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일병 사건에 “살인죄 적용”
가해자들 심폐소생술 등 시도해
‘의도적 살해’ 여부 싸고 논쟁 예고
기소자 중 4명에 적용할지 관심
주범 이병장에만 적용 가능성 커
가해자들 심폐소생술 등 시도해
‘의도적 살해’ 여부 싸고 논쟁 예고
기소자 중 4명에 적용할지 관심
주범 이병장에만 적용 가능성 커
국방부 검찰단이 윤 일병 구타 사망 사건에 대한 비판 여론을 고려해 상해치사죄로 기소된 가해 병사들에게 살인 혐의를 추가하는 의견을 내놨다. 살인 혐의 추가 여부는 공소를 담당하게 될 3군사령부 검찰단의 몫이지만, 공소장 변경은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다만 가해자 가운데 누구에게까지 살인죄를 적용할지, 공소장이 변경된 이들의 살인죄가 군사법원에서 인정받을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모인다.
기소된 가해자 6명 가운데 상해치사 혐의가 적용된 이들은 이아무개(26) 병장과 하아무개(22) 병장, 이아무개(21) 상병, 지아무개(21) 상병 등 4명이다. 국방부 검찰단 관계자는 “주범인 이 병장에게만 살인죄를 적용할지, 넷 모두에게 살인죄를 적용할지는 (공소유지를 맡고 있는) 3군사령부 검찰단에서 판단할 문제”라고 말했다.
이들의 공소장을 보면, 폭행을 주도한 이 병장은 윤 일병을 때려 숨지게 한 4월6일 오후 4시7분~4시32분 사이 모두 11차례 윤 일병을 폭행했다. 하 병장은 2차례(1차례는 망을 봄), 이 상병은 3차례, 지 상병은 2차례(1차례는 망을 봄)만 가담했다. 범행 정도로만 보자면 그사이 지속적인 폭행을 주도한 ‘주범’ 이 병장에게만 살인죄를 적용할 가능성이 커 보이지만, 성난 여론을 고려하면 넷 모두에게 일단 살인죄를 적용하면서 ‘공’을 법원으로 넘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법원에서 가해자들의 살인 혐의가 인정되려면 윤 일병을 때려 숨지게 할 당시 ‘윤 일병을 죽여야겠다’거나, 최소한 ‘윤 일병이 죽어도 상관없다(미필적 고의)’는 살인의 의도를 입증해야 한다. 윤 일병 사건을 공론화시킨 군인권센터는 이 병장이 진술서에서 평소 주변에 “쟤(윤 일병)가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했고, 윤 일병이 의식을 잃고 쓰러진 뒤 이 병장과 지 상병이 “차라리 죽어버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는 점을 들어 ‘살인의 고의가 있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군검찰은 애초 가해자들이 쓰러진 윤 일병에게 심폐소생술을 실시한 점 등을 근거로 살인의 의도가 없었다고 판단했었다. 하지만 국방부 검찰단은 8일 이들에게 살인 혐의를 추가하기로 방침을 변경하면서 “살인의 미필적 고의를 인정할 수 있는 여러 근거들이 존재한다”고 입장을 바꿨다. 여론이 들끓자 똑같은 기록을 갖고 ‘판단’만 달리한 것이다.
군법무관 출신인 최강욱 변호사는 “가해자들이 윤 일병을 살리려는 응급처치를 했다면 (구타 과정에서) ‘죽어도 상관없다’는 생각을 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가해자들이 ‘죽어버렸으면 좋겠다’고 한 발언도 어떤 맥락에서 한 것인지, 살인의 고의와 연결되는지를 검토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단순히 여론 때문에 살인 혐의를 적용하는 것이라면 문제”라고 말했다.
그러나 군검찰의 이번 방침 변경은 ‘밑져야 본전’이라는 계산에서 나온 것일 수 있다. 향후 재판에서 살인죄가 인정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예비적 공소사실인 상해치사는 유죄로 인정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에 당장 ‘여론의 소나기’를 모면하는 실익이 있다. 검찰이 세월호 침몰 사고를 일으킨 선장 등에게 ‘부작위 살인’ 혐의를 적용한 취지와 비슷한 맥락이다.
이경미 최우리 박병수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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