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경기도의 한 중학교에서 20대 중반 교사 ㄱ씨가 3학년 학생 ㄴ양과 사귀기 시작했다. 성관계도 했다. 이들의 관계는 ㄴ양이 고등학교에 진학한 뒤에도 지속됐다. 그러다 ㄴ양이 또래 남학생과 사귀자, 이를 안 ㄱ씨는 ㄴ양을 밤늦게까지 붙잡아두고 화를 냈다. 이 때문에 집에 늦게 들어가자 부모가 추궁했고, ㄴ양은 ㄱ씨와의 관계를 실토했다. 충격을 받은 부모는 ㄱ씨를 고소했다. ㄱ씨는 경찰 조사에서 강제로 성관계를 한 게 아니라고 주장했다. ㄴ양도 “선생님을 사랑했다”고 말했다.
사건을 송치받은 검찰은 ㄱ씨를 기소하려 했지만 적용할 법조항이 없었다. 형법은 만 13살 미만 미성년자와 성행위를 하면 비록 합의에 의한 것이라도 강간으로 간주(미성년자 의제강간)해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ㄴ양은 당시 만 15~16살이었다. 검찰은 ㄱ씨가 ‘아동에게 음행을 시키는 행위’를 했다고 보고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려고도 해봤지만, 대법원 판례는 “해당 조항이 아동이 제3자와 음행을 하게 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이지, 아동과 직접 음행을 하는 것까지 포함하는 의미로 볼 것은 아니다”라고 해석했다. 결국 ㄱ씨는 지난해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2010년에는 30대 여교사가 중3 학생과 성관계를 맺은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었지만 역시 무혐의 처분이 내려졌다. 이 교사는 대신 물의를 일으켰다는 이유로 해임당했다.
이런 일이 종종 발생하자, 일각에서 청소년의 ‘성 보호’를 위해서는 기준 연령을 올려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박혜영 서울해바라기여성아동센터 부소장은 “성에 대한 판단력에서는 중학생과 초등학생이 별다른 차이가 없다. 중학생 자녀가 어른과 성관계를 맺어도 처벌이 안 돼 부모가 분통을 터뜨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 중학생은 어른들의 유인에 넘어가기 쉬운데, 과연 아이가 동의한 걸로 볼 수 있느냐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한 검찰 관계자도 “민법 등 다른 법률에서는 만 19살 미만까지 음란물 차단, 술·담배 금지, 계약 제한 등 규제를 두지만, 유독 성행위만큼은 무척 관대하다. 이중잣대가 아닌지 우리의 입법정책을 다시 한번 검토해봐야 한다”고 했다.
2012년 미성년자 의제강간 적용 나이를 만 13살 미만에서 16살 미만으로 올리자는 형법 개정안이 발의되기도 했다. 당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심사보고서를 보면, 일본·스페인·아르헨티나는 13살 미만, 독일·중국·오스트리아는 14살 미만이 기준이다. 독일은 여기에 교육·생활보호를 위해 위탁된 미성년자는 16살 미만, 교육·보호·업무·고용관계에서 종속성을 남용한 경우와 친·양자의 경우는 18살 미만으로 보호연령을 높였다. 영국과 스위스, 미국 대부분의 주에서는 16살 미만이다.
하지만 당시 법무부와 법원행정처는 나이를 올리면 △중학생들끼리 좋아서 성관계를 맺어도 처벌 대상이 돼 과잉 처벌 우려가 있고 △신체·성의식 발달로 13살만 돼도 성적 자기결정권을 인정해야 한다며 반대 의견을 냈다.
대법원 고위 관계자는 “일부 어른들 시각으로 보면 잘 이해가 안 가는 일이겠지만 현실에서는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다. 돈을 주거나 위력을 사용한다면 처벌되는데, 스스로 결정해 성관계를 하는 것까지 처벌하는 게 과연 옳은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여성가족부 고의수 아동청소년성보호과장은 “과잉 처벌의 우려가 있다면 나이 차이가 몇살 정도 나는 경우에만 상대방을 처벌한다는 식으로 절충안을 마련해도 된다”고 했다. 이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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