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 28사단 윤아무개 일병이 주로 폭행을 당했던 의무반 출입구와 ‘생명의 전화’가 있는 전화부스는 불과 2~3m 정도 떨어져 있을 뿐이다. 그럼에도 윤 일병의 폭행을 목격한 병사들 가운데 신고한 이는 아무도 없었다. 안규백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실 제공
막사 곳곳에 ‘마음의 편지함’ 설치
2m 옆엔 ‘생명의 전화’ 있었는데
막사 구조상 폭행 사실 인지해도
폐쇄적 문화 탓에 불이익 등 우려
신고시스템 있어도 이용 안 해
2m 옆엔 ‘생명의 전화’ 있었는데
막사 구조상 폭행 사실 인지해도
폐쇄적 문화 탓에 불이익 등 우려
신고시스템 있어도 이용 안 해
육군 28사단 윤아무개(21) 일병이 맞아 숨진 부대 곳곳에는 구타와 가혹행위 등을 알릴 수 있는 ‘마음의 편지함’과 ‘생명의 전화’가 설치돼 있었지만, 정작 윤 일병은 ‘생명’을 건질 수 없었다. 그에게 가해진 폭력을 목격했을 누구도 여기에 편지를 남기거나 전화를 걸지 않았다. 제도는 있지만 정작 이를 사용할 수 없게 만드는 폐쇄적 군 문화부터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층짜리 막사 맨 왼쪽에는 윤 일병과 가해병사들이 근무한 의무반이 있다. 바로 옆으로 포대 일병·이병 생활관(내무반), 복도, 행정반, 상병·병장 생활관이 연달아 이어진다. 윤 일병이 주로 폭행을 당했던 의무반과 일병·이병 생활관은 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다. 평소 이 문이 잠겨 있었다는 군 보고와 달리 의무반 병사들이 화장실을 갈 때 이 문을 자주 이용했다는 부대 관계자의 증언도 나오고 있다.
헌병대 조사에서 폭행 현장 등을 직접 봤다고 진술한 9명의 목격자들은, 그러나 윤 일병에게 가해진 구타와 가혹행위를 어디에도 신고하지 않았다. 이들이 사용하는 화장실 내부에는 노란색 ‘마음의 편지함’이 놓여 있었다. 막사에서 ‘생명의 전화’가 있는 공중전화 부스까지의 거리는 2~3m에 불과했다.
윤 일병을 포함해 다른 병사들은 왜 아무도 생명의 전화를 걸거나 마음의 편지를 쓰지 못한 것일까.
육군 ○○사단에서 최근 전역한 조아무개(22)씨는 8일 “후환이 두렵기 때문”이라고 했다. “일반전초(GOP)에서 근무할 때 한 후임이 선임이 괴롭힌다고 마음의 편지를 쓴 적 있다. 그런데 선임이 영창을 가게 되면, 소대에서는 누가 그 편지를 썼는지 다 알 수밖에 없다. 당연히 다른 선임들은 그 후임을 안 좋게 봤고 무시했다”고 했다. 지난해 전역한 한아무개(22)씨도 ‘보복이 무서웠다’고 했다. “마음의 편지함이 있어도 비밀 보장이 될 거라고 믿지 않았다. 어차피 그걸 읽어 보는 간부도 내부인인데, 나중에 밝혀지기라도 하면 보복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그는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의 폭행 사실을) 보고해도 관심병사가 될 수 있다고 들었다”는 말도 했다.
김광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국방부에서 제출받은 ‘2006~2011년 내부공익신고현황’을 보면, 신고된 60건 가운데 절반인 30건이 군대 내 폭행 관련 신고였다. 이 가운데 10건은 신고 내용이 사실로 확인됐는데도 단순한 경고에 그쳤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