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 28사단 윤아무개 일병 폭행사망사건의 가해 병사들이 5일 오전 경기도 양주시 은현면 28사단 보통군사법원에서 열린 재판이 끝난 뒤 호송버스로 이동하고 있다. 양주/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육군 28사단 윤아무개(21) 일병이 쓰러진 날까지 그가 무차별적 폭력에 시달리는 모습을 지켜본 사람은 한두명이 아니었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신고할 생각은 하지 않았다. “신경쓰고 싶지 않아서 신고를 하지 않았다”는 목격자들 진술은 병영이 일상화된 폭력에 얼마나 무기력하고 무감각한지를 보여준다.
5일 <한겨레>가 입수한 윤 일병 사망 사건 수사기록을 보면, 4월6일 오전 윤 일병은 ‘어김없이’ 폭행을 당하고 있었다. 헌병대에서 진술서를 받은 목격자 9명은 윤 일병이 폭행으로 쓰러진 4월6일을 전후로 벌어진 구타와 가혹행위를 구체적으로 진술했다. 이아무개 상병과 유아무개 일병은 “낮 12시에 감기약을 처방받기 위해 의무대에 갔는데 이아무개(구속 기소) 병장이 욕설을 하며 ‘앉아. 일어서’라고 말을 하면, 윤 일병이 앉았다 일어서기를 반복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허리가 아파 이날 오전 9시에 의무대를 찾은 김아무개 일병도 비슷한 장면을 목격했다. 그는 “윤 일병이 실수로 페트병을 떨어뜨리자 이 병장이 ‘왜 하지 말라는 짓 계속하느냐’고 욕설을 했다”고 진술했다.
숨지기 이틀 전 폭행은 더 공개적인 장소에서 가해졌지만 누구도 윤 일병 편이 되어주진 못했다. 4월4일 오후 2시 대대 연병장에서 응급처치 집체교육이 실시될 때 유아무개(구속 기소) 하사는 행동이 느리고 대답을 똑바로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윤 일병에게 얼차려를 시켰다. 또 확성기로 머리를 때렸다. 이날 윤 일병이 환자 대역을 하느라 바닥에 피부가 쓸려 고통스러워하는데도 아무 조처가 없었다. 당시 교육을 받는 인원은 44명이었다. 이 자리에서 폭행을 목격한 신아무개 상병은 “분과가 서로 다르고 하여 신경쓰고 싶지 않아서 신고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의무대에 입원했던 병사들이나 파견 나온 병사들도 이런 모습을 똑똑히 목격했지만 신고하지 않긴 마찬가지였다. 지난 2월부터 의무대에 입원해 있던 김아무개 일병도 “윤 일병이 ‘죄송하다. 살려달라’고 했는데도 (선임병들이) 계속 폭행했다. 하루에 90대 이상 폭행을 당했다”고 진술했다.
3월15일 두통약을 받으려고 의무반에 갔던 김아무개 병장은 “의무반에 들어서자 누워 있던 이 병장이 ‘환자 받아라’라고 말을 하면서 윤 일병을 발로 걷어찼다”고 진술했다. 운전병으로 10일간 의무대에 파견을 나왔던 윤아무개 상병은 “윤 일병이 이 병장에게 맞아 양쪽 허벅지가 심하게 부어 있었다”고 말했다. 윤 상병은 왜 신고를 하지 않았느냐는 물음에 “유 하사도 폭행 장면을 목격했는데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아 어쩔 수 없이 보고를 하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김 일병도 “포대가 다르고 남의 일에 신경쓰고 싶지 않아서 그랬다”고 말했을 뿐이다.
이들 가운데 단 1명이라도 의무반에서 벌어지는 일상적 폭력을 지휘관에게 보고했다면 윤 일병은 지옥 같은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었을 것이다. ‘마음의 편지’(소원수리)를 쓴 병사는 아무도 없었다.
서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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