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가 보안법 기소 80대 노교수에 “한심하다”

안재구 전 경북대 교수 집행유예
“두차례 무기징역 받고도…” 훈계

판사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80대 전직 교수에게 선고 법정에서 “한심하다”는 절제되지 않은 표현으로 훈계를 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3부는 31일 안재구(81) 전 경북대 수학과 교수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 자격정지 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안 전 교수가 2006년 북한 공작원에게 ‘남한 통일운동권 현황분석’ 등의 문서를 작성해 전달하려고 하고, 제자 신아무개씨의 제안으로 북한 정권을 추종하는 통일대중당 발기인 모임에 참석한 혐의가 인정된다며 유죄 판단을 내렸다. 하지만 북한 대남공작조직의 지령으로 국가기밀을 탐지·수집한 혐의(간첩)는 증거가 부족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안 전 교수는 1980년 남조선민족해방전선 사건, 94년 구국전위 사건으로 두 차례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가 특별사면 등으로 출소한 전력이 있다.

재판장인 조용현(46) 부장판사는 선고를 하면서 안 전 교수에게 “주장이 과거에 일면 의미 있는 측면이 있다고 볼 수도 있으나 1950~60년의 얘기다. 21세기에 과거의 인식에 갇혀 새로운 상황을 인식하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깝고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고 말했다. 또 “과거 훨씬 무거운 행위로 두 차례 무기징역을 선고받고도 종전과 같은 생각을 유지하며 행동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대법원은 지난 3월 판사들이 법정에서 부적절한 표현으로 잇따라 물의를 빚자 판사들을 상대로 한 ‘언행 컨설팅’을 확대하고 내년부터는 전국 법원 재판을 모두 녹음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김선식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