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창(52·사법연수원 19기) 제주지검장
“제출한 속옷서 증거 안나와”
사퇴 뜻도 밝히며 강력부인
경찰 “목격자 진술·복장 비슷”
국과수에 CCTV 분석 의뢰
검-경 한쪽은 치명상 입을듯
사퇴 뜻도 밝히며 강력부인
경찰 “목격자 진술·복장 비슷”
국과수에 CCTV 분석 의뢰
검-경 한쪽은 치명상 입을듯
김수창(52·사법연수원 19기) 제주지검장이 길거리 음란행위 혐의(공연음란)에 대해 강력히 부인하고, 경찰은 증거 확보에 박차를 가하면서 진실 공방으로 번지고 있다. 현직 검사장이 길에서 음란행위를 한 혐의로 체포된 초유의 사건이라, 수사 결과에 따라 김 지검장과 경찰 중 한쪽은 큰 오점을 떠안을 수밖에 없어 귀추가 주목된다.
경찰은 범행 장소인 제주시 중앙로의 한 분식점 앞을 비추는 폐회로텔레비전(CCTV) 영상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보내 분석하고 있다고 17일 밝혔다. 제주동부경찰서는 또 12일 밤 주변을 지나간 차량들의 블랙박스 영상을 확보하는 한편 주변 주택들의 폐회로텔레비전 영상 수집에도 나서는 등 수사에 힘을 쏟고 있다. 경찰이 확보한 영상에는 중년 남성이 성기를 밖에 내놓은 듯한 모습으로 걷는 장면이 들어 있다고 한다. 경찰은 이 남성의 동선을 상당 부분 확인했으나, 얼굴은 분간하기 어려운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 지검장은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그는 17일 서울고검 기자실에 들러 “터무니없는 의심으로 한 공직자의 인격이 말살되고 있다. (제주 경찰의 수사를 지휘하는 입장에 있는) 내 신분이 철저한 조사에 방해가 된다면 검사장 자리에서 물러나겠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그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산책을 갔다가 관사로 돌아오는 길에 한숨 돌릴 겸 파라솔 의자에 앉아 휴대전화를 확인하고 있었을 뿐”이라고 했다. 그는 “(범인으로 보이는) 중년 남성이 파라솔 의자에 앉아 휴대전화를 보고 있다가 곧 사라진 걸 봤다”며, 실제로 음란행위를 한 사람이 앉았던 자리 근처에서 휴대전화를 보던 자신이 누명을 썼다고 강조했다. 또 “음란행위를 했으면 증거가 남았을 테니 검사해보라고 경찰에 속옷을 제출했지만 나온 게 없었다”고 했다.
경찰은 이런 해명이 사실이 아니라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12일 밤 11시55분께 음란행위를 하는 사람을 보고 경찰에 신고한 여고생(17)은 체포된 김 지검장을 보고 ‘옷차림이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경찰은 영상 속 남성이 김 지검장처럼 어두운 색상의 윗옷과 밝은색 바지를 입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김 지검장이 체포·조사 때 이름과 신분을 제대로 밝히지 않은 것도 ‘심증’을 강화시킨다고 설명한다. 그는 체포 뒤 3시간 가까이 이름을 밝히지 않았다. 13일 새벽 3시20분 유치장에서 동생 이름을 댄 사실이 밝혀지고 나서야 실제 이름을 댔다. 경찰은 14일 오후 김 지검장의 운전기사가 진술서를 들고 와 시비를 벌인 뒤에야 인터넷 검색으로 피의자가 제주지검장인 사실을 알게 됐다고 한다.
김 지검장은 검-경 갈등 상황에서 괜한 오해가 두려웠다고 설명했다. 그는 “하루나 이틀 해명하면 (오해가) 해소돼 조용히 끝날 일이라고 판단했다. 신분을 밝히고 위세를 과시하는 것보다는 일반 시민으로서 해명하고 납득되도록 하는 게 올바르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또 출동한 지구대 경찰관들을 보고 김 지검장이 달아나려는 듯한 행동을 해 더 의심스럽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는 “(도망가려 했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반박했다.
사건이 알려진 15일 이준호 감찰본부장을 제주도로 내려보내 조사에 나섰던 대검찰청은 이날 “경찰 수사 결과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선식, 제주/허호준 기자 kss@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