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법상 20% 감면 혜택 있지만
관리소 신청해야 해 주소 노출 위험
“해코지당하느니 절약하는 편이”
관리소 신청해야 해 주소 노출 위험
“해코지당하느니 절약하는 편이”
28만4310원. 지난달 경기도에 있는 137㎡ 크기의 한 아파트가 낸 전기요금이다. 한 달 내내 에어컨을 틀지 않고 무더위를 참았지만, 청구된 전기요금은 적지 않았다. 이곳은 남편의 폭력을 피해 온 여성과 아이 8명이 머무는 ‘단기 쉼터’다. 1997년부터 쉼터를 운영하는 박아무개(52) 소장은 11일 “아껴 쓰려 해도, 한여름에 이런저런 가전제품을 사용하고 세탁기도 자주 사용해 전기료가 만만치 않다”고 했다.
사회복지시설에서 운영하는 가정폭력 쉼터는 사회복지사업법에 따라 전기료 20% 감면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대다수 쉼터에는 그림의 떡이다. 쉼터가 아파트일 경우에는 전기료 감면 신청을 관리사무소를 통해서만 할 수 있어 ‘노출 위험’을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한전은 아파트 전기료 부과·징수 계약을 세대별로 하지 않고 아파트 전체와 계약한다.
대부분 쉼터에서 감면 신청을 꺼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박 소장은 “가정폭력 쉼터의 위치가 드러나면 가해 남성들이 찾아오는가 하면, 이웃들이 쉼터를 내쫓는 일이 생긴다”고 했다. 실제 경기도의 한 쉼터는 전기료 감면 신청을 했다가 피해 여성 단기 쉼터라는 사실이 알려졌고, 이웃 주민들의 항의로 쫓겨나야 했다.
가정폭력 쉼터는 다른 사회복지시설에 견줘 외부 후원이 적은 편이다. 약간의 전기료 감면도 운영에 도움이 된다. 실질적 전기료 감면을 위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한전은 개별 계약은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한전은 “계약 주체가 관리사무소이기 때문에 총액으로 전기료를 부과할 수밖에 없다. 아파트 전체와 개별 계약을 할 수도 있지만 주민들의 반대 등으로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했다. 이에 대해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의 장병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한전에서 내부 규정을 만들어 별도로 감면 신청을 받는 등 쉼터 피해자들을 보호할 수 있는 방안들을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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