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 단원고생들 법정증언 표정
끔찍한 순간 떠올리며 말 못잇기도
끔찍한 순간 떠올리며 말 못잇기도
세월호 사고 뒤 처음으로 증인으로 법정에 선 경기도 안산 단원고 생존 학생들은 ‘공포와 눈물의 증언’을 쏟아냈다. 파도에 휩쓸려 사라진 친구들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던 학생들은 목이 멘 듯 말을 잇지 못했다.
28일 수원지법 안산지원에서 열린 재판의 증인으로 채택된 단원고 생존 학생 6명은 오전 9시45분께 버스를 타고 도착했다.
흰색 블라우스에 검은색 치마의 교복을 입은 한 여학생은 토끼 인형을 가슴에 안은 채 친구의 손을 꼭 잡고 법정에 들어섰다. 또다른 여학생 4명도 친구나 선생님의 손을 잡고 법정에 나와 끔찍한 기억을 되새기며 괴로운 심경을 전하기도 했다.
긴장한 표정이 역력한 한 여학생은 배가 침몰할 당시 상황을 묻는 재판부와 검사, 변호사의 질문에 연신 떨리는 목소리로 답변을 이어가며 토끼 인형을 가슴에 안은 채 옆자리 친구의 손을 놓지 않았다.
한 학생은 ‘사고 당시가 떠올라 괴로운가’라는 검사의 마지막 질문에는 목이 멘 듯 말을 잇지 못한 채 고개를 끄덕였다. 재판장은 서기를 향해 “검사 질문에 고개를 끄덕였다고 기록해달라”고 주문한 뒤 서둘러 증인신문을 마무리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학생들이 미성년자이고 대부분 안산에 살고 있고, 사고 후유증으로 장거리 이동이 어려운 점을 고려해 그동안 재판이 열린 광주가 아닌 안산에서 재판을 열기로 지난달 24일 결정했다. 이날 재판은 비공개 결정에 따라 학생 가족과 취재진 등 10여명만 지켜봤다. 안산/김기성 기자 player009@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