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발표 때는 가만히 있다가
여야 대립하자 비난 대열 합류
“조사위에 수사권 부여 방안 이외
다른 대안 배척하는건 아냐”
현 집행부 한 발 물러서
여야 대립하자 비난 대열 합류
“조사위에 수사권 부여 방안 이외
다른 대안 배척하는건 아냐”
현 집행부 한 발 물러서
대한변호사협회(변협·회장 위철환)의 전임 회장들이 변협의 세월호 특별법 제정 지원 활동에 제동을 걸고, 보수언론도 이에 무게를 실어주면서 ‘변협 때리기’가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인권 옹호 활동의 본질을 외면한 채 정부와 검찰에 부담이 되는 행보에 제동을 걸려는 ‘정치적 제스처’라는 지적이 나온다.
변협 회장을 지낸 정재헌·천기흥·이진강·신영무 변호사는 1일 위철환 변협 회장을 항의 방문해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주는 것이 국가 소추주의와 자력구제 금지 등 형사사법 대원칙을 위반한다는 의견 대립이 있다”, “편향된 시각만을 담은 입법안 제정을 요구하는 것은 법치주의 근간을 무시하는 것”이라는 ‘우려’를 전했다.
변협은 이 직후 낸 성명에서 “(변협이 만든 법안은) 참사에 대한 명확한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하나의 방안으로 제시한 것이지, 유일무이한 방안임을 주장하면서 다른 대안을 배척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라고 했다. 세월호 가족대책위원회처럼 수사권·기소권을 지닌 진상조사위원회 구성을 강하게 주장해온 입장에서 한발 물러난 셈이다.
변협 안팎에선 전임 회장들이 입법청원 주체를 혼동한데다 형식적 논리로 비판한다는 반박이 나온다. 법안 작성에 참여한 변협 관계자는 2일 “입법청원 주체는 세월호 가족대책위의 유족 세명이다. 변협의 역할은 피해자 단체들이 원하는 법안을 마련해주는 실무였다”고 말했다. 통상 변협이 법률 제·개정안을 입법청원할 때 상임이사회 심의를 거치지만, 이번에는 변협 안이 아니어서 따로 심의를 거치지 않았다. 변협의 세월호 특위 법제정팀이 유가족들을 수차례 만나 설명회를 했고, 7월 공청회를 통해 마련된 법안은 단원고 유가족 총회에서 최종 결정됐다. 변협이 돕고 유가족들이 결정한 피해자들의 입법안인 것이다.
전임 회장들이 ‘전체 회원의 의견을 물으라’고 한 것에도 한 변협 집행부 인사는 “공청회에 참석해 의견을 달라고 공지한 뒤 안 온 회원 1만7000여명한테 일일이 전화해 의견을 묻는 조직이 어디 있나. 전임 회장들 때도 똑같이 했는데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오히려 변협 세월호 특위 활동에는 여느 때보다 많은 변호사들이 참여해 대표성 시비가 적다는 게 중론이다. 변협은 5월 말 세월호 특위를 꾸려 산하에 공익법률지원단 등 4개의 지원단을 뒀다. 공익법률 지원단에만 500여명이 지원했다.
법안에 기소권과 수사권을 넣은 것은 유족들 요구를 반영한 것이라는 게 참여한 변호사들의 설명이다. 전임 회장들이 우려하는 것처럼 유족들이 ‘자력구제’할 권한을 요구한 것은 아니다. 특별법안에는 국회와 피해자 단체가 각각 8명씩 추천하고 대통령이 임명한 위원 16명 가운데 1명한테 기소권을 주게 돼 있다. 피해자 쪽은 일부 위원을 추천하는 역할에 그친다. 위철환 변협 회장은 “아무래도 약자 편에서 유족들 의견을 많이 반영했다. 처음엔 별 이견이 없었는데 법안 통과가 교착상태에 빠지니까 편향적이라는 얘기가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전임 회장단의 행동은 보수세력 일각의 관점을 대변하는 측면도 있다. 변협에 전달한 의견서에 이름을 올린 7명 가운데 4명이 검사 출신, 3명이 판사 출신이다. 김두현 전 회장은 공화당 의원도 지냈다. 직접 항의 방문에 나선 이진강 전 회장 재임 때는 변협이 정치적으로 첨예한 문제에 한쪽 편을 드는 활동을 했다. 2008년 7월 변협은 미국산 쇠고기 반대 촛불집회와 관련해 “정부는 헌정질서가 파괴되지 않도록 불법행위자들에 대해 엄정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성명을 냈다가 논란이 됐다.
김선식 기자 kss@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