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지 않겠습니다]
‘엄마의 바리스타’였던 준민에게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내 새끼 준민아.
엄만 너만 생각하고 네 이름만 불러도 눈물이 난다. 엄마에게 그리도 다정다감했던 아들. 외출할 땐 팔짱을 끼라며 팔을 내어주던 애인 같은 아들. 나가 있을 땐 항상 문자와 전화로 엄마를 안심시키더니, 마지막까지 아무 일 없을 거라며 엄마에게 나오겠다고 전화해주던 게 너와의 마지막이 될꺼란 걸 꿈에도 생각지 못했어.
엄마는 너만은, 내 새끼 만은 살아있을 줄 알았는데 이리도 허망하게 널 잃게 될 줄 몰랐어. 겁이 많아 어두운 곳을 싫어했던 네가 깜깜한 그곳에서 얼마나 무서움과 두려움에 마지막을 보냈을지 생각만 하면 엄마는 심장이 찢어진다.
아빠와 엄마가 결혼하지 2년 만에 어렵게 널 얻고 얼마나 행복하고 기뻤는지. 넌 온 집안의 축복 속에 태어난 보석 같은 아들이었어. 널 키우며 네가 웃을 땐 같이 웃고 아파서 울 땐 같이 울며, 엄마는 너에 대해선 하나라도 기억하지 않는 것이 없단다.
네가 태어나 처음 입었던 배냇저고리와 처음으로 깎아주었던 너의 첫 손톱, 배꼽과 배냇머리. 엄마는 그걸 꺼내볼 때마다 가슴이 미어진다. 왜? 왜? 내 새끼가 엄마와 작별인사도 없이 그렇게 내 곁을 떠나야만 했는지, 원망해보지 않은 것이 없단다.
사고가 난 후 4월23일 널 다시 만나던 아침, 엄마는 심장이 마구 뛰더구나. 아무것도 못 먹고 넋이 나가 이모와 친구에게 오늘 꼭 준민이가 엄마 곁에 올 것 같다고 얘기했는데, 신기하게도 16일 아침 너와 마지막 통화했던 것과 같은 시간이었던 오전 9시40분 그때 체육관의 모니터에 나온 인상착의가 바로 내 아들 너였다. 엄마는 바로 팽목항으로 갔어. 136번째로 나온 널 안치실에서 만났을 때 엄만 숨이 멎는 고통에 오열했단다. 상처 하나 없이 자는 것처럼 평온한 모습으로 누워있는 널보고 엄만 만지고 주무르고 볼을 비미며 아무리 흔들어도 넌 깨어나지 않았지. 믿을 수가 없더구나. 그렇게 널 찾고 널 보내면서 엄만 고통 속에 나날을 보냈단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사무치게 보고 싶고 미치도록 그립고 내 새끼는 없는데 너 없이 가는 시간이 야속하기만 하다. 준민아! 준민아! 너무 부르고 싶은 이름. 아들 사랑하고 지켜주기 못해 미안하고 엄마 아들로 태어나줘서 고맙고 너로 인해 행복했어.
너무 보고 싶고 안고 싶은 내 새끼, 그립고 또 그립다. 꿈에서라도 보고 싶어. 엄마는 매일 밤 네가 잠들던 침대에서 너의 교복마의를 덥고 잠이 든단다. 아들도 엄마 많이 보고 싶지? 세상에 엄마가 최고라며 엄마밖에 모르던 아들.
오늘 밤은 꼭 엄마 보러 올 거지? 아들, 엄마가 매일 밤 기다릴게. 엄마가 커피 좋아한다고 늘 맛있는 커피를 직접 만들어주던 따뜻한 손길이 너무 그립다. 평생 엄마 커피는 책임지겠다고 큰소리치던 너의 웃음도 그립다. 하늘에서도 친구들과 선생님들께 맛있는 커피 만들어주고 있겠지?
엄마는 아직 널 보낼 준비도 보낼 마음도 없지만, 그곳에선 하고 싶은 것 맘껏 하고 즐겁고 행복하게 잘 지내길 매일 기도한다. 나중에 엄마 만나는 그날까지 잘지 내 아들. 다음 생에도 엄마 아들로 태어나 줄 거지? 이번 생엔 엄마와 16년 5개월밖에 함께 못했지만 그 땐 엄마랑 오래오래 함께하자. 못했던 것 맘껏 하면서. 그 땐 절대 네 손 놓지 않을게.
우리 아들이 가장 좋아 하는 말. ‘내 모든 걸 다 줄 만큼 사랑한 금쪽같은 내 새끼’,
영원히 사랑하는 엄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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