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스맥주 광고사진. 한겨레 자료사진
경찰, 하이트진로 압수수색
악성루머 퍼뜨린 혐의
하이트 “직원 1명의 일탈” 해명
악성루머 퍼뜨린 혐의
하이트 “직원 1명의 일탈” 해명
몇년째 치열한 영업전쟁을 벌이고 있는 맥주업계에 드디어 ‘악마화 마케팅 전략’까지 등장한 것일까.
경쟁업체 제품에 독한 네거티브 소문 등을 퍼뜨리고, 그에 따른 반사 영업이익을 누리는 마케팅 기법을 두고 경찰이 수사에 들어갔다. 수사 대상에 오른 곳은 하이트 맥주를 생산하는 국내 2위 하이트진로, ‘악마화 주술’의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곳은 카스 맥주를 생산하는 1위 업체 오비맥주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3일 하이트진로가 카스 맥주에 대해 악성 루머를 퍼뜨린 단서를 잡고 오전 서울 서초동 하이트진로 본사와 대전 대리점 등을 압수수색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본사 직원 안아무개(33)씨와 대전 대리점 이아무개(45) 차장의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개인 업무일지 등을 확보했다. 안씨는 지난달 2일 ‘카스에서 이상한 냄새가 난다’는 지상파 뉴스를 본 뒤, 이를 과장한 글을 카카오톡 등을 이용해 퍼뜨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압수수색은 지난달 6일 오비맥주가 수서경찰서 사이버범죄수사대에 수사를 의뢰하면서 시작됐다. 맥주 수요가 늘어나는 6월부터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카카오톡을 중심으로 ‘6~8월에 생산된 카스 마시면 안 됨’ ‘가임기 여성은 무조건 피하라’ ‘맥주 창고 세척하는데 소독약을 제대로 못 헹군 듯’ 등의 내용이 퍼졌다. 이은아 오비맥주 홍보팀 차장은 “정말 이대로 가면 브랜드 이미지의 타격이 클 거 같아서 수사 의뢰를 했다. 특정 회사를 지목하지는 않았다”고 했다.
앞서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카스 맥주를 조사하기도 했다. 식약처는 지난달 26일 카스의 ‘소독약 냄새’의 원인으로 “유통 과정에서 맥아의 지방 성분과 맥주 내 용존산소가 산화 반응을 일으켜 나는 냄새”라고 밝혔다. 오비맥주 역시 이를 인정하고 사과했다. 오비맥주 쪽은 “다만 이번에 수사 의뢰한 대목은 ‘가임 여성은 마시면 안 된다’ 등 악성 루머를 퍼뜨린 것”이라고 했다.
압수수색으로 파장이 커지자 하이트진로도 즉각 대응 수위를 높였다. 홍보팀이 보도자료를 내어 “오비맥주가 문제의 본질을 무시한 채 불법 논란을 키우며 소비자를 기만하고 있다. 품질 관리에 힘을 쏟으라”고 반박했다. 하이트진로 쪽은 “직원 한명이 사적인 에스엔에스 대화방에서 관련 이야기를 나누던 중 일부 과장된 내용을 남긴 것을 파악해 경찰에 자진 출석시켰다. 압수수색은 회사 차원이 아닌 해당 직원에 대한 조사로 알고 있다”고 했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사실 영업사원이 많다 보니 영업에 개인적으로 일부 활용했을 수는 있다. 하지만 조직적으로 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3월 한국주류산업협회 자료를 보면 시장점유율은 오비맥주가 58.8%, 하이트진로가 41.2%다. 과당경쟁을 부추긴다는 이유로 그 뒤로는 관련 자료가 나오지 않고 있다.
서영지 김효진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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