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사회일반

“시민운동, 진영논리 넘어서 이견 그룹과 대화해야 한다”

등록 2014-09-14 22:31

이태호 참여연대 사무처장(왼쪽부터)이 11일 오후 서울 통인동 사무실 카페에서 이현정 대학생 후원회원, 염형철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과 만나 참여연대 20주년의 성과와 과제를 이야기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이태호 참여연대 사무처장(왼쪽부터)이 11일 오후 서울 통인동 사무실 카페에서 이현정 대학생 후원회원, 염형철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과 만나 참여연대 20주년의 성과와 과제를 이야기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시민운동 현재와 미래’ 3인 좌담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전격적으로 결정한 이명박 정부의 외교가 굉장히 비민주적이고 충격적이었던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노무현 정부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자유무역협정(FTA)의 전제 조건으로, 그것도 아무런 국민적 합의도 없이 약속하고 온 것은 그에 못지않게 충격적이고 비민주적이었요. 그런데도 (이명박 정부 때처럼) 그만큼 거대한 물결을 이뤄서 데모를 했느냐? 아니거든요.”

국내 대표적 시민사회단체인 참여연대가 10일로 창립 20돌을 맞았다. 이태호(46)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앞으로 시민사회운동 진영의 주요 과제 중 하나로 ‘진영논리의 극복’을 꼽았다. ‘진보 대 보수’라는 진영에 갇혀서는 한발짝도 나아갈 수 없고, 아무것도 나아질 수 없다는 것이다. 참여연대 20돌을 맞아 <한겨레>는 11일 서울 종로구 통인동 참여연대 사무실에서 이 처장과 염형철(46)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 참여연대 대학생 후원회원 이현정(23)씨로부터 시민운동의 현재와 미래를 들어봤다. 이들은 진영논리를 깨기 위해서는 시민사회 진영 내부의 불합리와도 싸워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태호 참여연대 사무처장
“진보도 냉전적 틀에 갇힌게 사실
시민단체 독립·비당파성 유지필요
참여연대, 권력감시 동반자 될 것”

후원회원 대학생 이현정씨
“20대도 보수·진보로 나눠 양극화
진영 스스로 나눠 반대하기 일쑤…
정부 소통방식, 구색 맞추기 불과”

염형철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
“노무현 정부 신자유주의 정책때
비판 약해 진정성 의심받는 것…
진보진영 내부도 불합리와 싸워야”

이 처장은 우선 “진영화는 맞서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 넘어서야 할 대상”이라고 했다. 그는 “이대로 (진보와 보수의) 대결이 지속되면 진영이란 평행선 속으로 모든 것이 환원된다. 심지어 세월호 문제까지 진영논리로 넘어가고 있지 않느냐”고 했다. 마침 참여연대는 15일 저녁 6시30분 세종문화회관에서 여는 창립기념식에서 ‘진영의 극복과 사회적 연대’를 ‘8대 중장기 의제’ 가운데 하나로 채택한다. “대립의 평행선이 지속되는 사회적 난제에 이견 그룹과의 진정성 있는 토론과 대화를 시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처장은 진영화의 과정에 진보와 보수 모두 책임이 있다고 봤다. 그는 “우리 사회는 본질적으로 굉장히 냉전적인 지형이다. 그런 정치 문화나 환경, 혹은 정치적 프로그램 속에서 진보진영 역시 냉전적 틀에 갇혀 있는 게 사실”이라고 했다. 그는 확인되지 않은 각종 주장들이 난무했던 천안함 사고를 둘러싼 논란이 “결과적으로 진영화에 크게 기여했다”고 분석했다.

염 총장은 진보진영 내부의 자정능력 부족을 지적했다. 그는 “과거 노무현 정부는 정말 신자유주의적 정책을 열심히 했다. 요즘 이슈가 되는 물 민영화도 뿌리는 노무현 정부에 두고 있다. 당시 정부 비판에 충실하지 않았기에 우파에서 (지금) 우리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세월호 참사 와중에 나오는 여러 비합리적 음모론은 다른 진영에서 보면 의도적으로 방치하거나 지원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그 과정에서 진영논리가 공고화된다. 우리 내부 생태계의 자정능력이 심히 부족한 상태”라고 했다. 20대인 이씨는 “사회 전반적으로 모든 것이 양극화되는 것 같다. 20대도 보수 아니면 진보로 스스로를 나누고는 서로를 싫어하고 상대가 마음에 안 들면 반대하기 일쑤”라고 했다.

이들이 제시한 해법은 ‘끈질기고 일관된 소통’이다. 이 처장은 “적대와 혐오를 극복할 적극적인 ‘숙의 민주주의’를 정착시켜야 한다. 자기 주장의 합리적 근거를 붙여 설득하는, 성숙한 시민문화를 만들려는 끈질긴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시민단체한테 중요한 것은, 정책이나 특정한 요구를 이념적이거나 파당적이지 않게 그때그때 협력 파트너와 대화 상대를 달리하면서 진지하고 일관되게 주장할 수 있느냐다. 독립성과 비당파성을 유지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라고 했다.

염 총장도 진보진영 내부의 불합리와 싸워야 한다고 했다. 그는 “진보라고 해서 반드시 합리적인 것도 아니고 보수라고 해서 모두 불합리하지도 않다. 어느 쪽에 속해 있든 좀더 합리적인 이들이 모험주의적이고 극단적인 발언이나 행동을 통제하고 자정력을 발휘해야 한다”고 했다. “내부의 불합리한 부분들에 대해 비판하고 견제하고 싸우는 구실을 게을리하게 되면 진영 전체가 망가질 수 있다”는 ‘경고’였다.

진영논리를 극복하려면 진보와 보수 양 진영의 소통이 필요하지만, 이 문제에 접근하는 박근혜 정부의 ‘진정성’은 기대에 못 미친다는 게 이들의 생각이다. 이 처장은 “소통 문제에 있어 박근혜 정부는 매우 실망스런 수준이다. 국민대통합위원회를 만든 지 1년이 넘었는데 어느 날 실무자에게 연락이 와서는 ‘혹시 국민대통합위원회를 만나고 싶으면 왜 만나고 싶은지 알려달라’고 하더라. 국민대통합을 하려면 스스로 할 일을 정해 이야기해보자고 제안을 해야 할 텐데 엉뚱한 방식으로 일하고 있다”고 했다.

이 처장은 세월호 문제에 대한 대책을 내놓는 과정에서도 정부가 매우 수동적·방어적 태도를 취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해경 해체 등을 발표할 때 그 행위자가 대통령인 정책이 굉장히 많았다. 시민사회나 외부 견제장치를 이용해 정부 스스로 견제받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식의 대안들은 여지없이 빠져 있다. 정부가 개방된 시험대에 놓이는 것에 소극적이었던 것”이라고 했다. 이씨도 정부의 소통이 “구색 맞추기에 불과하다”고 했다. 이씨는 “아는 사람 중에 국민대통합위원회에 대학생 자격으로 참여한 사람이 있는데 ‘뭘 하는지 모르겠다’고 하더라. 대통령 직속 청년위원회도 정부 초기에 만든 공약 시행을 홍보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고 했다.

시민운동 존립의 가장 중요한 근거는 여전히 ‘권력 감시’다. 참여연대의 경우 정보공개청구나 입법청원 등 시민들이 활용할 각종 권력감시 도구를 공유할 프로그램을 늘릴 계획이다. 이 처장은 “촛불집회나 천안함, 세월호 참사에서 보듯 이제는 모든 시민들 각자가 사실상 권력감시자의 구실을 하고 있다. 참여연대가 앞장서기보다 이들을 돕는 동반자 구실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했다.

좌담에서는 참여연대가 강조하는 ‘정부지원금 0원’의 부작용도 언급됐다. 염 총장은 “정부가 공익적 시민사회단체를 지원하는 일은 지극히 당연한 것인데도 재정 독립성을 내세우는 참여연대 때문에 다른 시민사회단체들이 위축되거나 폄하되는 근거가 되기도 한다”고 했다. 이 처장은 “지당하고 중요한 지적이다. 참여연대가 정부 돈으로 움직이며 권력화된다는 근거 없는 비방이 있어 이를 강조했던 것인데, 앞으로는 좀더 세련되게 대응하겠다”고 했다.

박기용 기자 xeno@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