수가 (유씨에게) 가서 도와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그런 단서가 없다. 양씨 등 조력자들이 검거되거나 자수해야 퍼즐을 맞출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경미 기자, 순천/안관옥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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