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목받은 사람들 다양한 대응
배우 윤여정·유아인 등
“나이 들어 위험” “분장중” 기부만
박영선·문재인도 기부만 동참
배우 윤여정·유아인 등
“나이 들어 위험” “분장중” 기부만
박영선·문재인도 기부만 동참
‘얼음물, 뒤집어쓸까? 말까?’
루게릭병(근위축성측삭경화증·ALS) 환자들을 후원하기 위한 기부 캠페인 ‘아이스버킷(얼음물 샤워) 챌린지’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타고 ‘전지구적 얼음물벼락’ 현상을 일으키고 있다. 한국 사회 역시 연예인과 정치인, 기업인 등 유명인은 물론 일반 시민들까지 참여하고 있지만, 얼음물 샤워 대상자로 지목받은 이들의 대응 방식은 천차만별이다.
대중의 관심을 먹고 사는 연예인과 정치인은 기부도 하고 얼음물 뒤집어쓰는 일까지 꺼리지 않는다. 원래 ‘규칙’은 루게릭병 환자 지원 단체(한국ALS협회·승일희망재단)에 일정액을 기부하면 얼음물을 뒤집어쓰는 행위를 ‘면제’받을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얼음물도 뒤집어쓰고 기부도 하는 게 일반화됐다. 얼음물 샤워 영상이 ‘기부 인증 영상’이 된 셈이다.
얼음물 샤워는 안 하고 기부만 하는 경우도 있다. 배우 윤여정씨는 “나이가 들어서 얼음물은 좀 위험하다”며 기부만 했다. 사극 영화를 찍는 배우 유아인씨는 “수염 붙이고 촬영 중이다. 분장이 지워져 스태프들에게 불편을 줄 수 있다”며 얼음물 샤워는 하지 않았다. 당구 선수 차유람씨가 지목한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도 기부만 했다.
이래저래 ‘처신’에 신경 쓸 일이 많은 공직자들은 얼음물 샤워에도 민감하게 반응한다. 다음 대상 3명을 지목하는 릴레이 방식 때문이다. 얼음물 샤워에 동참하려던 한 고위 법관은 법원 내부의 자제 방침 때문에 뜻을 접었다. 법원행정처는 법원 내부전산망에 ‘아이스버킷 챌린지 참여를 자제해 달라’는 공지를 올렸다. 서울지역의 한 판사는 31일 “캠페인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판사들이 나서면 잠재적 재판 당사자들에게 반강제적으로 기부를 권유하는 효과가 나타날 수도 있다”고 했다.
정치인들은 얼음물을 정치적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박영선·문재인·원혜영 의원 등 야당 인사들은 세월호 유가족의 아픔을 헤아린다며 얼음물 샤워는 하지 않고 기부만 했다. 반면 정기국회 개원을 앞두고 야당을 압박하는 새누리당 의원들은 얼음물에 정치적 메시지를 담았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지난 22일 얼음물을 뒤집어쓴 뒤 다음 상대로 박지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을 지목하며 “찬물 뒤집어쓰고 정신 차려서 당내 강경파를 설득해 주길 바란다”고 했다. 같은 당 원유철 의원도 동조 단식을 하던 문재인 의원을 비슷한 취지로 얼음물 샤워 대상자로 지목했다.
‘세월호 메시지’를 결합하는 방식으로 얼음물 샤워에 동참하는 이들도 있다. 배우 남보라씨는 기부와 함께 하루 동조 단식에 참여했다. 영화감독 김경만씨는 얼음물 샤워와 세월호 관련 화면을 교차 편집한 영상을 만들었다. 얼음물 샤워에서 영감을 받은 ‘세월호 동조 단식 챌린지’도 생겼다. 문화예술계 인사들은 24시간 단식하고 다음 대상을 지목하는 릴레이 단식을 시작했다.
문화평론가 이승한씨는 “캠페인이 유희적으로 치우친다는 논란이 있지만, 정치사회적인 문제에 대한 입장을 표명하는 효과적인 플랫폼으로 다양하게 변주되고 있다는 점에서 나쁘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진명선 김선식 기자 torani@hani.co.kr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22일 충남 천안 우정공무원 교육원에서 열린 의원연찬회에서 루게릭병 환우를 돕기 위한 ‘얼음물 뒤집어쓰기’(아이스버킷 챌린지)에 동참했다. 김 대표는 다음 주자로 박지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과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 김동만 한국노총 위원장을 지목했다. 박 의원을 지명하면서 “찬물을 뒤집어쓰고 정신 차려서 당내 강경파들을 설득해달라”고 말했고, 김 실장에게는 “너무 경직돼 있다”며 “찬물을 맞고 좀더 유연해지길 바란다”고 말해 좌중으로부터 박수를 받았다. 천안/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