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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군 자살 40%가 관심병사인데…그린캠프, 감시에 치중

등록 2014-08-18 20:38수정 2014-08-19 08:40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 58개 사회단체가 연합한 ‘민주적 사법개혁 실현을 위한 연석회의’ 회원들이 18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앞에 모여 최근 윤 일병 폭행사망 사건과 관련해 군내 인권침해와 범죄행위를 규탄하고, 폐쇄적인 군사법체계의 개편을 촉구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 58개 사회단체가 연합한 ‘민주적 사법개혁 실현을 위한 연석회의’ 회원들이 18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앞에 모여 최근 윤 일병 폭행사망 사건과 관련해 군내 인권침해와 범죄행위를 규탄하고, 폐쇄적인 군사법체계의 개편을 촉구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방문 밖에서 걸어잠그고
화장실 갈때도 선임병 동행시켜
“정신력 약한 사람이라 되레 낙인”
그는 그때를 ‘지옥’이라고 했다. 2011년 군에 입대한 강아무개(24)씨는 군 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했다. ‘행동이 느리다’는 이유로 선임은 매일같이 욕을 했다. 잠자기 전 따로 불러 주먹을 휘두르기도 했다. 버릇처럼 “죽고 싶다”는 말을 하던 강씨는 결국 그해 8월 ‘그린캠프’에 입소했다. 그린캠프는 자살 우려 등이 있는 병사들의 군 적응을 돕기 위해 2009년부터 군단급 부대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이다.

그러나 캠프에 들어간 뒤 그를 따라다니는 건 ‘감시’뿐이었다. 출입문은 밖에서 자물쇠로 잠겼다. 화장실을 갈 때도 선임과 함께 가야 했다. 조금만 화장실에서 늦게 나와도 화를 냈다. 상담 프로그램이 있기는 했지만 외부 상담가를 만난 건 단 한 차례였다. “교육이 끝나면 텔레비전을 보거나 가만히 앉아 있었어요. 저희를 그냥 격리시켜 놓았다는 느낌이었어요.” 그는 그린캠프에 다녀와서 오히려 관심병사라는 ‘낙인’만 강해졌다고 했다.

지난 11일 휴가를 나와 함께 목숨을 끊은 28사단 관심병사 2명도 그린캠프와 비전캠프(사단급 운영)를 거쳤지만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이런 캠프들이 겉치레에 불과하다는 것을 ‘실증’해주는 사례로, 프로그램이 효과를 보려면 상담 전문성의 확보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육군 규정 941’(사고 예방 및 처리 규정)을 보면, 2주 과정으로 운영되는 그린캠프는 주로 웃음치료, 음악치료 등과 동영상 시청 등으로 꾸려진다. 야간에는 ‘생명과 인권 존중’ 동영상이나 ‘휴먼 드라마’를 보도록 돼 있다. 두 차례 ‘선택적 상담’과 한 차례 군단장 면담만 있을 뿐 나머지는 동영상 시청이나 영화 감상 등으로 채워진다.

그린캠프에 입소했던 이아무개(23)씨는 “캠프에 가도 특별히 할 게 없다. 화장실 갈 때도 어디 가느냐며 따라온다. 치료보다는 오히려 감시를 받고 있는 느낌이 더 컸다. 부대에 돌아가면 그린캠프 입소자, 정신력 약한 사람이라고 낙인이 찍혔다. 그린캠프는 오히려 안 갔어야 했다”고 말했다.

1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인 서영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국방부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2012~2013년 군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병사 83명 중 33명(40%)이 관심병사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서 의원은 “관심병사 제도가 ‘낙인찍기’ 제도로 전락했다. 관심병사 관리 시스템의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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