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권유”…국가·경찰에 지급토록
송 시인쪽 “집회 위축시키려 해”
송 시인쪽 “집회 위축시키려 해”
2011년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반대 ‘희망버스’ 집회를 기획·주도한 시인 송경동(47)씨에게 국가와 경찰관들한테 1500여만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법원은 송씨가 불법행위를 권유했다며 배상 책임을 물었지만, 송씨 쪽은 “법원이 집회를 위축시키려는 정부의 ‘전략적 봉쇄소송’을 그대로 받아들였다”고 비판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6단독 심창섭 판사는 국가와 경찰관 14명이 송씨와 박래군 ‘인권중심 사람’ 소장 등 6명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송씨는 1528만여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고 14일 밝혔다. 재판부는 희망버스 참가비 모금 통장을 제공한 박 소장 등 다른 이들의 배상 책임은 인정하지 않았다.
송씨는 2011년 6~7월 한진중공업 노동자 400명의 정리해고 중단을 요구하며 부산 영도조선소 크레인에서 고공농성을 하던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을 응원하는 희망버스 운동을 주도했다. 이 과정에서 크레인 아래로 가려는 희망버스 탑승자들과 경찰이 충돌했다. 국가와 경찰은 경찰관들이 다치고, 캠코더와 진압복 등 시위 채증·진압 장비가 파손됐다며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송씨가 참가자들에게 ‘막 갑시다. 잡혀봐야 1~2명이다. 촛불행진을 진행합시다. 무슨 일이 있어도 김진숙 지도위원이 있는 85호 크레인으로 가야 한다’는 발언을 했다. 이런 발언은 집회 참가자들을 적극 격려해서 폭력 등 불법행위를 하도록 권유하는 행동을 명시적으로 한 경우”라고 밝혔다.
송씨의 변호를 맡은 박주민 변호사는 “최근 정부가 집회·시위 참가자들에게 소송을 내는 목적은 집회를 위축시키는 것”이라며 “이번 판결은 집회에서 흔히 나오는 의례적 발언이나 행동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고, 참가자들이 송 시인의 말을 무조건 따랐다고 단정해 논리상 오류가 있다”고 말했다.
김선식 기자 ks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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