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창 전 지검장 “수치심으로 죽고 싶은 심정”

신고접수 약 1시간50분 전인 지난 12일 밤 10시10분께 체포 장소 인근 건물의 폐회로(CC)TV에 찍힌 김수창 전 제주지검장. 김 전 지검장은 22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CCTV 속 인물과 김 전 지검장이 동일인이라고 확인하자 자신의 범행을 시인했다. 연합뉴스

변호인 통해 “큰 실망 드린 점 사죄…정신적 문제 치유하겠다”

김수창(52) 전 제주지검장의 공연음란행위 혐의를 수사 중인 경찰은 22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으로부터 폐회로텔레비전(CCTV) 속 음란행위를 한 남성이 김 전 지검장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제주지방경찰청은 이날 김 전 지검장을 공연음란 혐의로 기소의견을 달아 검찰에 송치했다.

국과수 분석 결과 김 전 지검장은 지난 12일 오후 11시32분께부터 같은 날 11시52분까지 20분 사이에 제주시 이도2동 왕복 6차선 도로가 등에서 5차례에 걸쳐 음란행위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제주지방경찰청은 범행 현장 주변에서 확보된 폐회로텔레비전에 촬영된 인물이 김수창 전 지검장과 동일인인지 여부와 실제 음란행위가 이뤄졌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범행 현장 주변 8곳 등 모두 10곳의 폐회로텔레비전 동영상 분석을 국과수에 맡겼으며, 이날 동일인으로 확인됐다는 감정결과를 통보받았다.

김 전 지검장은 지난 13일 새벽 현행범으로 체포될 당시 자신과 비슷한 옷차림을 한 남성이 범행장소 인근에 앉아 휴대폰을 들여다보는 듯하다가 다가가자 가버렸는데, 경찰이 그 남성을 자신과 착각하는 것 같다면서 범행사실을 부인해왔다.

경찰은 국과수 분석 결과 피의자로 지목된 김 전 지검장의 음란행위가 여러차례 폐회로텔레비전 영상에 잡혔고, 의뢰한 10개의 동영상에서 경찰이 지목한 김 전 지검장의 소지품, 옷차림 얼굴형 및 신체적 특징, 걸음걸이 특징 등이 유사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또 영상 분석 결과 김 전 지검장이 하나의 이동동선을 이루는 상황에서 이와 유사한 특징을 가지는 다른 인물은 관찰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와 함께 경찰은 신고자가 현행범으로 체포돼 순찰차에 탄 김 전 지검장을 당시 직접 확인한 결과 음란행위를 한 사람이 맞다고 했고, 현장출동 경찰관에게는 신고내용과 인상착의가 같은 김 전 지검장이 순찰차를 보고 바지 지퍼를 올리듯 옷을 추스리면서 현장에서 벗어나는 것을 제지해 현행범으로 체포했다는 진술을 받았다고 밝혔다.

경찰은 지난 18일 김 전 지검장의 변호인 문성윤 변호사를 통해 당시 행적을 제출해주도록 구두요청했으나 22일 오전 “기억나지 않는다”는 서면 답변이 왔으며, 출석 요구에 대해서는 “출석하지 않겠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날 김 전 지검장에 대해 공연음란 혐의가 인정된다며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김 전 지검장은 문 변호사를 통해 “충격과 크나큰 실망을 드린 점 깊이 사죄드리고 본인도 극도의 수치심으로 죽고 싶은 심정이나 가족들을 생각하여 앞으로의 사법 절차도 성실히 따르겠다. 정신적 문제에 대해서도 전문가와 상의해 적극적으로 치유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애초 범행 사실을 부인한 이유에 대해 문 변호사는 “애초 본인이 부인했다가 입장을 번복하게 된 부분에 대해서는 변호인도 유감스럽다”며 “변호인이 파악하기로는 검사장으로서 그러한 행동으로 주목받게 된 데 대해 극도의 공황상태에 있어서 자기 입장을 처음에 전달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허호준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