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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기록하는 보수’ 박철언

등록 2014-09-04 21:00수정 2014-09-06 14:28

지난달 27일 오전 10시 박철언 전 체육청소년부 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그가 아끼는 수첩들을 볼 수 있었다. 그는 20여년의 국정활동 기간에 수십권의 수첩과 공책에 꼼꼼히 활동 내용을 기록했다. 국가기록원이 국가기록물로 복사본을 가져갈 정도였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지난달 27일 오전 10시 박철언 전 체육청소년부 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그가 아끼는 수첩들을 볼 수 있었다. 그는 20여년의 국정활동 기간에 수십권의 수첩과 공책에 꼼꼼히 활동 내용을 기록했다. 국가기록원이 국가기록물로 복사본을 가져갈 정도였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조악한 무용담 수준의 7·4공동성명 기록에 실망”
5·6공화국 두루 거친 그에게 ‘회고록’ 너머를 묻다
두 남자가 만났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노태우 전 대통령을 예고없이 문병했다. 박철언 전 체육청소년부 장관의 설명을 종합하면 지난달 9, 10, 21일 투병중인 노 전 대통령 집을 찾았다. 노 전 대통령은 의식은 또렷하지만 말을 하지 못하는 상태로 알려졌다. 당시 자택에서 노 전 대통령의 부인 김옥숙씨가 전 전 대통령을 맞이했다. 전 전 대통령은 건강 상태를 염려했다고 전해진다.

‘세월 앞에 무상한 애증’ 따위의 표현들이 보도에서 나왔다. 두 사람은 애정 어린 인간적 관계다. 전 전 대통령과 노 전 대통령은 최초의 육군사관학교 정규 4년제인 11기로 1952년 입학했다. 이른바 민간 명문대보다 입학점수가 높다는 엘리트의식이 육사 11기를 둘러싼 공기였다. 노 전 대통령은 1952년부터 1980년까지 거의 모든 정치적 현장에서 친구인 전 전 대통령 옆을 지켰다. 그리고 전 전 대통령이 거친 자리를 거의 다 뒤따라 거쳤다.

관계는 1988년 6공화국이 들어서면서 틀어졌다. 6공 때 5공 청문회가 열렸다. 전 전 대통령은 국회에 출석했다. 광주민주화운동 진압 등에 관해 증언해야 했다. 권력은 인간관계를 일그러뜨린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쿠데타 동지이자 혈연인 김종필 전 총리를 훗날 감시하고 견제했다. 쿠데타로 집권한 이집트의 나세르는 많은 쿠데타 동료를 감옥에 보냈다. 나세르의 육군사관학교 친구는 권력의 이런 비정한 속성을 알고 입각 제의를 거절했다. 전 전 대통령은 자신이 백담사에 가고 대국민 사과를 한 것이 노 전 대통령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1988년 어느 날 측근들과의 술자리에서 “노태우가 나에게 말 한마디 없이 그런 식으로 하면 아무리 대통령이지만 나한테 귀싸대기 맞는다”고도 말했다. 인간 전두환과 인간 노태우는 가깝다. 그러나 쿠데타로 집권한 대통령과 1987년 6월항쟁 이후 선거로 집권했고 1988년에 여소야대 상황에 위치한 대통령의 입장은 멀었다.

그러므로 애증은 세월 앞에 무상하지만, 정치는 무상하지 않다. 세월은 애증을 희석시키지만, 정치적 차이와 과제를 모두 해결해주지는 않는다. <한겨레>는 한때 ‘6공화국의 황태자’로 불렸던 박철언 전 체육청소년부 장관을 지난달 27일 면담과 다음날 전화 인터뷰 등 두차례에 걸쳐 인터뷰했다. 그는 검사 출신으로 1980년 국가보위입법회의에 파견된 이후, 5공화국에서 청와대 비서관, 안기부장 특별보좌관 등을 지냈다. 6공화국 때는 청와대 보좌관 및 국회의원, 체육청소년부 장관 등을 지냈다. 5, 6공을 두루 거쳤지만, 남북협상 및 공산권 국가와의 교류를 주장한 북방정책의 주역이고 3당 합당의 실무접촉도 담당했다. 그래서 ‘6공의 황태자’로 불렸다. 노 전 대통령의 부인 김옥숙씨는 박 전 장관의 사촌누나다.

박 전 장관은 보수주의자로 분류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다른 보수와는 다르다. 기록하는 보수다. 회고록 <바른 역사를 위한 증언>(랜덤하우스 중앙·2005년)에는 국정의 디테일이 촘촘하다. 그는 남북대화를 주장하는 보수다. 그에게서 △3당 합당 △기록과 회고록 문화 △6공화국에 대한 평가 △남북 갈등 해법 등을 주로 청해 들었다. 6공의 과거를 물었고, 6공의 국정 담당자로서 현 정치를 어찌 보는지 물었다. 때로 기자가 직설적으로 반문·반론을 제기한 적도 있지만, 상당 부분 경청했다.

고나무 기자 dokk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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