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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MB와 박 대통령이 ‘사학비리 원조’ 부활 길 터줘

등록 2014-08-19 21:11수정 2014-08-20 10:24

김문기 상지대 총장이 18일 강원도 원주시 우산동 상지영서대학교에서 총장 임명장을 받은 뒤 두 손을 모아 쥐고 있다. 원주/연합뉴스
김문기 상지대 총장이 18일 강원도 원주시 우산동 상지영서대학교에서 총장 임명장을 받은 뒤 두 손을 모아 쥐고 있다. 원주/연합뉴스
상지대 김문기 총장 복귀 파문 확산
김영삼 정부 시절 ‘사학비리 사정 1호’로 교육계에서 퇴출된 김문기(82)씨가 상지대에서 쫓겨난 지 21년 만에 총장으로 복귀하겠다는 건, 이명박·박근혜 정부 교육부의 사학 편들기 정책과 운영이 낳은 ‘정상의 비정상화’ 사태의 정점이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교육부와 교육부 소속 행정위원회인 사학분쟁조정위원회(사분위)는 비리 재단에 민주사학을 되돌려주는 데 환상의 호흡을 맞춰왔다. 이런 ‘정상의 비정상화’의 배경에는, 사학비리와 부정부패를 막겠다며 개방이사제 도입 등을 뼈대로 한 2005년 참여정부의 사립학교법 개정을 박근혜 대통령과 황우여 교육부 장관 등이 한나라당(새누리당 전신) 의원 시절 장외집회까지 벌이며 무력화한 사정이 작용하고 있다. 김문기씨가 상지대의 이사에 이어 총장까지 독식하겠다고 나선 시점이 황우여 새누리당 의원이 교육부 장관에 내정된 7월15일 직후라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김문기씨가 ‘민주대학’으로 거듭난 상지대를 되빼앗는 데 활용한 가장 큰 무기는 사분위의 “옛 재단에 정이사 과반수 추천권을 준다”는 이른바 ‘정상화 심의 원칙’이다. 이를 두고는 ‘상지대 임시이사는 정이사 선임 권한이 없다’는 대법원 판결(2007년 5월)을 자의적으로 왜곡한 것이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사분위의 결정을 디딤돌 삼아 이명박 정부의 안병만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은 2010년 8월 옛 비리재단 이사장인 김문기씨의 정이사 추천권을 보장하며 김문기씨의 차남 등 4명이 이사회에 복귀하는 길을 텄다. 일시적 재정난이나 운영 부실이 아니라, 1993년 부정 입학 및 교비 횡령 등의 사학비리로 김씨 일가가 상지대에서 쫓겨난 지 17년 만에 학교 운영권의 일부(이사 9명 중 4명)를 돌려준 것이다. 안 장관 후임인 이주호 교과부 장관은 교과부 1차관이던 2009년부터 김문기씨 일가의 상지대 복귀를 주도했고, 장관 시절에는 상지대 이사회가 옛 재단 쪽 이사들의 이사회 불참·중도퇴장 등으로 임원 간 분쟁과 파행을 빚는데도 ‘사학 자율성’을 되뇌며 수수방관했다.

박대통령·황우여, 한나라 의원 시절
참여정부 ‘반부패’ 사학법 개정 저지
MB때 안병만·이주호 ‘자율성’ 내세워
김씨쪽 이사회 복귀 주도하고 방관
현 정부서 김씨쪽 학교 장악 완성돼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뒤 김문기씨의 상지대 재장악 행보에 가속이 붙었다. 서남수 교육부 장관과 사분위는 ‘교육부 파견 임시이사는 법적 근거가 없다’는 대법원 판결(2013년 11월)이 나오자, 기다렸다는 듯 정이사 추천권을 김문기씨 쪽에 넘겼다. 당시 교육부 추천 이사인 채영복 이사장과 구성원들이 추대한 유재천 총장이 ‘김문기씨 쪽 이사가 이미 5명이므로, 1명을 더 주면 김문기씨 쪽이 이사 3분의 2를 장악하게 된다’며 교육부에 공익이사 파견을 호소했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이에 항의해 채영복 전 이사장 등 교육부·구성원 추천 이사 3명이 사퇴했고, 올해 3월 김문기씨 쪽 이사들만 남아 김문기씨의 차남 김길남(46)씨를 이사장에 선임하기에 이르렀다. 김문기씨가 쫓겨난 지 21년 만에 그 일가가 학교 운영권을 전면 재장악한 것이다.

상지대 교수·학생·교직원 등 구성원들은 물론 원주지역 시민사회단체들까지 나서 교육부에 이사진 해임과 감사 등을 촉구했지만, 교육부는 움직이지 않았다. 오히려 교육부는 김문기씨 쪽 추천 정이사 1명을 추가 승인해 김씨 쪽에 힘을 더 실어줬다.

이런 사정을 고려할 때 김문기씨 자신이 학교 운영 최일선에 나선 시점이 황우여 의원이 박근혜 정부 2기 교육부 장관에 내정된 직후라는 사실은 곱씹어볼 만한 대목이다. 황 의원의 장관 내정 2주째인 7월28일 상지대 이사회는 김문기씨를 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전격적으로 처리했다. ‘사학분쟁 조장위원회’로 불리며 악명이 높은 사분위조차 올해 1월 ‘비리 당사자’인 김문기씨는 “중립적이고 합리적인 인사로 볼 수 없다”며 정이사 부적격 판정을 했는데도, 김씨 쪽이 장악한 상지대 이사진은 그의 이사 선임을 밀어붙였다. 이어 황 장관이 국회 인사청문을 거쳐 공식 취임한 엿새 뒤인 14일 상지대 이사회는 김문기씨를 총장으로 선임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김문기씨 쪽의 이런 전격적이고도 대담한 행보를 두고 “매우 강력한 권력의 지원사격 없이는 가능하지 않은 도발”이라는 분석이 많다.

무엇보다 사학비리 전과자가 대학 총장이 되는 이런 비정상 사태의 배경엔 ‘사립학교법 개악’이 있다. 사학 운영 투명성 보장 장치로 개방이사제를 도입한 2005년 12월 개정 사립학교법에 맞서, 당시 야당이던 한나라당 의원 박근혜 대통령과 황우여 장관 등은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한국사학법인연합회 등과 손잡고 격렬한 반대운동을 주도했다. 결국 2007년 7월 재개정된 사립학교법은 개방이사제를 무력화하고 ‘이사장의 직계 존·비속, 배우자가 총장이 될 길’까지 새로 열었다. ‘이사 3분의 2 참석, 과반수 찬성’을 거쳐 교육부 장관 승인을 받도록 하는 조건을 붙이긴 했다. 하지만 김문기씨는 직계비속(차남)인 이사장을 이사회 직전에 사퇴하게 함으로써, 새누리당이 ‘안전장치’라고 주장해온 법 규정을 보란 듯이 무력화하는 꼼수를 썼다.

사학비리 당사자이자 사학분규 촉발자인 김문기씨를 7월28일 이사로 선임한 상지대 이사들은 김씨의 차남인 김길남씨와 변석조(73·전 상지여중·고 교장) 이영수(69·전 건국대 홍보실장) 한이헌(70·전 경제기획원 차관) 조영재(42·삼일회계법인 회계사)씨 등 5명이다. 8월14일엔 신민선(75·전 국회의원) 김재명(61·경성대 교수) 원용국(74·기원정밀 회장)씨 등 3명까지 더 참가해 김문기씨를 총장에 선임했다.

상지대 총학생회의 총장실 점거 농성 사흘째, 교수협의회·시민사회단체의 성명 발표 등이 이어진 19일에도 교육부는 아무런 공식 대응 방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수범 전정윤 기자 kjlsb@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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