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3곳 394명 입건…902억 부당수급
‘사무장 병원’ 관련자 가장 많아
‘사무장 병원’ 관련자 가장 많아
건설업자인 고아무개(55)씨는 2006년 의사 면허를 빌려 강원도에 ‘사무장 요양병원’을 차렸다. 의사와 간호사를 채용한다는 구인광고까지 냈지만, 채용한 12명은 병원에 실제로 근무하지 않고 역시 면허증만 빌려줬다. 의사·간호사 수가 많으면 환자 1인당 지급되는 진료비와 입원료가 늘어난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이런 방법으로 고씨가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부당하게 타간 돈은 13억여원에 이른다.
경찰청은 지난 5월28일 21명의 목숨을 앗아간 전남 장성 요양병원 화재 사건을 계기로 보건복지부·국민건강보험공단과 합동조사를 진행했다. 경찰은 6~8월 전국 요양병원 1265곳을 조사해 143곳의 부정·비리를 적발하고 관련자 394명을 입건했다고 2일 밝혔다. 이들 가운데 고씨 등 11명은 구속됐다. 입건자 중에는 고씨와 같은 ‘사무장 병원’ 관련자가 105명으로 가장 많았다. 요양급여와 보조금을 부당하게 타간 이는 78명이다. 적발된 요양병원들이 부당하게 청구해 받아간 요양급여 등은 모두 902억원에 달한다고 경찰은 밝혔다.
이 중에는 요양병원 2곳을 운영하면서 병원끼리 ‘환자 돌리기’를 해 요양급여 500억여원을 타간 사례도 있다. 전북에서는 나이가 많아 정상적인 진료를 할 수 없는 77살 의사의 면허를 빌린 뒤, 예식장 건물을 요양병원으로 개조해 운영하며 지난해 7월부터 올해 3월까지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7억5000여만원의 의료급여를 챙긴 장아무개(56)씨가 불구속 입건됐다.
또 피난통로와 소화전, 불법증축 등 안전관리 실태를 점검한 결과, 전국 요양병원의 절반에 가까운 619곳이 ‘제2의 장성 요양병원’이 될 가능성을 안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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