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원주시 상지대학교 학생들이 9일 오후 이 학교 해방뜰에서 사학비리로 물러난 김문기 전 이사장의 차남 김길남씨의 이사장 취임에 반대하는 결의대회를 하고 있다. 상지대 학생회는 ‘비리재단 족벌세습’에 반대하는 투쟁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원주/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
5월30일 교육부 김문기 쪽 이사 승인
이사회 6명 확보 12일 만에 정관 개정
이사 연임 제한 없애고 이사장에 전권
“교육부가 학교 장악 거든 셈” 비판
이사회 6명 확보 12일 만에 정관 개정
이사 연임 제한 없애고 이사장에 전권
“교육부가 학교 장악 거든 셈” 비판
사학비리 당사자인 김문기(82)씨 쪽 인사들로 채워진 상지대 이사회가 김씨를 총장과 이사로 선임하기에 앞서 재단 정관에서 이사 연임 제한 규정 등을 삭제해, 김씨 쪽이 ‘장기 집권’을 도모할 길을 터준 것으로 확인됐다. 교육부가 ‘김씨 쪽의 전횡을 막으려면 공익이사 1명을 보내야 한다’는 상지대 구성원들의 요구엔 귀를 닫고 오히려 김씨 쪽 추천 이사를 승인해 김씨 쪽이 이사 3분의 2를 확보하게 해준 탓이다. “교육부가 김문기씨의 학교 장악을 거들었다”는 비판이 거센 이유다.
21일 상지대 이사회 회의록 등을 보면, 상지대 재단은 6월11일 이사회를 열어 ‘임기 4년인 이사의 연임을 1회로 제한’한 정관 규정에서 연임 제한 내용을 삭제하는 등 정관 개정 안건을 처리했다. 김문기 비리재단 쪽이 마음만 먹으면 ‘종신 이사’ 노릇을 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 것이다. 지금까지 총장한테 맡겨온 교원 재임용·승진 권한, 대학 교무·학생·기획처장 등 주요 보직 인사권도 이사장이 행사하도록 정관을 고쳤다. 교수 신규 채용부터 승진까지 인사권을 이사장 1명이 휘두를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사 연임 제한과 총장의 보직 인사권 등 기존 정관 규정은 ‘상지대 운영권의 장기 독점’을 막고 ‘민주적 운영과 권한 분산’을 보장하는 핵심 장치였다. 김문기씨의 차남 김길남(46)씨 등 김씨 쪽 이사들은 2011년에도 정관 개정을 시도했으나, 교수·학생·교직원 등의 반발로 무산된 바 있다.
김씨 쪽은 교육부·구성원 추천 이사 3명이 사퇴하고 지난 3월31일 김길남씨가 이사장에 올라 21년 만에 재단 운영권을 잡았다. 하지만 정이사 수가 5명이어서, 이사 3분의 2(9명 중 6명) 찬성이 요구되는 정관 개정까진 못하고 있었다. 상지대 구성원들이 ‘비리재단의 독주와 전권 행사를 막으려면, 공익이사를 보내야 한다’고 교육부에 촉구해온 까닭이다.
그러나 교육부는 김문기씨 쪽이 추천한 조영재(42·회계사)씨의 5월30일 이사 취임을 승인했다. 그로부터 12일 뒤 열린 이사회에서 김길남 이사장의 ‘원안대로 의결하자’는 제안을 이사 6명 전원이 찬성해 정관 개정 안건을 통과시켰다. 김문기씨 쪽이 상지대 진짜 설립자인 원홍묵 선생의 교내 흉상을 6월7일 기습 철거하며 ‘상지대 사유화’ 의도를 노골화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였다. 7월28일 이사회는 김문기씨를 이사로 선임했고, 8월14일엔 김씨를 총장으로 선임했다.
익명을 요구한 상지대 교수는 “교육부가 이런 사정과 구성원들의 요구를 훤히 알고도 김씨 쪽 이사를 추가 승인해 ‘사학비리 당사자의 재단 복귀 및 총장 선임’을 가능케 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상지대 재단인 학교법인 상지학원은 황우여 교육부 장관한테 ‘김문기씨의 임원(이사) 취임을 승인해달라’는 신청을 21일 우편으로 냈다. 교육부는 사학분쟁조정위원회(사분위)가 ‘부적격’ 판정한 김씨의 이사 취임 승인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여왔는데, 이르면 다음주 공식 방침을 확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수범 기자 kjlsb@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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