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노원구 중계동의 학원가에 붙어 있는 선행학습 광고판 앞을 초등학생이 지나가고 있다. 광고판엔 ‘7세부터 9세까지 수학 교과 선행, 사고력을 한번에!’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박수지 기자
교육부 2017~2018년 상대평가에서 전환하기로
황우여 장관 “박근혜 정부의 영어 교육 정상화”
전문가 “영어만 바꾸면 부작용 더 커…수학도”
황우여 장관 “박근혜 정부의 영어 교육 정상화”
전문가 “영어만 바꾸면 부작용 더 커…수학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영어 영역이 상대평가에서 절대평가로 바뀔 전망이다.
황우여 교육부 장관은 27일 정부세종청사 회의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수능 영어 절대평가 문제를 심도있게 논의하고 큰 방향에서 잡고 있다”며 “2017년부터 하느냐 2018년부터 하느냐는 실무선에서 전문가들과 논의해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교육부는 현행 상대평가 체제의 과도한 영어 수험 준비와 사교육비 부담을 완화하겠다며 수능 영어 절대평가를 검토해왔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등 국책연구기관들이 영어 절대평가 전환을 주제로 포럼을 여는 등 의견 수렴 절차를 진행해왔으나, 교육부가 구체적인 추진 사실을 밝힌 것은 처음이다. 서남수 전 교육부 장관은 3월 언론 인터뷰에서 “수능에서 영어를 절대평가로 전환하는 것은 중장기적으로 충분히 검토할 만한 과제”라는 수준에서 언급한 바 있다.
황 장관은 “박근혜 정부의 근본적인 문제제기의 하나가 영어 교육의 정상화”라며 강한 정책 추진 의지를 내비쳤다. 황 장관은 “변별력 위주의 영어 수능을 유지하면 4%(1등급)에 들어가려 과도한 투자를 한다. 우리가 영어 학자나 전문가로서의 영어를 요구하는 게 아니다. 과도한 사교육 시장과 수십년 영어 투자가 무슨 결실을 냈고 무엇을 위한 것인지 근본적인 의문이 생긴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우리 국민이 이 정도(영어)는 해야 해외에서 숨통이 트이고, (이 정도는) 세계화 과정에서 필요하다는 것을 정한 다음에, 영어 교육은 그렇게 하면 된다는 것(기준)을 만들고 싶은 것”이라고 짚었다.
교육부는 수능 영어 절대평가 도입 시기와 관련해 “대입 예측 가능성을 저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조기 도입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며, 구체적인 도입 시기·방안은 확정된 바 없다”는 공식 견해를 밝혔다.
그러나 황 장관의 발언을 고려해 볼 때, 2017~2018년께 절대평가를 도입하리라 전망된다. 절대평가 도입 여부가 올해 안에 확정되면 ‘대입전형 3년 예고 원칙’에 따라 이르면 2017년 시행이 가능하다. 다만 황 장관은 “3년 전 예고도 중요하지만 어느 때 가서 덜커덕 시행하면 학생들의 충격이 클 수 있다. 실무자들이 어떻게 하면 학생들한테 충격을 안 주며 연착륙할까를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올해 수능 영어영역 1등급이 5.4%였던 것처럼 쉬운 영어 수능이 시행되고 있다. (장관이) 쉬운 영어 수능 같은 것을 의미한 것 같다”고 풀이했다.
교육부가 수능 영어에 어떤 절대평가 방식을 도입할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다만, 2017년 절대평가 방식으로 필수화되는 한국사 수능이 참고 사례가 될 수 있다. 한국사는 9단계 등급으로 나누되, 일정 점수 이상을 받은 학생에게는 모두 1등급을 준다. 시험문제도 학교 수업만 충실히 들으면 1등급이 가능할 정도로 쉽게 출제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수능 영어 절대평가의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다른 과목의 변별력이 중요해지는 ‘풍선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특히 영어 변별력이 없어지면 수학의 변별력이 높아지리라 예상된다. 상위권 대학들은 대학별 고사를 원하게 될 테고, 중하위권 대학들까지 문과 학생들의 수학 점수 비중을 높일 거라는 지적도 있다.
하병수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대변인은 “지금도 수능에서 수학의 변별력이 가장 큰데, 수학 비중이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개별 교과목의 평가 방식을 달리하는 것보다 수능의 영향력을 줄이고 내신 비중을 높이는 게 더 적절한 대안”이라고 평가했다. 안상진 ‘사교육 걱정 없는 세상’ 부소장은 “기본적으로는 찬성이지만, 영어 절대평가 하나만 바꾸면 부작용이 더 클 수 있다. 수학도 함께 절대평가해야 하고, 큰 틀에서 줄세우기 교육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시작이 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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