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병수씨.
서귀포시서 사진관 운영 강병수씨
50년대 훈련소 모습·관혼상제 등
평생 찍고 모은 사진 국가기록원에
50년대 훈련소 모습·관혼상제 등
평생 찍고 모은 사진 국가기록원에
“사진을 혼자만 책상 서랍이나 컴퓨터 안에만 두고 보면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국가기록원에 기증하면 널리 알려질 수도 있어 이번에 기증하게 됐습니다.”
최근 국가기록원에 자신이 평생 찍거나 수집한 사진을 기증한 강병수(67·사진) 사진가는 제주 서귀포시에서 50여년 동안 운영하고 있는 사진관 라이카사 대표다. 강씨는 17살 때인 1964년 라이카사에 취직해 카메라를 만났고, 40여년 전 라이카사를 인수한 뒤에는 제주도 곳곳을 누비고 있다.
그가 국가기록원에 기증한 사진은 1952년 서귀포시 대정읍 육군 제1훈련소의 모습을 담은 컬러사진 4장과 1960~70년대의 결혼, 환갑 사진과 상여 제작 및 상여 행렬, 제주도의 옛 가톨릭교회와 신자들, 1971년 서귀포를 방문한 고 김수환 추기경의 모습을 담은 사진 등 200여점이다. 강씨는 연로한 가톨릭 신자들을 만나면 “옛날 사진 있느냐”고 물어 “있다”고 하면 제공받는 식으로 옛 제주도의 가톨릭 사진들을 수집했다.
그동안 카메라에 담은 결혼식, 장례식, 졸업식 등 일반인의 생활사와 제주도의 자연 사진이 3000여장에 이르고, 이 가운데 제주도청과 서귀포시, 제주민속자연사박물관 등에 기증한 사진만도 1500장이 넘는다. 제주인의 생활사를 연구하는 민속학자들도 사진을 보려고 종종 찾는다고 그는 말했다.
이제는 낯선 하논 분화구에서 논농사를 짓는 오민, 천지연폭포에서 물놀이하는 피서객, 1m가 넘는 무태장어를 잡아 든 청년, 농촌 마을에서 한복을 입고 전통 혼례를 치르는 모습 등도 카메라에 담았다. 강씨는 “제주의 해안선을 걸으며 사진을 찍기도 했고, 겨울 하늘의 별들을 찍으려고 추운 밤을 지새우기도 했다. 이제 사진을 찍은 지가 50년이 넘었다”고 회고했다.
‘강병수 사진이야기’라는 인터넷 공간(www.강병수.kr)도 만들어 누구나 자신의 사진을 볼 수 있도록 했다. 강씨는 “오늘 찍은 사진이 후대에 사진자료로 남을 수 있도록 눈을 감는 날까지 사진으로 기록하고 싶다. 지금도 시간이 나면 카메라를 둘러메고 나선다”며 웃었다.
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 사진 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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