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정상적 공무집행 위해 필요”
‘체포중 인권침해’ 진정 작년 33건
“사후처벌 가능…공권력 남용” 비판
‘체포중 인권침해’ 진정 작년 33건
“사후처벌 가능…공권력 남용” 비판
ㄱ씨는 지난해 12월 불법주차 차량을 이동시키라는 경찰 순찰차량의 방송을 들었다. 술집에서 생일파티를 한 뒤 2차로 클럽이 밀집한 지역으로 걸어가던 ㄱ씨는 이를 보고는 “아, ××. ××도 아니고 저렇게 떠든다고 들리겠냐”고 욕을 했다. 클럽에서 춤추는 사람들이 방송을 들을 리 없는데도 방송을 하는 경찰을 조롱한 것이다. 잠시 뒤 경찰관 2명이 자신들을 모욕했다며 ㄱ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경찰관을 모욕했다는 이유로 현행범으로 체포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경찰은 공권력의 권위 실추를 막기 위해 경찰관 개인의 인격을 모욕하는 행위를 처벌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지만, 감정적 대응이 공권력 남용을 부추긴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26일 국가인권위원회의 자료를 보면, 경찰관을 모욕한 현행범으로 체포되는 과정에서 인권침해를 당했다는 진정 사건은 2011년 20건에서 2012년 22건, 2013년 33건으로 늘었다. 진정 사유로는 체포 요건 미비(58.5%), 과도한 물리력 및 수갑 사용(25.9%)이 많았다. 체포 과정에서 상해를 입었다(8.6%)는 진정도 제기되고 있다.
인권위는 모욕 행위자의 신원을 확인해 사후에 처벌할 수 있는데도 법원이 발부한 체포영장 없이 집행하는 현행범 체포는 공권력 남용이라는 입장이다. 최은숙 인권위 조사총괄과 조사관은 “형사소송법은 현행범에 대해 누구든지 영장 없이 체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모욕행위를 한 사람을 현행범으로 보는 경찰의 논리대로라면, 교통사고가 난 뒤 서로를 모욕하며 싸우다가 서로를 모욕죄로 체포할 수도 있게 된다. 일반인들은 그렇게 하지 않는데, 경찰관이 공권력을 지니고 있다는 이유로 체포하는 것은 공권력 남용”이라고 했다.
반면 경찰은 이런 식으로라도 모욕행위를 제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우상진 송파경찰서 가락지구대장은 “인권위에 진정이 들어간 사건들을 보면 경찰관이 부적절하게 조처한 것도 있어 보인다. 하지만 대개는 지속적으로 경찰관에게 욕을 하는 경우인데, 욕이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사후적으로 고소한다는 것은 실질적으로 어렵다. 정상적 공무집행을 위해 체포를 하는 일이 많다”고 했다.
이성기 성신여대 교수(법학)는 “경찰관을 모욕한 사람은 처벌받아야 한다”면서도 “현장을 녹음하는 등 절차나 적용 요건을 명확하게 해 시민들의 불만을 사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하는데, 경찰관이 즉흥적이고 감정적으로 대응하면서 문제를 악화시키는 측면이 있다”고 했다.
인권위는 27일 서울 중구 을지로1가 인권위 인권교육센터 별관에서 ‘경찰 모욕죄 현행범 체포의 문제점과 개선 방안 토론회’를 연다.
진명선 기자 tor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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