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판] 가족
▶ “가족끼리 섹스하는 거 아니야.” 오래 결혼생활을 한 기혼 남녀가 술자리에서 던지는 서글픈 농담이지요. 뒤집어 말하면 이들 또한 ‘섹스리스 부부’이거나 섹스리스에 가까울 것입니다. 사랑으로 결혼에 이르지만 남녀 사이에 섹스는 점차 빠지고 육아와 경제적 문제 같은 일상만 남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기, 7년째 성관계를 갖지 않은 아내가 있습니다. ‘남편에게 다른 여자가 생겼으면 좋겠다’는 생각마저 갖게 됩니다. 이들 부부가 내릴 결론은 뭘까요.
우리가 같은 침대를 쓰지 않은 지 7년째다. ‘섹스리스 부부’다. 섹스리스란 신체적으로 건강한 부부가 성관계를 한 달에 한 번 이하 갖는 경우를 말한다고 한다. 우린 섹스리스 가운데서도 가장 극단적인 케이스로 성관계가 전혀 없다. 아이를 낳고 산후조리원에서 엄마들끼리 삼삼오오 모여 호기심 어린 눈으로 언제부터 남편과 관계를 해도 되냐고 묻고 답한 적이 언제였나 싶다. 오랜 기간 ‘독수공방’해 온 남편을 생각하며 적극적으로 대화에 참여했던 나였다. 그랬던 내가 잠자리는커녕 포옹조차 거부하는 여자가 되어 있으니 슬픈 일이다.
아이를 낳고부터였다. 물론 임신 기간에도 태아를 생각해 관계를 맺지 않았지만 그땐 섹스리스라 생각하지 않았다. 출산 후 약 3개월간 여성의 몸이 회복되기까지 보통 부부관계를 갖지 않는다. 나 또한 그랬다. 그 이후부터 지금까지 남편과 잠자리를 단 한번도 갖지 않았으니 정상적인 부부관계는 아니다.
남편은 여러 차례 시도했던 것 같다. 그 시도라는 게 나를 안아보고 허벅지에 손을 얹는 스킨십으로 의사를 떠보는 정도였다. 그때마다 나는 얼음처럼 딱딱하게 굳어버렸고 나의 경직된 신체는 남편에게 거부 의사를 매우 분명하게 보여주었다. 출산 후 1년간은 그래도 가벼운 포옹 정도는 하지 않았나 싶다. 그 이후 포옹은커녕 손도 잡지 않았다.
출산후 심하게 겪은 우울증
늘 피로하고 짜증이 났다
남편만 보면 괜히 화났다
어느 순간 차갑게 식어버렸다 상담기관 방문도 생각했지만
머리가 굳을 대로 굳은 내가
상담으로 합방할 수 있을까
그냥 모른 척 살아가려 한다 이쯤 되면 이혼 얘기가 나올 법하다. 하지만 우린 섹스 문제를 함구하며 살아간다. 그것 빼곤 문제될 게 없다고 생각하거나 그 얘길 꺼내면 헤어질 걸 알아서일지 모르겠다. 사실 잠자리를 하지 않는 것, 스킨십을 하지 않는 것을 제외하고 우리 부부는 평범해 보인다.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밥을 먹고 대화를 나눈다. 정말 심각할 때는 눈도 마주치지 않았지만 그래도 요즘 제법 눈을 마주치는 횟수도, 시간도 늘었다. 전형적인 쇼윈도 부부다. 슬프다. 왜 이렇게 살아가야 할까. 올해로 결혼 8년차, 나는 한 아이의 엄마 그리고 한 남자의 아내다. 짧은 연애 기간이었지만 열렬하게 사랑해 결혼까지 했다. 남편을 사랑했기에 그를 똑 닮은 아이를 갖고 싶었다. 아이를 가졌을 때의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모두가 축복해줬다. 결혼 6개월째 임신했고 아이를 낳을 때까지 나의 결혼생활은 최상이었다. 부부가 다툰다거나 티격태격한다거나 권태에 빠진다거나 하는 일은 상상도 못했다. 우린 늘 연인처럼 지냈다. 어딜 가든 꼭 붙잡은 손을 놓지 않았고 사랑을 표현하지 못해 안달했다. 그랬던 우리가 왜 이러고 살까. 출산 후 나는 산후우울증을 겪었다. 당시엔 우울증이라 생각하지 않았지만 지나고 보니 우울증이었다. 노산으로 회복이 더뎠다. 눈에 넣어도 안 아픈 내 아이지만 몸이 힘들다 보니 때로 짜증도 났다. 밤에 서너 번씩 깨어 젖을 물려야 하는 밤중 수유의 고통도 이만저만이 아니었고 한 팔로 아이를 안은 채 물을 끓이고 분유를 타서 먹이는 일도 보통 일이 아니었다. 늘 피로했다. 아이를 챙기는 것만으로도 벅차 남편은 신경 쓸 여력도 없었다. 남편을 보면 이상하게 화가 치밀었다. 남편에 대한 서운함이 차곡차곡 쌓였고 어느 순간부터 남편이 미워 보이기 시작했던 것 같다. 섹스리스의 정확한 이유를 대긴 힘들지만 육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는 남편에 대한 불만이 상당 부분 차지했다. 신혼 때 따뜻한 아침상을 차려준 일이 언제였나 싶을 정도로 남편은 스스로 아침밥을 챙겨 출근하는 일이 잦아졌다. 미안한 마음도 들지 않았다. 출산 후 달라진 아내의 변화에 남편은 당황해했다. 상냥하고 사려 깊은 아내는 사라졌고 매사에 무뚝뚝하고 심드렁한 아내가 집안에 들어앉은 것이다. 그래도 남편은 어떻게든 관계를 회복시켜보려고 노력했다. 결과는 실패였지만. 남편이 얼마나 고통스러울지는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미국에는 섹스리스 부부들의 커뮤니티가 있다. 그곳에서 익명으로 말 못할 고충을 토로한다. 한번은 내 남편의 처지에 놓인 남자가 올린 글을 읽었는데 그 글의 결론은 이혼이었다. 그 남자는 어느 날 아내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이혼을 결심했다고 한다. 내가 아는 지인은 아내가 잠자리를 거부하자 스포츠댄스 동호회에 가입해 다른 즐거움을 찾기 시작했다. 상담기관을 찾아가볼까 생각했지만 머리가 굳을 대로 굳은 내가 상담으로 남편과 합방할 수 있을지 부정적이다. 아이에게 좋은 엄마, 아빠이고 싶은 우리 두 사람은 헤어질 생각은 없다. 그렇다고 적극적으로 부부관계를 개선할 노력도 보이지 않고 있다. 그냥 쇼윈도 부부로 평생을 살아가야 한다 생각하니 서글프다. 이 문제를 풀어보려고 해도 늘 원점이다. 그러니까 우리 둘 다 서글픈 인생이다. 남들이 보기엔 부족한 것 없는 결혼생활일 것이다. 경제적으로, 사회적으로도 빠지는 것 없는 가정일지 모르겠다. 우리가 이렇게 곪고 곪아 있다는 걸 아무도 모르겠지. ‘남편에게 여자가 생기면 차라리 다행이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남편에게 여자가 생겼을지도 모르겠다. 나는 숱한 유혹에 시달린다. 결핍이란 들키게 마련인 건지 최근 몇년 사이 부쩍 다가오는 남자들이 늘었다. 아직까지 도덕적으로 부끄러울 만한 일을 하진 않았다. 그런데 요즘, 나도 내가 불안하다. 이미 갈 데까지 간 걸까. 우리가 내릴 수 있는 결론은 결국 하나일까. 7년째 섹스 없이 사는 여성
늘 피로하고 짜증이 났다
남편만 보면 괜히 화났다
어느 순간 차갑게 식어버렸다 상담기관 방문도 생각했지만
머리가 굳을 대로 굳은 내가
상담으로 합방할 수 있을까
그냥 모른 척 살아가려 한다 이쯤 되면 이혼 얘기가 나올 법하다. 하지만 우린 섹스 문제를 함구하며 살아간다. 그것 빼곤 문제될 게 없다고 생각하거나 그 얘길 꺼내면 헤어질 걸 알아서일지 모르겠다. 사실 잠자리를 하지 않는 것, 스킨십을 하지 않는 것을 제외하고 우리 부부는 평범해 보인다.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밥을 먹고 대화를 나눈다. 정말 심각할 때는 눈도 마주치지 않았지만 그래도 요즘 제법 눈을 마주치는 횟수도, 시간도 늘었다. 전형적인 쇼윈도 부부다. 슬프다. 왜 이렇게 살아가야 할까. 올해로 결혼 8년차, 나는 한 아이의 엄마 그리고 한 남자의 아내다. 짧은 연애 기간이었지만 열렬하게 사랑해 결혼까지 했다. 남편을 사랑했기에 그를 똑 닮은 아이를 갖고 싶었다. 아이를 가졌을 때의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모두가 축복해줬다. 결혼 6개월째 임신했고 아이를 낳을 때까지 나의 결혼생활은 최상이었다. 부부가 다툰다거나 티격태격한다거나 권태에 빠진다거나 하는 일은 상상도 못했다. 우린 늘 연인처럼 지냈다. 어딜 가든 꼭 붙잡은 손을 놓지 않았고 사랑을 표현하지 못해 안달했다. 그랬던 우리가 왜 이러고 살까. 출산 후 나는 산후우울증을 겪었다. 당시엔 우울증이라 생각하지 않았지만 지나고 보니 우울증이었다. 노산으로 회복이 더뎠다. 눈에 넣어도 안 아픈 내 아이지만 몸이 힘들다 보니 때로 짜증도 났다. 밤에 서너 번씩 깨어 젖을 물려야 하는 밤중 수유의 고통도 이만저만이 아니었고 한 팔로 아이를 안은 채 물을 끓이고 분유를 타서 먹이는 일도 보통 일이 아니었다. 늘 피로했다. 아이를 챙기는 것만으로도 벅차 남편은 신경 쓸 여력도 없었다. 남편을 보면 이상하게 화가 치밀었다. 남편에 대한 서운함이 차곡차곡 쌓였고 어느 순간부터 남편이 미워 보이기 시작했던 것 같다. 섹스리스의 정확한 이유를 대긴 힘들지만 육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는 남편에 대한 불만이 상당 부분 차지했다. 신혼 때 따뜻한 아침상을 차려준 일이 언제였나 싶을 정도로 남편은 스스로 아침밥을 챙겨 출근하는 일이 잦아졌다. 미안한 마음도 들지 않았다. 출산 후 달라진 아내의 변화에 남편은 당황해했다. 상냥하고 사려 깊은 아내는 사라졌고 매사에 무뚝뚝하고 심드렁한 아내가 집안에 들어앉은 것이다. 그래도 남편은 어떻게든 관계를 회복시켜보려고 노력했다. 결과는 실패였지만. 남편이 얼마나 고통스러울지는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미국에는 섹스리스 부부들의 커뮤니티가 있다. 그곳에서 익명으로 말 못할 고충을 토로한다. 한번은 내 남편의 처지에 놓인 남자가 올린 글을 읽었는데 그 글의 결론은 이혼이었다. 그 남자는 어느 날 아내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이혼을 결심했다고 한다. 내가 아는 지인은 아내가 잠자리를 거부하자 스포츠댄스 동호회에 가입해 다른 즐거움을 찾기 시작했다. 상담기관을 찾아가볼까 생각했지만 머리가 굳을 대로 굳은 내가 상담으로 남편과 합방할 수 있을지 부정적이다. 아이에게 좋은 엄마, 아빠이고 싶은 우리 두 사람은 헤어질 생각은 없다. 그렇다고 적극적으로 부부관계를 개선할 노력도 보이지 않고 있다. 그냥 쇼윈도 부부로 평생을 살아가야 한다 생각하니 서글프다. 이 문제를 풀어보려고 해도 늘 원점이다. 그러니까 우리 둘 다 서글픈 인생이다. 남들이 보기엔 부족한 것 없는 결혼생활일 것이다. 경제적으로, 사회적으로도 빠지는 것 없는 가정일지 모르겠다. 우리가 이렇게 곪고 곪아 있다는 걸 아무도 모르겠지. ‘남편에게 여자가 생기면 차라리 다행이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남편에게 여자가 생겼을지도 모르겠다. 나는 숱한 유혹에 시달린다. 결핍이란 들키게 마련인 건지 최근 몇년 사이 부쩍 다가오는 남자들이 늘었다. 아직까지 도덕적으로 부끄러울 만한 일을 하진 않았다. 그런데 요즘, 나도 내가 불안하다. 이미 갈 데까지 간 걸까. 우리가 내릴 수 있는 결론은 결국 하나일까. 7년째 섹스 없이 사는 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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