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문 스님.
[토요판] 혜문 스님 인터뷰
약탈당한 우리 문화재의 환수 운동에 앞장서온 혜문 스님(문화재 제자리찾기 대표)이 이번에는 한국 절도범들이 2012년 쓰시마시에서 훔쳐온 통일신라·고려시대의 불상(일명 대마도 불상)을 일본에 돌려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12일 서울 종로구 문화재 제자리찾기 사무실에서 혜문 스님을 만나 그 이유를 들어보았다. 혜문 스님은 “약탈당했다는 증거가 없는 우리 문화재는 함부로 가져와서는 안 된다”며 “우리 문화재라고 해서 훔쳐서 가져오는 것은 문화재 찾기가 아니라 그냥 비문명적 행동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혜문 스님은 문화재청장을 상대로 훔쳐온 불상을 일본에 돌려주라고 행정소송을 냈으나 지난달 원심에서 ‘원고 자격이 없다’는 이유로 기각당한 뒤 항소한 상태다.
-쓰시마 불상 두 점을 둘러싼 논란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훔쳐온 불상을 일본에 돌려줘야 한다. 대마도 불상 문제는 약탈 문화재 찾아오기의 관점이 아니라 형사 사건으로 접근해야 한다. 우리 형사법은 절도범을 붙잡으면 훔친 물건을 주인에게 돌려주도록 돼 있다. 이를 민족감정으로 대응해 해결하려 하면 더 꼬이게 된다.”
-쓰시마시 관음사(간논지)에서 가져온 관세음보살좌상은 원래 충남 서산 부석사에 있던 불상으로 확인됐고, 해신(가이진)신사의 동조여래입상은 원래 어디 소유였는지 확인이 잘 안된다.
“그래서 법원이 관음사 관세음보살좌상에 대해서는 (불상 이전을 금지해달라는 부석사 쪽의)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인 것인데 그건 그럴 수 있다. 왜구가 정말 약탈해간 것인지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 다만, 동조여래입상은 바로 일본에 돌려줘야 한다. 약탈당했다는 증거가 전혀 없다. 정부가 형사소송법의 집행을 미루는 바람에 되레 한-일 관계만 악화하고 있다.”
-우리 정부가 동조여래입상의 반환까지 왜 미룬다고 보나?
“존재하는지 확실하지도 않은 국민감정을 우려하는 것 같은데 내가 보기엔 그냥 무능한 행정일 뿐이다. 2014년 대법원에서 도굴꾼들에게 유죄를 확정했다. 그러면 외교부가 하반기에라도 결단을 해서 불상을 일본에 돌려줘야 한다. 그게 양심과 상식에 걸맞은 행정이다.”
-일본 사회의 반응은 어떤가?
“우리 정부가 불상 반환을 미루고 생떼를 쓰는 것처럼 형국이 흘러가고 있다. 일본 우익들은 내심 우리 정부의 이런 태도를 환영하고 있다. 그들은 한국이 미개하고 감정적이고 법치주의가 바로 서 있지 않다고 비하하고 싶어하는 자들이다. 도둑놈이 훔쳐간 물건을 한국 정부가 자기 거라고 우기고 있다며 한국을 비하하는 소재로 잘 활용하고 있다. 약탈 문화재 환수운동을 벌이는 내가 나서서 쓰시마 불상 돌려주라고 하니까 일본 우익들이 당황해하고 있다.”
-일본은 우리에게 약탈해 간 문화재를 안 돌려주고 있다. 우리만 왜 적극적으로 돌려줘야 할까?
“상대편이 나쁜 놈이라고 해서 똑같이 대응하는 것은 문명인의 행동이 아니다. 진실·정의·양심의 원칙 아래 우리가 먼저 모범을 보여야 한다. 과거부터 우리는 일본을 지도하는 선생의 나라였다. 부처의 가르침을 전한 것도 우리였다. 일본에 도덕이 무엇인지 알려주는 것을 우리가 먼저 해야 한다.”
-나머지 약탈 문화재 환수를 위해서라도 쓰시마 불상을 미래의 활용카드로서 갖고 있을 필요는 없을까?
“그런 식의 협상 전략으로 문화재를 돌려받은 경우가 없다. 앞으로도 그런 전략은 문화재 환수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얼마 전 대한제국 국새를 돌려준 것도 우리가 진실한 마음으로 설득했기 때문이다.”
-관음사 쪽에서는 뭐라고 하나?
“몇달 전 관음사를 방문했다. 한국의 정치인과 시민단체에서 막무가내로 찾아와 항의한 적이 있다고 하더라. 관음사 주지는 자신들이 피해자인데 되레 항의를 받는 상황이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허재현 기자 catalunia@hani.co.kr
사진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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