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전 서울 관악구 주변 거리에 내걸린 세월호 특별법 제정 촉구 펼침막 가운데 일부가 훼손되었다가 투명 테이프를 붙여 복구된 상태로 걸려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지자체가 불법광고물로 분류 철거
유가족에 반감 가진 이들이 찢기도
일부 지자체장은 재량으로 허용
유가족에 반감 가진 이들이 찢기도
일부 지자체장은 재량으로 허용
‘우리 아이의 미래를 위해 제대로 된 특별법 만들자! - 김세화’ ‘철저한 진상규명으로 안전한 대한민국을 - 신원동 주민 김수정.’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과 수사권·기소권이 보장된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는 실명 펼침막들이 전국 곳곳에서 ‘수난’을 당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가 불법 광고물로 간주해 철거하거나, 세월호 유가족들에게 노골적 반감을 드러내는 이들이 훼손하는 일이 잦다. 반면 일부 지자체는 단체장 재량으로 펼침막을 허용하기도 한다.
실명 펼침막은 지역별로 결성된 세월호 관련 단체에서 지난달부터 내걸기 시작했다. 지역 주민이 펼침막 제작비(대략 1만원 안팎)와 자신의 이름, 넣고 싶은 문구를 지역 세월호 단체에 보내면, 단체에서 펼침막을 만들어 가로수나 전신주 등에 걸어준다. 서울에서는 은평·관악·마포·노원·도봉구가, 경기도에서는 의정부·안산·고양·파주시 주민들이 참여했다. 충북 청주시, 전북 전주시에도 펼침막이 내걸렸다.
그러나 가로 60㎝, 세로 120㎝ 크기의 노란색 실명 펼침막을 다수 지자체가 옥외광고물관리법에 따른 ‘불법 광고물’로 분류해, 이달 초부터 철거가 본격화됐다. 일부 지역에서는 누군가가 펼침막을 일일이 찢어버리기도 했다. 단원고가 있는 안산에서는 상인회가 “영업에 방해된다”며 철거하는 일도 있었다.
하지만 펼침막을 내건 쪽에선 “단체나 개인의 적법한 정치활동을 위해 설치한 비영리적 펼침막이므로 허가를 받거나 사전 신고를 할 필요가 없다”며 반발한다. 도봉구의 경우 구청이 철거한 펼침막을 돌려주면 세월호 단체가 이를 다시 내걸기를 세 번째 반복하고 있다. 이 지역 단체는 이달초 쌍문역 근처에 설치된 펼침막을 훼손한 이들을 재물손괴 혐의로 고소했다.
일부 지자체들은 이 문제를 조심스럽게 다루고 있다. 여느 광고물과 사안의 ‘무게’가 달라 함부로 철거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노원구에서는 세월호 단체가 구청과 20일 동안만 펼침막을 건 뒤 자진 철거하기로 약속했다. 전주시는 시장이 펼침막 철거에 대해 사과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했고, 관악구는 철거예고 통보 뒤 세월호 단체가 반발하자 구청장이 이를 보류시켰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10일 “불법 광고물인 것은 맞지만 민감한 사안이라 대응하기가 조심스럽다. 민원이 들어오면 어쩔 수 없지만, 일방적 철거는 자제하고 있다”고 했다.
박기용 기자 xe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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